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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광수 경제연구소 소장...부동산 거품 빼지 않으면 내수침체 4~5년 더 간다
[초대석] 김광수 경제연구소 소장...부동산 거품 빼지 않으면 내수침체 4~5년 더 간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7.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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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고 했는데, 우리가 계산해 보면 문제가 전혀 없다.
20, 30, 40% 떨어져도, 가계가 그것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다.
은행의 부실자산이 급증할 위험이 없는 것이다.
가계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부채가 빨리빨리 풀려나와서 돌지 않는 한, 최소 4~5년 동안의 내수침체를 피할 수 없다.
일본 장기불황의 매커니즘도 이런 측면이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이 사람을 ‘한국 경제의 숨겨진 보석’이라고 부른다.
그의 이름을 딴 연구소가 낸 보고서는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정책 지침서로 읽힌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가 그랬고, 산학연 협력사업이나 국가균형발전, 신용카드 버블 문제가 그랬다.
요즘은 기획예산처 장관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와 주요 대기업,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들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그의 연구소가 펴낸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www.kseri.co.kr의 김광수(45) 소장이 지난 4년 동안 외롭게 고군분투하며 거둬낸 성과들이다.
연구원 4명의 이 작은 ‘민간 씽크탱크’가 수백 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정부출연 연구소와 재벌계 경제연구소를 모두 제치고 이처럼 ‘특별한’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광수 소장은 그 이유를 두 단어로 설명한다.
‘전문성과 실력.’

최근 김광수 소장은 그 전문성과 실력을 모아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Ⅱ’를 발간했다.
지난해 5월 출판돼 큰 반향을 불렀던 Ⅰ편의 후속 작품인 셈이다.
이번 책에서도 부동산 투기와 경기예측, 균형발전, 산업클러스터, 주5일제, 정부구조개혁 등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경제현안을 모두 망라했다.
김 소장은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들이 개혁의지는 분명하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주요한 문제들에 대해 해결 능력이 없다 보니, 황당한 논리가 등장하는 등 혼란이 많다”고 진단하고 “책 발간을 계기로 각종 현안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힌다.


‘부동산 가격이 20% 정도 떨어져야 내수가 풀린다’고 했다, 충격적인 주장인데, 어떤 뜻인가.
아직도 부동산 문제를 쉽게 생각해서, 마치 부동산 투기를 살려야 경기가 부양되지 않느냐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한다.
현재 내수경기가 침체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장기 내수침체에 빠져들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는데, 그것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나 투자부진 때문에 내수침체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신용불량자들은 돈이 없고, 처음부터 소비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전체 소비의 60~70%를 차지하는 중간 이상의 소득계층이 아파트 투기로 돈이 묶였다.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우선 이자를 갚아야 한다.
원금은 은행들 입장에서도 앉아서 돈 벌 수 있어 연장을 다 해준다.
사실 은행은 더 가고 싶어한다.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동산 가격을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GDP 수준으로는 지금의 폭등한 부동산 가격 수준을 감당하지 못한다.
앞으로 5년 동안 5~6%의 양호한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는 전제를 뒀을 때나 겨우 소화할 수 있는 정도로 올라 있다.
보통 가계는 장기 계획을 세워 주택을 장만한다.
10년이면 살 수 있던 것이 15년으로 늘어나면, 5년 동안 소비가 준다.
그뿐 아니라, 지금 100만원 쓸 것을 50만원으로 줄이며 긴축에 들어간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고 했는데, 우리가 계산해 보면 문제가 전혀 없다.
20, 30, 40% 떨어져도, 가계가 그것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다.
은행의 부실자산이 급증할 위험이 없는 것이다.
가계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부채가 빨리빨리 풀려나와서 돌지 않는 한, 최소 4~5년 동안의 내수침체를 피할 수 없다.
일본 장기불황의 매커니즘도 이런 측면이 있다.


일부 언론에선 경제위기론을 내세우며, 기업의 투자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데.
몇몇 언론이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공단에 갔더니 중소기업들이 없더라, 텅텅 비었더라, 보도하는데, 망할 수밖에 없는 데만 찾아가서 한다.
그런 것은 양극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
양극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양극화는 말할 수 없이 더 심각했다.
90년대 일본의 중소기업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져버릴 정도로 극심했다.
경제는 심리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근거가 희박한,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위기론은 위험하다.
투자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양쪽 측면에서 봐야 한다.
세계 수요는 2001년 IT 버블 붕괴로 바닥까지 갔다 올라오는 상태다.
회복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굉장한 과잉설비 투자가 이루어졌다.
특히 첨단산업쪽은 과잉투자 부담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양극화에서 긍정적인 부문, 이를테면 반도체나, LCD는 특성상 만성적인 과잉공급 상태다.
첨단 기술분야는 기술개발이 어렵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발주자가 독식한다.
그러나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설령 3세대에서 늦었다면, 4세대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라도 3세대에서 해야만 한다.
뛰어드는 순간 공급과잉이 되어버린다.
그나마 투자 여력을 갖고 있는 이들 업종의 기업들도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 철강이나 조선처럼 우리가 승자의 입장에 있는 중후장대형 제조업종은 주요적인 수요 발생에 따라 풀가동 상태로 금방 간다.
그러나 중국의 맹추격이 문제다.
양극화의 부정적인 쪽에 속하는 다른 내수 업종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쟁이 안 된다.
정부에서 기업에 투자해 달라고 하지만, 수익성이 있는 분야가 있어야 기업은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런 기회가 눈에 띄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투자한다.
참여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투자를 안 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최근 소상공인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은 없나.
IMF 이후 대량 해고로 발생한 실직자들이 서비스업으로 많이 진출했다.
대개 부동산중개소나 학원이다.
이쪽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2002년 말까지는 그래도 신용카드 대출이 있어 버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방법이 없다.
소상공인 대출은 정책자금으로, 신용보증기금이나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85%까지 보증을 서줬다.
그렇게 안 하면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은행은 사고가 나도 보증기관이 다 변제를 해줘 손해 날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은행이 큰 문제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산업 경쟁력이나 금융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예금금리가 3%이고 가계 대출금리는 10% 정도다.
그 마진은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은행이 리스크는 하나도 안 지면서 프리미엄만 챙겨가는 꼴이다.
그 부담을 보증기관이 다 진다.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했지만, 보증기관의 연체사고가 폭증하고 있다.
보증기관의 출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정부도 이런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은행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아직도 리스크 관리가 뭔지, 경제에서 은행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은행 경영자의 전면적인 세대교체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지금까지 모든 문제를 은행이 계속 일으키고 있다.
은행이 산업이나, 기업, 경제를 조율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서비스 산업이나 가계를 중심으로 한 내수산업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산업 클러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여전히 개념이 모호한 것 같다.

정부에서 입만 열면 산업 클러스트를 강조하는데, 아직도 단편적으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산업 클러스트를 21세기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업 클러스트는 경제발전에서 노동집약적 단계, 자본집약적 단계, 기술집약적 단계 다음에 온다.
기술 집약적 단계는 개별 기업의 기업가 정신이나 기술 혁신만을 강조했다.
지금은 경쟁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기술도 그냥 기술이 아니라 원천적이고 본원적인 기술, 극한적인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 기술은 중소기업이나 웬만한 대기업들이 단독으로 접근하기가 불가능하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고 리스크도 굉장히 크다.
또 1등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다.
강원도 산간에서 배추 재배하는 농부도 중국의 김치 때문에 죽는 상황이 됐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에 의해, 그게 우리나라에 있든, 중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아프리카에 있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지배당한다.
양극화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기업 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망한다.
대구의 경우 섬유가 딱 한번 밀려버리니까, 지역 자체가 휘청한다.
산업정책이나 국가 경제정책의 틀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도의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나 정부밖에 없다.
정부의 기술개발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관여와 지원은 불가피하다.
이제는 각개전투식의 접근은 안 된다.
지식이 중요하고, 대학이 중요하다.
대학을 중심으로 해서 그 지역에 있는 기업과 정부기관, 전문연구기관이, 서로 연계해서 지역 단위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이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도 현재의 우리 대학은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글=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이주노 기자 jooroad@economy21.co.kr
(인터넷 www.economy21.co.kr에서 보실 수 있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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