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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신빈곤층 덫에 걸린 한국호
[커버] 신빈곤층 덫에 걸린 한국호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08.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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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월가계적자-24만8천원…가난의먹이사슬,경제성장발목잡아

때론숫자도사람을울린다.
통계청도시가계조사를보고있자면숫자가아니라사람이보인다.
눈덩이처럼불어나는가계적자앞에서무력하게주저앉는가난한사람들….그곁계층의사람들도도미노처럼쓰러진다.


소득순으로전체가구중하위10%를차지하는1분위가계는올해1분기매달평균38만2천원씩적자가쌓였다.
가처분소득의57.4%에달하는규모다.
하위20%인2분위가계는가처분소득127만5천원에11만5천원의적자를기록했다.
월적자율이9%다.
1,2분위를합한저소득층의월평균적자규모는25만원에가깝다.


1분위야호황때도적자를내는극빈층이니그렇다쳐도,1983년이후99년까지매분기흑자를냈던2분위가계마저도2000년부턴1년에절반이적자상태다.
고유선동원증권이코노미스트는“이들가계는적자누적이지속돼부채상환시기를가늠할수없다”고분석한다.
저소득층의신용불량,금융권부실채권문제도상당기간해소되기어렵단다.



빈곤층이1%포인트늘면1인당GDP0.22%줄어

남의얘기가아니다.
내수시장의침체가이어져자영업자,중소기업이속속무너지면당신도그계층에들어갈수있다.
“신빈곤층한테선스킨향기가난다”고류정순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말한다.
“예전엔가난한사람들한테서된장냄새가났어요.몸을잘못씻고옷도자주갈아입지못하는사람한테서나는독특한냄새죠.요즘상담소를찾아오는사람들은학력도높고자존심도높아요.냄새도좋고.”이들은대개사업실패등이러저러한이유로신용불량자가된사람들이란다.


새로운빈곤층증가는경제성장에도,내수회복에도상당한부담을준다.
심지어경제성장률을끌어내릴수도있다.
한국은행은최근펴낸‘경제양극화의원인과정책과제’란보고서에서“빈곤층이1%포인트늘어날때마다1인당GDP는약0.22%줄어든다”는분석을내놨다.


근거는이렇다.
“물적자본의축적이주된성장동력이되는경제발전초기단계에서는소득양극화가자본축적에필요한저축의증대를통해경제성장에도움을줄가능성이있다.
그러나인적자본의축적과기술혁신이주된성장동력이되는경제발전성숙단계에서는소득양극화가원활한인적자본투자를저해하고나아가기술혁신여건을악화시켜성장잠재력을훼손할가능성이크다.
그런데빈곤층이1%포인트늘때1인당인적자본은이전의99.68%로감소하는것으로추정된다.
한국의자본소득배율을0.3%로가정하면1인당GDP가이전에비해0.22%가줄어드는셈이다.


저소득층은중산층과함께내수시장에미치는영향이크다.
소득이적어경기에민감하게반응하면서지출을늘리고줄이는탓이다.
김승현신영증권이코노미스트는“보통고소득자들이내수시장을좌우할것이라고생각하는데고소득층소비가살아나도국내경기가살아날가능성은높지않다”고지적한다.
고소득층은교육비나피복비지출비중이높은데대개해외유학,해외명품으로지출되기때문이란다.


경기가살아나면중산층,저소득층이소비를늘릴까?또하나의변수는부채다.
자산과신용이적어원리금상환압력을강하게받는중산층이하가계는부채가생기면소비를줄여원리금을갚아야한다.
다시말해원리금이어느정도줄어야다시소비의욕에불을지핀다는얘기다.


그렇다면다행이다.
고유선이코노미스트의가계수지분석에따르면월소득350만원이상가계는1년안에,250만원이상가계는17개월안에빚을갚을수있단다.
월소득150만원이상인가계도2년반정도면부채를상환할수있다.
내수침체의끝이보이는것같지않은가?


도시가계23%,부채갚을희망없어

그러나월소득150만원미만의저소득층은침체의터널속에서여전히헤메고있다.
앞서말했듯이계층은빚을다갚을날을기약할수없을정도로가계적자누적이심각한상태다.
적자가쌓이면저소득가계는빈곤가계로,빈곤가계는극빈가계로차츰전락하게된다.
이런위기의가계가전체도시가계의23%가량에이른다.


빈곤층으로한번떨어지면탈출은쉽지않다.
유경준한국개발연구원연구위원은<소득분배국제비교와빈곤연구>라는보고서에서“항상적소득기준으로극빈층탈출률은30%가까이되지만대부분차상위빈곤층으로진입하는것이어서실제빈곤층탈출률은6%에불과하다”고분석한다.
차상위빈곤층은극빈층보다약간소득이더높을뿐실제생활은큰차이가없다.
유위원은“한국에선빈곤층에진입할경우빈곤의함정효과가심각하게나타날수있다”고지적한다.


실제로외환위기이후한국의빈곤층비중은서서히굴러가는눈덩이처럼불어났다.
유경준연구위원과김대일서울대교수의연구에따르면,94년전체가계의8.8%였던빈곤층은96년9.7%로,2001년12%로늘어났다.
빈곤층은소득분포중간값의절반이하소득을벌고있는계층이다.


중간층도얇아졌다.
소득분포중간인70~150%구간의중간층은94년55%에서2001년50.5%로줄었다.
반면소득분포중간값의150%이상을버는상류층의비중은크게늘지못했다.
94년21%였던것이외환위기직후인99년23.3%로늘었다가2001년다시22.7%로소폭줄어들었다.


이대목에서의문이떠오른다.
외환위기와신용대란의난리통을겪고나서도한국경제는꾸준한성장세를보였다.
내수시장침체로4분기째민간소비는마이너스증감률을보였지만수출호조로올1분기한국GDP는5.3%성장한것으로추정된다.
그런데왜중간소득층은줄어들고있는걸까?왜상류층은늘어나지않는걸까?

일단자산불리기측면에서보자.자본소득을얻기는90년대보다힘들어졌다.
과거고성장,고금리시대에중·저소득층의자산형성을도왔던예금상품은저금리시대에접어들면서자산재분배기능을잃어가고있다.
정기예금예금금리는81년엔24%,82년이후90년대까지는8~10%대에이르렀다.
90년대까지만해도중·저소득층은투자고민없이번돈을예금에만넣어도충분히자산축적을할수있었던것이다.
최근예금금리는한창때의절반에도미치지못한다.
한국은행은7월28일6월의저축성예금금리가3.81%로전달보다0.02%떨어졌다고발표했다.
2003년말엔4.1%,2002년말엔4.7%였다.


그렇다고저성장,저금리시대를피해갈순없는일.미국,스웨덴,독일,영국,일본등주요선진국들도1인당국민소득1만달러를넘어서면서부터는경제성장률과예금금리가예외없이2~3%대로하락했다.
이때부터개인의자산포트폴리오가다양해졌다.
2003년기준으로미국인은자산의32.4%를주식으로,9.6%를뮤추얼펀드등투자신탁으로가지고있다.
보수적인투자태도로유명한일본인도자산의7.4%는주식으로,2.3%는투자신탁으로,55.9%를현금과예금으로보유한다.
그러나한국인의현금및예금보유율은60.3%에이른다.
주식에5.8%,투자신탁엔4.8%를두고있을뿐이다.
투자문화는쉽게바뀌지않는다.
중산층이자산을크게불리지못하면상류층비중도늘어나지못한다.


예금금리는떨어졌는데도대출금리는떨어지지않는다.
금융기관들이저소득층등의대출에대한신용리스크를크게잡고예대마진을더넓히고있기때문이다.
예대마진,즉예금과대출의금리차는지난해말2.08%포인트에서올3월엔2.22%포인트,5월엔2.15%포인트까지늘어났다.
활황기였던2000년엔1.54%포인트였다.
그동안예대마진이0.6%포인트가까이더벌어진것이다.


예대금리가벌어지는현상은단순히금융기관의이윤증가를의미하는것이아니다.
금융기관이대출된자산의부실화율,즉손실리스크를감안해마진을계산하기때문이다.
김승현이코노미스트는“저소득층에대한신용리스크가커지면예대금리차가벌어져고소득층등금융자산보유자가얻을수있는이자수익이줄어든다”고지적한다.
저소득층이부실해지면금융자산보유자가기회수익을잃는셈이다.


그런현상은2003년신용카드대란때이미일어났다.
당시카드채투자자들은보유채권값폭락으로매도때큰손해를봤다.
자산가들의금융자산을굴리는투자기관들도카드채,카드주폭락으로적잖게손실을냈다.
저소득층이무분별하게카드신용을사용한대가를카드채를보유한자산가가진셈이다.
오석태씨티그룹글로벌마켓이코노미스트는“카드사대손충당금은하류층에대한상류층의소득이전”이라고지적한다.
빈곤층과자산가층은보이지않는끈으로묶여있는셈이다.
‘이자’라는끈말이다.



10년호황의문턱,저소득층넘어지면못넘어

저소득층의가계수지악화문제만빼면사실한국경제는최대의기회를맞이하고있다.
시장이코노미스트들은소비거품이나시장거품의붕괴를걱정하지않는다.
한국의소비거품은미국의80년대보다미약하고부동산거품역시일본의80년대에비하면별문제아니란다.
중국의성장이위협적이라지만여하간지금은한국의최대수출지로서수출경기를떠받쳐주고있다.


특히좋은건인구구조다.
베이비부머세대덕택에15~64살의경제활동인구는과거어느때보다두텁게형성되어있다.
가장활발히돈을벌고쓰는연령층인20~40대도어느연령층보다많다.
미국,일본의내수시장도베이비부머가이연령대에있을때긴호황을누렸더랬다.


관건은저소득층의시장재진입이다.
김승현이코노미스트는“지금한국은10년호황의문턱에서저소등층몰락이라는덫에걸린형국”이라고표현한다.
그문턱을자산가,중상이상소득계층의힘으로만은넘어갈순없다.
글로벌개방경제속에서도한나라의소득계층은저마다독특한생태순환고리를구성하고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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