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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동규 /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사람들] 이동규 /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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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제한제는 투자 규제가 아니다”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6월 초 열리는 17대 첫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미 법안 마련을 끝내고 지난 5월7일 입법 예고에 들어간 상태. 그러나 재벌그룹을 규제하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전면 폐지를 위해 공을 들여온 전경련은, 개정안에서 이 제도가 살아남은 데다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의결권 축소라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29일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공정위를 찾았다.
이날 방문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축소될 경우 재벌기업의 대표격인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시위의 성격이 강했다.
이날 삼성전자 일행이 만난 사람이 바로 공정위에서 대기업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동규(49) 독점국장. 이 국장은 “기업이 느끼는 것과 정부가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가 1대 주주부터 쭉 있는데, 이들을 다 합치면 물론 비율이 상당히 높지만, 예를 들어 1대 주주부터 5대 주주까지가 담합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에요. 금융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해요. 또 정부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한도를 없애는 등 적대적 M&A를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자산은 보험 가입자의 돈이기 때문에, 이를 재벌총수의 지배권 강화에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공정위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이 국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시장개혁 민관 태스크포스에서 도출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구체화한 것일 뿐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출자총액제한제의 합리적 개선이나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의결권 축소 모두 로드맵에 포함돼 있다.
물론 의결권 축소를 어떤 수준까지, 얼마만큼의 유예기간을 두고 할 것인가 등의 세부적인 내용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전경련의 공세로 촉발된 ‘출자냐, 투자냐’ 하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 국장의 설명은 명쾌하다.
“앞으로 ‘출자총액제한제’와 ‘타 회사 주식보유 상한제’라는 표기를 병기하기로 했어요. 규제 대상이 타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만 한정된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서죠. 공장을 새로 짓는 투자는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출자총액제한이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라는 전경련의 주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일본은 지난 77년 이 제도를 도입해 25년 동안 운영하다 2002년 폐지했죠. 재벌 문제가 우리보다 덜 심각한 일본이 25년 동안이나 이를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해요. 우리는 이제 겨우 17년 됐을 뿐이죠.”

공정위는 올해 다른 부처 법률의 경쟁 제한적인 부분을 해소하는 경쟁주창 기능 강화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공정위의 역할은 크게 개벌개혁 등 일반집중 규제와 경쟁주창 기능이 있어요. 개벌개혁은 지난해 나온 로드맵대로 실천하는 것만 남았지요. 일반집중 규제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면 언젠가는 공정위가 손을 떼야 할 영역이죠.” 대개 공정위의 주된 역할을 재벌규제로 알고 있지만, 공정위 내에서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독점국의 기업집단과 한 곳뿐이고 인원도 이 국장을 포함해 11명에 불과하다.
M&A 규제나, 카르텔 규제, 소비자 보호, 하도급 업체 보호 등이 모두 공정위의 구실이다.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78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국장은 관세청과 경제기획원을 거쳐 공정위에서만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합리적인 일처리와 적극성으로 지난해 직원들이 뽑은 ‘바람직한 공정인’에 선정됐다.
하도급 과장으로 있던 99년 하청업체 서면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했고, 어음결제로 인한 연쇄부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전용 카드를 도입해 언론에서 ‘조용한 개혁’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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