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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코스닥 기업, 주가와 실적 ‘엇박자’ 이유
[진단] 코스닥 기업, 주가와 실적 ‘엇박자’ 이유
  • 김연기 기자
  • 승인 2004.07.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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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엘리코파워. 휴대폰, 노트북, PDA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 충방전기 전문업체인 이 기업은 올 들어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친화적 에너지정책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 기업이 전문으로 생산하는 재충전 2차전지가 차세대 환경친화 제품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과 정확히 반비례하고 있다.
등록 이후 637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 대비 150% 이상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4월 말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아직까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공모가 언저리인 3천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회사의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주가흐름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무려 900% 늘어났다.
이 같은 성장세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예상 매출액을 약 9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업익 900% 늘어도 주가는 ‘반토막’ 반도체 부품업체인 티씨케이 역시 요즘 회사 주가를 보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4천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최근 2천원대 초반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이 회사 역시 엘리코파워와 마찬가지로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3억원, 8억5천만원으로 2003년에 견줘 10% 가까이 증가했다.
올 2분기 예상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3억원, 1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0~3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듀오백’ 의자로 유명한 듀오백코리아의 정관영 사장도 요즘 회사 주가만 보면 밤잠을 설친다.
올해 5월17일 무상증자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1만2천원대를 유지한 주가가 최근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5천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 회사 실적이 주가하락을 불러올 만큼 저조한 것도 아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7억원, 17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9%, 12.6% 성장했다.
2분기에도 1분기 수준의 성장세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본다.
이토록 실적이 우수한데도 이들 기업의 주가가 거꾸로만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수급상의 불균형을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수급은 모든 재료를 우선한다’는 증시 격언이 말해 주듯이 아무리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내용이 있더라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주가는 떨어지게 돼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하더라도 수급을 이기지 못한다”며 “시장의 수급환경이 호전돼야만 개별 기업에 대한 실적평가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규모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다.
1월 3억4천만주였던 일 평균 거래량은 4월 들어 3억8천만주를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5월 3억1천만주로 둔화한 뒤 6월 들어서는 2억5천만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 평균 거래대금도 하락 추세다.
올해 4월 9700억원에 달했던 일 평균 거래대금은 6월 들어 5600억원에 머물렀다.
과거 코스닥 활황 이후 IT 버블이 꺼지면서 코스닥 침체와 더불어 상당한 손실을 안고 시장을 떠난 개인들은 여전히 불신의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코스닥 증권시장 관계자는 “올해 들어 스타지수 등을 만들며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으나 한번 돌아선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지난해 기업은행, SBS, 강원랜드, 이수페타시스가 코스닥을 떠난 데 이어 최근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KTF마저 거래소로 옮겨갔다.
그러나 주가상승의 더 큰 걸림돌은 기업 안에 있다.
회사정보를 투명하게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길 꺼리는 기업 관행 말이다.
지난해 한 언론사 주최로 치러진 IR대상에서 코스닥부문 대상을 차지한 네오위즈의 송관용 재무실장은 아예 “IR를 소홀히 하는 기업이라면 자본시장에 발을 디뎌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송 실장은 “IR야말로 솔직하고 투명하게 회사의 경영정보를 소액주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자본시장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회사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결국 투자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네오위즈는 IR팀장 외 3명의 직원들이 IR 관련 업무만을 전문으로 맡고 있다”며 “또 이들은 프리젠테이션 기술과 어학능력 등을 고루 갖춰 슬기롭게 IR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회복 열쇠는 IR 활성화 이처럼 바람직한 IR활동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IR전담팀이 필요하다.
엘리코파워는 회사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원인에 대해 회사 인지도와 성장 가능성 등이 투자가들에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업은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투신사 펀드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6월25~26일 공개 기업설명회(IR)를 실시했다.
직접 IR 참가자들을 이끌고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회사 공장과 오창과학단지 내 2차전지 공장 등지를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현지 IR의 초점은 회사를 정확히 알리는 데에 맞춰졌다.
이 회사 신석진 기획IR팀장은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시가총액(230억원)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가들의 관심권에서도 멀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IR는 우선적으로 회사 알리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번 IR에 참석한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의 고수진 영업부 대리는 “강당에서 말로만 듣던 설명회와는 달리, 현장에 직접 가서 보니까 회사 상황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며 “아무래도 같은 조건이라면 IR를 적극적으로 잘하는 곳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R 이후 증권가 입소문이 좋아지자 이 회사를 찾는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늘어났다고 회사측은 말한다.
신 팀장은 “리먼브러더스, CSFB,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기관과 만나 지분 투자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회사 주가도 10% 가량 올랐다.
일단 회사측은 이번 IR를 통해 회사 인지도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해외기관 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도 준비할 계획이다.
이 회사 신동희 사장은 “앞으로 해외 시장 개척 등 수출부문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인 만큼 외국계 투자가들의 시선도 중요하다”며 “7월 중 홍콩, 싱가포르 등지를 돌며 해외 투자설명회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순창 티씨케이 사장 역시 오는 7~8월 IR전담반을 꾸려 투신사 스몰캡(Small Cap)팀을 직접 방문해 회사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또 소액주주들을 우대하기 위해 대주주, 소액주주 간 차등배당을 추진키로 하고 현재 최대주주인 일본의 도카이카본쪽에 검토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정관영 듀오백코리아 사장도 외국인 투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JP모간 등 외국계 투자가를 상대로 IR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급 개선을 위해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매수세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IR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려면 우선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관심부터 끌어야 한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경우 재무 안정성뿐만 아니라 투명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회사의 속사정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투자설명회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실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를 알아주는 투자자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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