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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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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분양원가공개운동의중심에서있는김헌동(49)경실련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의이력은상당히독특하다.
그는19년동안대기업건설회사에근무하며건설현장을누볐다.
베일에쌓여있는건설업계의내막을누구보다잘안다는뜻이다.
95년삼풍백화점이붕괴됐을때,한달음에사고현장으로달려간그다.
처참하게무너져내린콘크리트잔해속에서생존자들을구조하며그는심한자괴감을느꼈다.
더이상이대로는안된다,건설산업의근본적인구조개혁이필요하다고판단한그는,외국건설전문가들과일하며쌓은경험을토대로해외사례와개혁방안을담은책을자비로펴냈다.
경실련활동에도적극적으로참여하기시작해,2000년에는다니던회사에사표를던졌다.
주택가격의거품이어떻게생기고,그과정에서누가이득을챙겨가는지,먼저낱낱이밝혀내야만문제해결이가능하다는게그의지론이다.
김본부장은“대형사고가터져야잠깐관심을가질뿐,건설업계의실상에대해국민들이너무모른다”며“분양원가공개요구는첫출발일뿐”이라고말한다.
그가정면으로겨누고있는것은건설업자와관련공무원,주택관련공기업과각종협회,그산하의연구기관과언론이한덩어리로엮이어막강한권력을행사하고있는‘건설족’이다.
그는주택·건설시장의구조적인문제점에대해날카로운비판들을거침없이쏟아냈다.
청와대경제수석을지낸김태동금융통화위원이그의친형이다.



분양원가의공개가필요한이유는뭔가?
아파트값이총액기준으로지난해에만150조원올랐다.
최근3년동안따지면500조원이뛴셈이다.
서민들입장에서는강탈당한것과마찬가지다.
이런식이면,집사기가점점어려워진다.
현행주택공급체계에서는소비자가보호받을수있는장치가단한가지도없다.
정부도소비자를보호해줄의지가전혀없다.
짓지도않은아파트를파는선분양제는세계에서우리나라만한다.
완성된주택을판다면굳이원가를따질이유가없다.
지금은아파트를살때,사실상땅과주택2가지계약을함께하는것과마찬가지다.
땅은계약서에도장을찍는순간매매가이루어진다.
그러나집은다르다.
건설회사에이런이런식으로지어달라고일종의도급계약,주문계약을하는것이다.
주문계약을하면서주문원가를알아야하는것은너무나당연하다.
그래야계약내용과차이가있으면문제제기를할수있다.
주택공사나도시개발공사의원가공개는더말할필요도없다.
공기업의주인은결국국민이다.
주인이사업내용을공개하라는데안하는건말이안된다.



정부는분양원가를내리는데는원가공개보다원가연동제가더효과적이라고주장하는데.
그동안건축비와토지비가얼마였는지를다밝혀야한다.
어디에어느정도거품이끼어있었는지확인해야,해법도찾을수있다.
원가연동제는5년전,분양가자유화이전으로되돌아가겠다는것이다.
그렇게1년쯤가서,다시불만이나오면원위치하겠다는,전략상후퇴일뿐이다.
과거5년동안의거품의실체,잘못된정책의실패를다덮고가자는것이기도하다.



노무현대통령이원가공개를하면,주택공사의임대주택사업이큰어려움에빠질수있다고지적했는데.
외국은전체주택의20~40%를정부가반영구적으로소유한다.
평생노력해도집한채구하지못하는사람들이있다.
그런사람들이혜택을본다.
우리는임대주택비율이2.5%에불과하다.
주택공사가임대주택사업을한다고하지만,대부분이5년임대하고파는것들이다.
그걸임대주택이라고할수가없다.
임대주택사업을하려면엄청난돈이필요하다.
주택공사가돈이있나?없다.
그럼누가돈을갖고있나.국민연금같은연기금들이다.
이들이주택임대사업에적극나서야한다.
임대사업은기금의재정안정을위해서도꼭필요하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시작한계기는무엇인가.
지난2월경실련이아파드값거품빼기운동본부를결성했다.
앞으로몇년동안핵심사업이될것이다.
지난해참여정부가출범하면서,그동안의공급자위주의주택정책을소비자중심으로전환하겠다고선언했다.
노무현대통령이그첫과제로후분양제도입을검토하라고건교부장관에게직접지시했지만제대로된게없다.
지난2월3일,건교부가후분양제활성화방안이라는것을국무회의에서보고했는데,한마디로시늉만하다말겠다는것이다.
대통령임기가끝나는2007년경1천가구정도만시범적으로해보겠다는게전부였다.
그많은국무위원가운데그게정말활성화방안인지아닌지그걸판단할수있는사람이단한사람도없었다는게더문제다.
대통령이지시해도이정도라면,더이상기대할게없다.
소비자인국민이나서는방법밖에없다.
아파트값의거품을빼지않고는빈부격차도,근로의욕저하도해결할수없다.



건교부가소극적인이유는뭔가.
경제부처장관들은대개퇴임하고국회의원으로간다.
장관으로있는동안만경제성적표가잘나오면그만이다.
그렇게하는데건설업만큼효과적인게없다.
밑에있는관료들도마찬가지다.
대통령은임기가4년이지만관료들은30년간다.
건설업협회나산하단체,관련공기업,공제조합들이엄청나게많은데,퇴직하고나면이런데가서15년정도는버틸수있다.
전직상관이업자대변해로비하고,또얼마안돼자신도그곳으로가야하는것이다.
제대로될수가없다.
이런유착관계로맺어진게바로건설족,건설마피아다.
이들은막강한돈과인력을갖고있다.
소비자나일반국민은도저히상대가안된다.
이런구조를깨야한다.
일본도마찬가지문제를겪었다.



건설산업자체의경쟁력은어떤가.
80년대중반까지만해도세계적인경쟁력을유지했다.
우수한건설노동자들이있었기때문에가능했다.
지금은최하위권이다.
이라크건설특수를기대하는데,현실성이없는소리다.
우선건설관련법령을들여다보면가격담합이아주용이하게돼있다.
치열한경쟁을하도록하는구조가아니다.
정부공사는업체가기본적으로30~40%이익을보도록공사비를책정한다.
공사를따내기만하면큰돈을버는것이다.
시민단체의끈질긴요구로최저가낙찰제가1천억원이상공사에한해2001년부터도도입됐는데,이게제대로만되면상당한효과를볼수있다.
매년정부가공사비로40조~50조원씩쓴다.
그걸최소한30~40%,12조에서15조원절약할수있다.
거꾸로말하면,그동안건설업자에게그만큼정부예산을퍼줬다는얘기가된다.
택지공급도마찬가지다.
토지공사가국민들이농사짓던땅을강제로수용해택지개발을한다.
그러면시가로평당800만원정도되는데,그걸30~40%싼값에,그것도추첨으로건설업자에게넘겨왔다.
땅한건만운좋게낙찰받으면건설업자들은아무런노력도들이지않고앉아서수백억원을챙길수있다.
이런상황에서는경쟁력있는건설업체가나올수없다.

건설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미국이나 영국, 일본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다.
미국은 94년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기간 50% 단축, 시설운용비 50% 절감, 건설 재해율 50% 감소, 건설폐기물 50% 감출 등 7가지 목표를 세우고 범정부적인 추진기구를 만들어 실행했다.
영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비용은 대폭 줄이면서 품질과 수명은 비슷하거나 더 좋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도 과감하게 거품빼기를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을 거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존의 보호막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게, 바로 규제개혁 아닌가. 후분양제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지금은 건설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
외국에선 건설회사 말고도 프리랜서 건설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움직인다.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잘 발달돼 있다.
금융이 철저하게 감독기능을 수행하는 체계다.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발전소 건설비용이 줄어야 전기료가 싸진다.
고속도로 건설비용이 내려야 물류비가 준다.
사회간접자본의 건설비용이 싸고 좋아야 원가 경쟁력이 생기고, 기업의 경쟁력도 생긴다.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건설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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