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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벤처연방체를 업그레이드 하라
[커버스토리] 벤처연방체를 업그레이드 하라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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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 벤처 지주들의 도전
정현준(34)씨. 자칭 M&A 전문가인 그는 지난 98년 홀연히 나타나 한국디지탈라인을 인수하고 올해 디지탈임팩트의 대주주로 떠올랐다.
그러더니 지난 8월 한국디지탈라인과 디지탈임팩트에다 검색엔진 ‘알타비스타 코리아’의 평창정보통신까지 얹어 자본금 2천억원 규모의 지주회사 디지탈홀딩스를 세우겠다고 발표하면서 벤처기업의 구세주처럼 행세했다.
IMT-2000 사업권을 둘러싼 공방이 한창일 때는 이들 3개 회사의 합작을 통한 참여를 선언해 시너지 효과를 과시했다.

하지만 그가 세우겠다던 지주회사가 일으킨 것은 시너지가 아니라 스캔들이었다.
유동성 위기설에 ‘정현준 게이트’까지 덮쳐…“그래도 벤처연방체가 대안” 사채업자의 돈에다 인수한 금융사 및 벤처기업들의 돈, 증권브로커를 통해 모은 개인투자자들의 돈까지 끌어모아 벤처재벌의 야망을 불태우더니 결국 부패의 사슬에 묶여 화형대에 오르는 신세가 됐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그린필백화점과 한국디지탈라인의 부도는 벤처기업을 둘러싼 거대한 부패 스캔들의 시작이었다.
그는 동방·대신상호신용금고의 대주주로 행세하면서 거액을 불법으로 대출받았고,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에게 뇌물을 건넸다.
그의 사설 펀드에 정·관계 인사들이 돈을 집어넣었다는 소문도 돈다.
사람들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겠다던 M&A 전문가가 벤처지주회사 경영자로 변신하겠다고 욕심을 부린 것부터 문제였다고 뒤늦은 비난을 퍼붓는다.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끌어댄 도덕 불감증에도 손가락질을 해댄다.
하지만 일부 냉정한 사람들의 비판은 더 깊은 곳을 찌른다.
벤처지주회사, 그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벤처지주회사들이 애초부터 승산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벤처연방체’의 영광과 상처 벤처지주회사는 IMF 뒤 ‘재벌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기업체제’로 급부상했다.
한국 경제를 주도해온 재벌들이 사실은 엄청난 부실덩어리였음이 드러나면서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자 사람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에 목말라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의료장비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메디슨이 “벤처는 벤처들끼리 출자관계를 맺으면서 노하우를 주고받아 건전한 생태계를 이뤄가야 한다”며 벤처연방체라는 모델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이것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질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마침 코스닥시장이 초활황을 보이면서 벤처기업 지분이 노다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벤처지주회사는 시대의 대세로 굳는 듯했다.
메디슨에 이어 다우기술, 골드뱅크, 새롬기술 등 다른 벤처기업들도 너도나도 벤처기업 투자에 나섰다.
정부도 몸집 가벼운 벤처기업이 공룡 같은 재벌의 대안이라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연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좋은 시절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2년 동안 초활황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급속히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금융권 구조조정 문제로 자금시장마저 악화했다.
코스닥시장은 폭락을 거듭했다.
한때 일확천금의 꿈을 안겨줬던 많은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주식은 이제 대부분 휴짓조각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벤처기업 주식을 잔뜩 안고 있는 벤처지주회사들에 ‘자금이 묶여 있는데 괜찮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벤처캐피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느리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모기업조차도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
영업까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말 최악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선두주자 메디슨은 이미 몇달 동안이나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다.
지난 6월 한 국기업평가로부터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 많고 주가하락으로 투자한 주식이 묶여 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 2단계 강등’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판정을 받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글과컴퓨터 등 보유주식을 판다고 선언했지만 매각협상은 잘 풀리지 않고 있다.
빚 갚을 날은 계속 다가오고 돈은 들어오지 않자, 시중에는 끊임없이 ‘일이 터진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메디슨은 물론이고 다우기술 등 벤처지주로 꼽히는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지난 3~5월부터 바닥으로만 고개를 숙였다.
골드뱅크, 로커스, 리타워테크놀로지 등 이들보다 조금 늦게 벤처투자에 나선 기업들도 주가폭락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정현준 게이트’까지 터지자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로커스나 다우기술에 대한 투자등급을 연달아 하향조정했다.
벤처지주들은 “주식시장 전체가 폭락하는데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부악재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문제점을 먼저 돌아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에 대한 불감증이었다.
메디슨의 한 임원은 지난 5월 “거시경제흐름을 보면 심상치 않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가, 득달같이 달려온 다른 간부들의 거친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이 좋은 시절에 왜 분위기 망치는 소리를 늘어놓아 혼란스럽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 임원의 경고대로였다.
5월이라면 시장이 이미 꼭지점을 돈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시기였는데도, 지나친 낙관으로 장기차입금 대신 싼 맛에 단기차입금을 들여왔고, 만기가 몰리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져나왔던 것이다.
위기 불감증에다 도덕적 해이까지 핵심 분야와 관련없는 투자는 위기 불감증을 넘어 도덕 불감증으로까지 비친다.
벤처기업들의 금융사 투자 붐이 대표적인 사례다.
22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골드뱅크는 골드상호신용금고의 대주주다.
지난해 코스닥 활황세를 타고 조달한 풍부한 자금으로 신용금고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것이다.
텔슨전자는 텔슨상호신용금고와 한국상호신용금고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금융포털을 위한 기반이다’, ‘주식시장 불황에 대비한 자금조달책이다’는 따위의 이유를 대지만, 사람들은 정현준씨 역시 한국디지탈라인 인수로 큰 돈을 번 뒤 바로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정현준 게이트’의 불씨를 심었다는 사실을 함께 떠올린다.
아무리 잘 봐줘도 비관련 다각화라는 화살은 피할 도리가 없다.
신용금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코스닥 벤처기업에 유행처럼 번졌던 창업투자회사 설립 바람에도 이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기업활동보다는 재테크를 노린 머니게임용 투자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굿모닝증권은 최근 로커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사실상 매도의견인 ‘비중축소’로 하향조정하면서 “자본금의 4배나 되는 200여억원을 관련없는 한강구조조정기금에 투자했다가 주가하락으로 70억원 가까운 평가손실을 입는 등 공모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말로 벤처지주회사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등대’에서 ‘비도덕적이고 위기에 취약한 구제불능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일까? 하지만 벤처지주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많은 선발 벤처기업인들이나 벤처전문가들은 여전히 지주회사 모델을 선호한다.
지주회사가 벤처에게는 가장 건전하고, 어쩌면 유일한 전망이며 대세라는 주장이다.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은 “생산능력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가져가는 오프라인 기업과는 달리 가볍게 움직여야 하는 벤처기업들은 핵심 역량을 빼고는 아웃소싱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재테크를 위한 머니게임이 아닌 전략적 지분출자는 기업끼리 피를 섞는 행위로, 이런 제휴를 쉽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커뮤니티 정회훈 대표도 “큰 덩치의 기업을 가져가는 것보다 작고 효율적인 벤처기업 여러개를 가져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위험관리를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래도 계속되는 벤처연방체의 꿈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
메디슨과 비트컴퓨터는 80년대 초 의료 관련 정보화사업이라는 비슷한 분야에서 ‘벤처 1세대’라는 간판을 걸고 창업했다.
자칫 서로를 뜯어먹는 경쟁을 벌이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중소기업에 척박한 당시 시장환경에서 그러다간 순식간에 대기업 앞에 쓰러지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두 기업은 지분을 섞어서 ‘혈연관계’를 맺었다.
상대방이 성장해 주가가 올라가면 나에게도 유리해지도록 ‘상생의 환경’을 강제로 조성한 셈이다.
의도는 맞아떨어졌다.
그 뒤 비트컴퓨터와 메디슨은 같은 분야에서 부닥치기는커녕, 의료정보화 관련 분야에서도 서로 조금씩 빗겨난 틈새를 찾아 각자 최고 위치에 올라섰다.
단 한번 사업영역이 부딪쳤다.
병원, 약국, 제약회사 등을 잇는 의료종합정보 시스템을 서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 의료전산화와 의약B2B는 대세라고 전망했기 때문에 서로 양보하기 싫었다.
그렇다고 형제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기도 싫었다.
94년 두 기업은 결국 각자의 인력과 기술을 떼어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그게 현재 코스닥 등록기업인 메디다스이다.
이게 바로 벤처연방체의 정신이라고 조 사장은 강조한다.
물론 당시 액면가에 투자했던 메디슨과 비트컴퓨터는 막대한 평가차익을 얻었다.
로커스홀딩스를 출범시켜 지주회사 대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로커스는 이런 시너지 효과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항상 투자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집단을 지주회사에 둘 계획이다.
양범준 이사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투자회사들의 재무, 기술,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컨설팅할 수 있는 역량을 모기업에 집중시킬 계획”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벤처지주회사들이 벤처연방체 모델을 확장시켜나갈 능력이 있을지는 이런 이상과는 또다른 문제다.
‘지속가능한 벤처지주회사’가 가능하려면, 투자지분을 이익을 보고 회수하면서 자금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든지, 투자한 기업들이 모기업의 수익에 도움을 주든지, 아니면 모기업의 실적이 압도적이라 투자기업들에서 나오는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 있을 정도가 되든지 해야 한다.
과연 대표적인 벤처지주회사들의 뒷심은 얼마나 될까? 메디슨 “투자 선순환 시작됐다” 모두 47개 기업에 18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메디슨 손길준 자금부장은 “메디슨은 올해 9월 말까지 유가증권 처분이익이 850억원이다.
올해 투자한 액수는 500억원 정도다.
지난해에 이어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몇년 전에 투자해둔 주식들이 회수되기 시작해, 여기서 들어온 액수가 새로 투자하는 액수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매각한 메디다스와 메디페이스, 그리고 매각에 합의한 무한기술투자 지분가격도 투자원금에 견주면 10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물론 벤처지주회사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분매각은 일부만 하고 있다.
어쨌든 이 설명대로라면 메디슨은 앞으로 외부에서 따로 자금조달을 하지 않더라도 연방의 외연을 점점 넓혀나갈 수 있게 된다.
손 부장은 여기에 덧붙여 “상반기 기준으로 지분법 평가익도 330억원이라 팔지 않은 지분도 모기업 손익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4~5년 전 투자한 초기 투자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시작한데다 메디다스나 바이오시스처럼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까지 생긴 덕이다.
그는 또 투자기업들이 대부분 의료 관련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노하우나 기술 전수를 통해 보이지 않게 수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다우기술에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이는 기업분석가들이 많다.
이 기업은 38개 기업에 1천억원이 넘는 투자원금을 묻어두고 있는데, 영업이익이 계속 나고 있는 상태라 기본은 탄탄해 보이지만 최근 온라인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이나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전공과 무관한 금융사들에 지나치게 많은 액수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윤성진 선임연구원은 “다우기술이 처음에는 영업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에 집중했는데, 최근 포트폴리오 투자 쪽으로 바뀌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우기술은 상반기 기준으로 9억원 정도의 지분법 평가손실을 입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투자기업들이 대부분 1~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인터넷기업들이라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1~2년이 지나면 투자기업들이 자리를 잡아 지분법으로도 쉽게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리타워테크놀로지는 모기업의 사업을 바탕으로 지주회사화를 추진하는 메디슨이나 다우기술과는 달리, 순수 인터넷지주회사를 지향한다.
현란한 주식교환 방식으로 33개 기업에 투자한 리타워텍은 올해 자회사들의 매출이 3천억원, 순이익은 300억원 정도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지분이 5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모기업에게 지분법 평가익으로 15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수를 위해 아시아넷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영업권 상각 문제 때문에 올해 700억원의 손실을 안게 될 전망이어서 550억원 정도의 순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영업권 상각은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되므로, 자회사들의 급격한 수익증대가 있어야만 흑자로 돌아설 수 있게 된다.
당분간 영업권 상각부담을 넘어서 흑자를 기록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하지만 최근 에릭슨에서 400억원을 투자받아 실탄은 마련한 상태다.
“벤처연방체는 새로운 문화이고 실험” 엘지투자증권 전현식 연구위원은 벤처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두가지를 든다.
첫째, 모기업이 시장선도력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있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금자산이 많고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커야 한다.
현금으로 인수합병을 하면 물론 좋지만, 현금을 들이지 않고 주식교환 등을 통해 인수합병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주가가 너무 떨어져서는 곤란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IT 벤처기업의 지주회사 전망은 결국 IT 산업 전반의 전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산업의 IT화가 대세라면 지주회사 역시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명료한 대답을 내놓는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좀 다른 관점의 대답을 내놓는다.
“벤처기업은 신경제 신산업이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일궈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전략과 정신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고, 지주회사 개념도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벤처지주회사라는 지배구조의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기업들의 느슨한 결합체’라는 연방체의 실험성에 주목해달라는 주문이다.
*지분법이란? 지분법은 계열사 중 투자지분이 20% 이상이 되거나 경영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할 경우 투자지분의 순이익 및 순손실을 지분비율만큼 경영실적에 반영하는 제도다.
연결재무제표 작성 때 투자법인의 피투자법인에 대한 투자계정을 처음에는 취득원가로 계상하지만, 그 뒤에 피투자법인의 손익을 계속해서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ㄱ사가 ㄴ사에 50%를 출자하고 ㄴ사가 이번 회계연도에 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면, ㄱ사의 순이익에는 5천만원을 더해주게 된다.
*영업권 상각이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인수할 때, 보통 피인수기업의 주식의 장부가에 영업권(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인수한 기업은 이 액수를 여러 해에 나눠 손실로 떨어내 회계처리를 해야 하므로 인수 뒤 몇년 동안 회계상 부담이 생긴다.
리타워테크놀로지는 지난 7월 아시아 지역의 20여개 인터넷기업을 보유한 아시아넷을 인수하면서 1조4천억원 정도의 영업권 상각 부담을 떠안게 돼,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평균 700억원씩의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머니게이머와 벤처기업가는 구분해야"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벤처교수’로 불리는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벤처연방체는 재벌을 대체할 대세이며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정현준씨의 한국디지탈라인과 같이 자본만 있고 기업간 시너지가 없는 지주회사는 진정한 연방체 벤처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메디슨 이민화 회장과 함께 벤처연방체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 을 출판했다. >벤처연방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의 전문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네트워크 없는 전문화는 사실 힘이 약하다. 생명공학산업만 보더라도 이제 화학 전자 등 다른 분야들이 모두 융합되는 추세다. 재벌이라면 그 모든 것을 사들이면서 무한확장하겠지만 몸이 가벼워야 하는 벤처는 다르다. 지분출자를 통해 강력한 제휴를 유지하거나 본체에서 커진 부분을 분사시키면서 연방체를 형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초생명기업’은 무슨 뜻인가? 본체의 비대화·관료화를 막기 위해 분사하다 보면 경험이 없는 신생 벤처기업들이 자꾸 생기게 된다. 그들이 선배 벤처기업들이 걸어온 시행착오의 길을 똑같이 걸을 필요가 없다. 출자한 선배 벤처기업들이 출자받은 후배 벤처기업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면서 ‘압축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은 수십년 살아남기 어렵지만, 그렇게 전수된 경험과 문화는 죽지 않고 이어진다. 이게 초생명기업의 개념이다. >벤처연방체와 재벌은 공통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업의 집단화를 꾀한다는 점은 같지만, 재벌이 수직적이고 소수의 통제에 의존하는 반면에, 벤처연방체는 다수의 느슨한 결합으로 이뤄진다. 재벌이 비관련 다각화로 시너지와는 상관없이 자본만 얽힌 기업집단인 데 비해 벤처연방체는 시너지가 있는 집단이다. 자본만 얽힌 재벌은 위기 때 도태된다. >정현준씨의 한국디지탈라인 사태가 벤처연방체론에 회의론을 일으킨다는 얘기도 있는데? 머니게이머와 벤처기업가는 구분해야 한다. 벤처연방체는 분명한 핵심 역량이 있고 시너지가 있는 기업집단이다. 한국디지탈라인 사태는 머니게임이 불러온 비극이다. 벤처연방체와는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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