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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ABB “위기를 기회로”
[스위스]ABB “위기를 기회로”
  • Hannes B. Mosle
  • 승인 2004.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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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성공·젊은 CEO 영입…석면 관련 소송, 흑자 전환 걸림돌

스위스-스웨덴 계열의 세계적인 중기계 및 발전설비사인 ABB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ABB는 지난 13일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석유·가스사업부문(OGP) 매각을 완료하고 모두 9억7500만달러의 자금을 주머니에 챙겼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3억9천만달러 규모의 중국 전력 인프라 건설사업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성과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자신보다 몸집이 5배 이상이나 큰 독일의 지멘스를 보기 좋게 제치고 거둔 것이라 더욱 빛나는 결실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왈렌베리 가문의 인베스터에이비가 지분 10%를 가지고 있는 ABB는 현재 발전설비분야에서는 미국의 GE와 독일의 지멘스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ABB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다음해 가을에 현재의 CEO인 위르겐 도르만(64)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프레드 킨들레가 그 뒤를 잇기로 한 것. 현재 스위스의 대표적인 기계제작회사인 슐쩌의 CEO를 맡고 있는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경영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 CEO를 내세워 회사 분위기를 크게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억67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ABB는 올해 반드시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그 일이 쉽지만은 않으리란 데 있다.
이번 OGP 매각 역시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실속을 챙기는 일이 급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ABB는 구조조정을 계속적으로 단행할 경우, 내년까지 4%대에 이르는 성장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현 CEO인 도르만은 한 인터뷰에서 프랑스 알스톰과 아레바가 ‘잠재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ABB가 이들 회사와의 인수·합병이나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ABB는 90년대 말 위기에 처한 터빈부문을 알스톰에 매각한 바 있다.
ABB는 이때 팔아버린 터빈부문을 다시 사들이는 것은 물론, 아레바의 개폐기장치 사업부문까지 포함하는 커다란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마침 재정 문제로 고민에 빠진 프랑스 알스톰의 경우, 유럽연합과 프랑스 정부가 나서 몇 년 안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터라, ABB의 속내에 쏠린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ABB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징후는 여럿 있다.
무엇보다 최근 불거진 2가지 사건이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우선 7월 초에는 ABB가 지난 시절 아프리카와 아시아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준 대가로 불법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천만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ABB는 불법 이득에 대한 과징금으로 590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하나, 석면피해 논란과 관련해 미국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는 것도 ABB에겐 커다란 골칫거리다.
어떤 판결이 내려지는지에 따라 기업 이미지 손상은 물론,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진출 성공에 덧붙여 젊은 CEO 영입을 통한 분위기 쇄신을 외치고 나선 ABB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아직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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