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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배종주 코스토피아 사장
[사람들] 배종주 코스토피아 사장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4.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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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주인공 당신도 될 수 있어요"

“코스튬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어요.” 코스프레시장의 선두주자인 코스토피아 www.cospreworld.com의 배종주 사장이 꺼내는 첫마디다.
‘코스프레’는 의상을 뜻하는 ‘코스튬’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의 합성어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이나 소품을 실제로 착용해 즐기는 것을 뜻한다.
할로윈데이에 입는 의상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스토피아는 아직까지는 척박한 국내 코스프레시장에서 선두주자인 셈.

하지만 말이 선두주자이지, 아직까지는 대놓고 자랑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고 배 사장은 말한다.
국내 코스프레 마니아는 대략 5만명. 이들 가운데 80~90%는 주위 도움을 받아 의상이나 소품을 직접 만들어 입고 나머지 20%만이 제품을 구입해 입는 실정이다.
시장 자체가 워낙 협소하다 보니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주문받기조차 쉽지 않다.


배 사장이 코스프레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시기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월드 해외판촉팀과 신규사업TF팀에서 일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코스프레를 눈여겨보게 됐다.
“국내 봉제산업이 붕괴된 상태에서 코스프레는 일종의 틈새시장이죠.” 대기업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탓에 기술력만 갖추고 있다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배 사장의 계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만 믿고 먼저 뛰어든 사람들의 실패담이 보약이 됐다.
의상학과 출신들 가운데 사업화를 시도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대부분은 시장구조를 모르거나 수요처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트렌드를 바라보는 눈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췄어도 40~50대 중반의 작업자들을 잘 다루지 못하는 미숙함도 사업 실패의 원인이 됐다.
초기 수요처가 없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배 사장은 우선 일본업체들과 손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수요가 비교적 큰 일본 시장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국내 시장도 넘보겠다는 계산에서였다.


역설적이지만 코스프레시장의 잠재성은 시장이 작다는 데 있다는 것이 배 사장의 생각. 시장이 작으니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년에 20~30차례 열리는 대학 주최 행사에 쓰이는 의상부터 놀이공원, 무대 공연, 심지어 오페라 의상까지 모두가 코스프레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게임 출시나 영화 개봉에서도 코스프레는 빠질 수 없는 항목이 됐다.
배 사장이 현재는 작지만 확대일로에 있는 이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이 때문. 물론 당장 커다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마케팅, 홍보비를 줄임에 따라 기업행사 물량도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배 사장은 마케팅 수단으로 의상의 역할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둔다.
최근의 웰빙 분위기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배 사장은 말한다.
패션의 트렌드가 기성복에서 다시 맞춤복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코스프레는 맞춤복시장의 또 다른 흐름이에요.” 단순히 애니메이션 의상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한 사람만을 위한 의상’이라는 컨셉트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 기성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젊은이들에게는 게임 속 주인공의 꿈을 가져다주겠다는 것이,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키워가는 배 사장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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