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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인덱스펀드, 재미는 지금부터
[증권] 인덱스펀드, 재미는 지금부터
  • 이정환
  • 승인 2001.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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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 계속되면 수익률 높을 것… 상품 특성 따져 신중하게 골라야
회사원 유아무개(37)씨는 주식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유씨는 1999년 가을 종합주가지수 800대 때 인덱스펀드에 여유자금을 몽땅 쏟아부었다가 1년반 만에 절반 가까이 손실을 봤다.
지수는 2000년 초 1000선까지 치솟았지만 그 뒤 다시 형편없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냈을 때 팔아버릴까 생각도 해봤다.
가입 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환매하면 이익금의 70%나 포기해야 하는데다 펀드 운용 수수료 2%(가입금액 기준)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가지수가 곧 되오를 것이라는 주변의 얘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주가는 계속 아래로만 향했고 3천만원의 원금은 지난 4월 초 2천만원을 밑도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왜 그대로 들고만 있었느냐고 남들이 속 편한 물음을 던질 때면 더욱 화가 치밀었다.

주가 오르는데, 팔까 말까

4월 초 주가지수가 500선을 위태위태하게 지키고 있을 때, 자신에게 펀드를 팔았던 증권사 지점 직원이 전자우편을 보내 끓는 속에 불을 질렀다.
“원금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환매를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로서는 진심으로 한 충고였겠지만, 유씨는 도저히 손해를 보면서까지 환매를 할 수는 없었다.
더 떨어져봐야 얼마나 떨어지겠느냐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을 뿐이다.


다행히 4월부터 주가는 500선을 바닥으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환매를 했으면 그 전 한달새 수백만원을 다시 손해볼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반짝 뛰어오른 뒤 엉거주춤 머물러 있는 지금은 다시 환매를 생각해야 될 때가 된 것인가. 일단 환매를 했다가, 나중에 어느 정도 주가가 빠지면 그때 다시 들어가야 할까. 인덱스펀드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던 다른 많은 투자자들처럼 유씨는 지금 환매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전 생각이 간절한 유씨 같은 사람은 주가가 꿈틀거리는 요즘 같은 때 더욱 안절부절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의 의견은 다르다.
“지금이야말로 인덱스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입니다.
저 같으면 600 밑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물타기를 하라고 충고하겠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인덱스펀드만큼 높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도 없지요.” LG투자신탁운용 지영석 과장의 말이다.
지 과장은 주가가 올해 안에 730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넉넉잡고 20% 수익률을 내다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덱스펀드는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인덱스)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잡을 수 있도록 종목을 짜맞춘 펀드다.
대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종목별 비중에 따라 편입 종목과 비율을 얼추 맞춰놓은 뒤에는 주가가 오르건 떨어지건 그냥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가가 10% 오르면 10%의 수익률을 얻고 10% 떨어지면 10%만큼 잃게 된다.
보통 때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주가지수가 마구 뛰어오를 때는 위력을 발휘한다.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이 아무리 기를 써도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을 따라잡기 힘들다.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는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그 어떤 펀드들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니, 역설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제로 최근 몇달 사이 주가가 반짝 치솟으면서 인덱스펀드들이 모두 깜짝 놀랄 만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LG투신 지 과장이 운용하고 있는 LG인덱스플러스알파만 해도 지난 3월에 설정된 뒤 두달여 만에 투자자들에게 25.6%라는 고수익을 안겨줬다.
이 밖에 대한투자신탁의 인베스트인덱스와 동양투자신탁의 포세이돈인덱스주식,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인덱스200주식, 현대투신운용의 마켓플러스주식 등도 모두 20%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인덱스펀드는 지금까지 그다지 인기있는 상품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처럼 주가가 마구 떨어지는 분위기에서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았다.
그런 탓에 6월1일 현재 움직이고 있는 인덱스펀드는 모두 16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절반 이상이 최근의 주가 흐름을 타고 몇달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자산규모로 따지면 모두 1265억원, 전체 주식형 펀드의 1%도 안 된다.
그러나 미국만 해도 전체 펀드 가운데 40% 이상이 인덱스펀드다.
10년 이상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주가가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인덱스펀드들이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처럼 주가가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다면 큰 재미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경기가 바닥을 찍고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 분위기로 돌아서는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인덱스펀드가 제법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덱스펀드는 대박을 터뜨리기는 어렵겠지만, 쪽박을 찰 가능성도 낮다.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다른 펀드들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수익성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오르면 수익률에서도 일찌감치 다른 펀드들을 앞지를 수 있다.
“아무리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라도 인덱스펀드처럼 주식에 몰빵하기는 쉽지 않죠. 주가가 뛰어오를 때는 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만 해도 아주 잘하는 겁니다.
” 현대투신운용 유승록 펀드매니저의 이야기다.
인덱스펀드의 수익성은 미국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펀드평가 전문회사인 리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926개 펀드 가운데 S&P500지수의 상승률을 따라잡은 펀드는 346개, 다우존스지수 상승률을 따라잡은 펀드는 고작 16개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다듬어질수록 대박을 터뜨릴 종목은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나마 몇차례 사고팔다 보면 어딘가에서 펑크가 나게 되고 결국 수수료만큼도 못 버는 경우가 많아요. 정작 주가가 뛰기 시작할 때는 굼뜨게 움직이고요.” 동양오리온투자신탁 정현철 펀드매니저의 말이 맞다면, 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잡는 인덱스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규모가 큰 주식형 펀드들이 부분적으로 인덱스펀드를 흉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인덱스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 다른 펀드들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운용의 폭이 좁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재빨리 환매를 하거나,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분위기를 봐가면서 종목을 갈아탈 수도 없고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일 수도 없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려면 먼저 주가가 반드시 뛰어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요즘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앞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다만 630을 고점으로 주춤하고 있는 모양이 조금 불안해 보입니다.
2년 정도 마음놓고 묻어둘 계획이라면 지금 들어가도 좋고, 더 짧게 본다면 다시 한번 바닥을 다지는 걸 보고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 대한투자신탁 송권표 과장의 말이다.
실적과 환매 조건을 먼저 살펴라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 앞서 살펴야 할 몇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먼저 인덱스펀드는 펀드매니저의 판단보다는 잘 짜여진 시스템에 크게 의존한다.
가끔 주가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덱스펀드가 나타나는데, 이는 종목 구성이나 편입 비율이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선물 투자를 맞물리는데, 이쪽에서 수익률을 크게 깎아먹는 일도 있다.
해당 펀드의 과거 운용실적이 주가지수 흐름을 잘 따라갔는지를 살펴보면 이런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환매 조건이나 환매 수수료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언제든지 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위약금을 물지 않고 환매를 하려면 일정 기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석달에서 길게는 1년 뒤의 주가를 내다봐야 한다.
좀더 시장을 관찰하고 능동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엄브렐러펀드쪽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엄브렐러펀드는 주가가 뛸 때는 인덱스펀드로 옮겨갔다가 주가가 떨어질 때는 재빨리 채권상품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우리나라 인덱스펀드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팥죽 끓듯 급변하는 주식시장 탓이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는 인덱스펀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 다투어 인덱스펀드 신상품이 나오고 있고, 예전과 달리 투자자들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안정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지난날처럼 무참하게 거꾸러지지는 않으리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뒷받침된 것이다.
시장 분위기로 보아 유씨는 지금 당장 무리하게 환매에 나설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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