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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통 3사, 흥미진진한 ‘영업정지게임’
[비즈니스] 이통 3사, 흥미진진한 ‘영업정지게임’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4.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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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성제와 맞물려 묘한 신경전…LGT 불리, KTF-SKT 놓고 의견 분분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 기간이 결정됐다.
3사가 불법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온 데 대해 정보통신부가 내린 ‘레드 카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은 6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신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우선 LG텔레콤이 6월21일부터 7월20일까지 30일 동안 가입신청서 접수나 예약 접수증 교부 등의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한다.
KTF는 LG텔레콤의 영업정지가 끝나는 7월21일부터 8월19일까지 30일 동안, SK텔레콤은 8월20일부터 9월28일까지 40일 동안 영업이 정지된다.
하지만 기존 이용자에 대한 기기·명의·번호·요금제 변경 등의 서비스는 이용자 불편을 고려해 계속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영업정지 순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7월부터 KTF의 번호이동성제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SK텔레콤 이용자만 자신의 번호를 유지하면서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었을 뿐, KTF와 LG텔레콤 이용자는 서비스업체를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7월부터는 KTF 이용자도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됐다.
서비스 이동은 특히 제도 시행 초기에 더욱 집중된다.
KTF로선 기존 고객을 묶어두기 위해 비상이 걸린다.
반대로 LG텔레콤이나 SK텔레콤은 기존 KTF 고객을 대상으로 7월 초에 영업을 집중한다.
이 때문에 7월 초 신규 영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일단 이번 결정으로 LG텔레콤은 다소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7월20일까지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게 돼, KTF 이탈 고객을 잡을 수 없는 탓이다.
영업정지 기간이 대체로 비수기에 들어맞았다는 점에 안도할 뿐이다.


문제는 KTF와 SK텔레콤 둘 중 누가 신규 영업정지의 상처를 덜 입게 되느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상반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을 옹호하는 쪽은, SK텔레콤이 KTF의 번호이동성제도가 시작되는 7월 초에 KTF 이탈고객을 독점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둔다.
7월20일까지 LG텔레콤이 영업정지 기간이므로, KTF 이탈 고객은 자연스레 SK텔레콤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번 영업정지 조치로 7월 한 달 동안 10만~13만명의 KTF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경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예를 들어 “7월 가입자는 9월 가입자에 비해 2개월 정도 매출액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영업정지 기간이 뒤로 밀릴수록 유리하다”고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KTF에 표를 던지는 쪽의 주장도 만만찮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15일 보고서를 통해 “KTF의 영업정지 기간이 여름휴가와 방학이 겹쳐 비수기로 꼽히는 7월21일부터 8월19일이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순서상 가장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KTF가 비수기를 잘 올라탔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신규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힘든 처지란 점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SK텔레콤은 오는 2005년 말까지 시장점유율을 신세기통신과의 합병 인가 직전 수준인 52.3%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지난 5월 말 밝힌 바 있다.
KTF 이탈 고객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고객 이탈이 가장 많은 번호이동제 시행 초기와 LG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이 교묘히 맞물린 점도 KTF로선 반갑다.
가입자를 지켜야 하는 KTF로선 경쟁 업체인 LG텔레콤의 영업정지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이번 영업정지 결정이 이동통신 3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어쨌든 이번 조치로 이동통신 3사는 과도한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가입자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
줄어든 마케팅 비용도 고스란히 하반기 수익으로 돌아간다.
발목이 묶이는 고강도 제재를 앞둔 이동통신 3사가 이를 수익성 개선의 전환점으로 삼을지, 아니면 또다시 이전투구의 진흙탕으로 빠져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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