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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필립 바체비치 /농협CA투자신탁운용 사장
[사람들] 필립 바체비치 /농협CA투자신탁운용 사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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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운용사 비결은 유럽식 리스크 관리”


바체비치 사장이 추천하는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바로 ‘미르’. 시장위험과 신용위험, 가치위험을 하나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특히 채권분야에 강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농협CA투신운용은 국내 금융시장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던 LG카드와 SK글로벌 채권을 전혀 편입하지 않은 무위험펀드를 운용했다.
따라서 SK 사태를 피해간 건 자연스런 결과. 덕분에 투자전문지인 <아시안인베스터>는 ‘2004년 한국의 최우수 운용사’라는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농협은 여러 협동조합 가운데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데 가장 앞서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자산운용의 전문화가 필요했습니다.
” 필립 바체비치(44) 농협CA투자신탁운용 사장은 농협중앙회와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그룹이 지난해 합작회사를 공식 출범시킨 이유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농협CA투자신탁운용. 일반인들에겐 그리 낯익은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배경에 총 자산규모 620억달러로 세계 18위의 프랑스 내 7232개의 최대 지점을 갖춘 크레디아그리꼴그룹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된다.


바체비치 사장의 말대로 농협과 크레디아그리꼴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크레디아그리꼴이 농업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라는 태생적 조건은 농협과 크레디아그리꼴그룹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하려던 농협의 의지가 여기에 보태진 건 물론이다.
농협으로선 크레디아그리꼴그룹처럼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도움이 절실했다.
운영자산 350조원에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크레디아그리꼴그룹의 자회사 크레디아그리꼴그룹애셋매니지먼트(CAAM)는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었던 셈. 사정은 크레디아그리꼴그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한국 금융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전국 890개의 지점망을 갖춘 농협에 끌리게 된 건 당연했다.


바체비치 사장은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 코네티컷 브릿지포트 대학 MBA와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거친 전형적인 사업가다.
여기에 한국에 오기 전 미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일본, 터키 등 세계 각지의 크레디아그리꼴그룹 계열사에서 두루 일한 경험이 더해진다.
농협CA투신운용의 지분 40%를 소유한 CAAM의 이해를 매끄럽게 대변할 수 있는 여건을 고루 갖춘 셈이다.


실제로 ‘듀얼매니지먼트’ 구조를 취하고 있는 이 회사에서 바체비치 사장의 역할은 만만찮다.
조우봉 대표이사가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건 바체비치 사장이다.
전 세계에 뻗친 CAAM 지점의 구조와 운영 스타일을 국내 시장에 맞게 안착시키는 일이 바체비치 사장에게 맡겨진 몫이다.
그는 간혹 펀드평가와 자산운용배분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선진화된 운용절차와 프로그램을 수용하는데, 농협측도 적극적인 편이라 귀띔한다.


바체비치 사장이 유독 인적교류를 강조하는 것도 듀얼매니지먼트 구조라는 조건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그는 직원들을 프랑스로 자주 보내 상호간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태어난 지 1년여 밖에 안 된 신생 회사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치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CAAM의 노하우를 농협CA투신운용에 접목시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유독 지식 이전을 강조하는 바체비치 사장의 평소 지론과도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
“지식 이전이 없는 단순한 기술 이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죠.” 그의 말은 이어진다.


그럼 바체비치 사장이 자신 있게 밝히는 CAAM의 장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럽계 자산운용사들이 미국계 운용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서 앞선 행보를 보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리스크 관리야말로 의사결정의 바로미터예요.” 그는 또한 “다른 회사와는 리스크에 대한 접근방법 자체를 달리하고 싶다”고 얘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면서도 그는 CAAM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리스크 관리 툴 가운데 한국 실정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조심스런 말도 잊지 않는다.
전체적인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볼 때, CAAM의 많은 부분을 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상황이 서로 달라, 모든 것을 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추천하는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바로 ‘미르’. 시장위험과 신용위험, 가치위험을 하나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특히 채권분야에 강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농협CA투신운용은 국내 금융시장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던 LG카드와 SK글로벌 채권을 전혀 편입하지 않은 무위험펀드를 운용했다.
따라서 SK 사태를 피해간 건 자연스런 결과. 덕분에 투자전문지인 <아시안인베스터>는 ‘2004년 한국의 최우수 운용사’라는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한국 생활 2년째를 맞는 바체비치 사장의 눈에 비친 국내 금융기관의 약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마케팅 고객 분석의 취약성”이라고 이내 대답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고객을 세분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취약하다는 얘기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평가에서도 바체비치 사장은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자산운용시장이 지난 3년 동안 상당히 확대됐다”며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에 뒤이어, 곧바로 그럼에도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는 고객들이 금융상품을 사기 위해 특정 회사의 영업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그는 “한 창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최근 해외 자산운용사들의 잇단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국내 운용사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는 데서도 엿보인다.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국내에 진출하는 다국적 선진 금융회사들에 맞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 내다보기 때문이다.


강렬한 인상답게 언제나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하는 바체비치 사장. 그는 항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
“모든 직원들은 자신의 경계선을 넘어야 해요.” 그는 “이런 노력이야말로 프로페셔널의 자세”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물론 이어지는 “나는 매우 수용적인 사람”이란 얘기에선 격식보다는 직원들과의 화합을 우선으로 여기는 소탈함도 묻어나온다.
농협CA투신운용의 한 직원은 그를 “친화력이 좋고 변신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최고 MBA 코스를 거친 전형적인 엘리트 경영자들과 달리, 자신만의 고정관념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열린 자세로 팀워크를 강조하는 그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지역를 두루 거친 그만의 자신감의 표현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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