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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박삼규 / 대한상사중재원 원장
[사람들] 박삼규 / 대한상사중재원 원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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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내기 전에 잠깐!비용·시간 아끼세요”


“상행위분쟁이 발생하면 소송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재도 있죠.” 올 3월 대한상사중재원 원장에 부임한 박삼규(64) 원장은 첫마디부터 중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중재의 이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너무 형식적인 절차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가지를 더 꼽는다면? 법정에서의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자연스러운 대화로써 서로 타협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박 원장은 강조한다.
법정에선 변호사가 모든 것을 처리할 뿐 당사자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사실상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중재를 신청하면 원탁 테이블에 중재인과 당사자들이 나란히 앉아 자신들의 사정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다.
그만큼 당사자들의 사정이 충분하게 참작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박 원장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사이라면 중재를 통해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것이 사업상 파트너로 계속 남는 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3심까지 가는 소송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예컨대 건설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보통 2~3년까지 지루하게 법정소송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할 경우 4~5개월이면 해결이 가능하다.
박 원장은 “사실 소송으로 해결하려다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며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한다는 것이 중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거듭 재촉한다.
중재비용은 크게 요금, 경비, 수당의 3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소송비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중재비용은 신청인이 일단 예납하지만 분쟁이 피신청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으로 판정이 나면 중재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재는 어떻게 이뤄질까? 일단 대한상사중재원은 당사자들에게 중재인 후보자를 10명씩 추천한다.
당사자들은 선호도에 따라 10명에 각각 순번을 매기고, 최종적으로 이들 가운데 3명이 중재인으로 뽑히게 된다.
“법조계와 학계, 업계의 후보자들 가운데 충분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재인으로 선택한다”고 박 원장은 귀띔한다.
그만큼 공정성과 전문성을 자신한다는 표정이 진하게 뭍어나왔다.
게다가 업계의 관행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중재인으로 선정함으로써 보다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상당수의 판사들이 법적인 해석에 치우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중재인 위촉 기준만 살펴보더라도 박 원장의 설명에 절로 수긍이 간다.
법조인으로서 상당한 경력을 갖춰야 하고, 학계에 근무하는 사람 역시 보통 5~10년 이상 교수직을 수행한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공인회계사나 변리사로서 일정 기간 근무해야 하는 등 중재인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대한상사중재원이 확보한 중재인 후보자 명단은 1078명. 폭넓은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기술 관련 업종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재가 더욱 빛을 발한다.
중재 자체가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IT 관련 업종의 중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중재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중재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비록 지난해 전화상담건수는 5221건에 이르지만, 중재나 알선을 통한 건수는 662건에 불과하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한상사중재원에 갈 것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박 원장의 판단이다.
사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일반적인 양식이,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한다는 식이다.
때문에 박 원장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중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물론 대한상사중재원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법원을 이용하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지만, 중재를 통할 경우 단심에 끝나기 때문에 이후 번복이 어렵다.
하지만 중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굳이 법정까지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계약을 체결할 때 한번쯤 염두에 둘 만하다.


“앞으로 중재인의 자질을 더 높여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해요.” 박 원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미국과 영국의 선진 중재 시스템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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