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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북한 ‘시장통’, 평양 통일거리를 가다
[특집] 북한 ‘시장통’, 평양 통일거리를 가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4.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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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02년 7월1일 이른바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현실과 유리되어 온 급여와 물가 등 국정 가격을 10배 이상 인상하고, 배급제를 폐지해 주민이 전면적으로 임금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업관리의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당시 북한 당국은 “토지개혁 이래 최대의 경제개혁 조치”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북한 사회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시장화’의 폭과 깊이를 정확히 가늠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은 북한식 시장경제 실험의 상징인 평양 통일거리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려는 시도의 하나로,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한 국내 기업인이 보내온 짧은 글을 소개한다(필자의 요청에 따라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이어지는 이석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글은 7·1 조치의 의미와 파장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남북 노동절 공동행사를 위해 평양을 다녀온 송은정 <매일노동뉴스>의 르포 역시 현재 북한 노동자들의 의식과 일상의 단면을 살펴보는 기회를 줄 것이다.



북한식 시장경제의 실험장으로 꼽히는 평양 통일거리. 길을 따라 파란 지붕으로 뒤덮인 커다란 체육관 모양의 건물이 이어진다.
그간 외부 공개를 꺼리던 이곳에도 이제 서서히 개방의 바람이 부는 듯했다.
아마도 상부로부터 어떤 방침이 내려온 게 아닐까?

이곳 통일거리에 늘어선 상점들은 외부인이 구경 삼아 둘러보기만 해도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쌀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물론이려니와 잉어, 숭어 등 물고기도 진열되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일 파는 곳에선 수박, 바나나, 딸기가 눈에 띄었다.
태국산 열대과일도 보였다.
일반 생활 필수품들의 경우엔 여타 북한 상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 옷을 내놓고 손님을 맞는 가게도 있었다.


다양한 전기제품을 파는 가게에선 TV, 라디오, 소형녹음기 등이 진열돼 있었다.
마치 한국의 대형 할인점을 연상시키는 듯한 풍경이 이어졌다.
고려호텔이나 보통강, 량강도호텔 등지에선 구경을 할 수 없었던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아사히 등 외국산 맥주를 이곳에선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통일거리에서 불고 있는 시장경제 바람을 피상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가격은 싼 편이었지만, 품질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가게를 둘러보던 한 일본 관광객이 품질에 대해 불평 섞인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곳 장마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은 대략 2850원에서 3800원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통용되는 환율은 1달러에 110원에서 120원 정도. 북한 공식환율인 150원에 비해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가장 눈에 띈 건 장마당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북한 돈 50원을 내야 한다는 것. 이른바 공공시설 이용료에 익숙하지 않았던 북한 주민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었다.


예전의 방문 때와는 달리, 적어도 이곳에선 한결 여유 있고 활기찬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은 많은 제약이 있어 상인들의 일상이나 구체적인 상점 경영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북한 사회의 초보적인 시장경제 실험이 어떻게 뿌리내리는지를 알기 위해선 단지 점포에 내걸린 물건 가짓수를 따져보는 게 아니라, 상인들이 물건을 조달하고 물건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어떻게 굴리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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