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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30대]김기식 / 참여연대 사무처장
[나의 아름다운 30대]김기식 / 참여연대 사무처장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4.08.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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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와비주류경계선에서다
올해로참여연대가생긴지만10년이됐다.
지난10년동안참여연대는한국사회에참으로많은의제를설정해왔다.
1997년시작한‘작은권리찾기운동’을비롯해한국의대표기업삼성전자도불편해하는‘소액주주운동’,그리고2000년‘총선시민낙선연대’등정재계를아울러참여연대는무서운존재다.
그런참여연대와늘동급으로거론되는사람이김기식사무처장이다.
93년참여연대의전신인‘참여민주주의를위한사회인연합’을만든후,94년9월지금의참여연대를태어나게한장본인이바로그이기때문이다.


지금이야참여연대가무서운존재로자리잡았지만,처음부터순조로운것은아니었다.
무엇보다당시진보운동의시각에서참여연대는‘개량적’인냄새가많이나는‘이단아’로여겨졌다.
그역시그런비판과싸우는게가장힘들었다고토로한다.


그도그럴것이그때까지의시민운동들은의도적으로자신들을여타민주화운동과구분지으며보수세력에빌붙는모습을보여왔기때문이다.
처음그가‘시민운동’이라는이야기를꺼내자많은사람들은그런이미지를떠올렸다.
하지만쉽게참여연대를폄훼하기어려웠던건,많은부분그에대한‘신뢰’때문이었는지모른다.
그가어떤투철한운동가와견줘도부끄럽지않은삶을산걸많은이들이인정하고있었기때문이다.



나의30대는참여연대다

“재수하던시절,연세대도서관에서공부하다광주를알게되면서인생이바뀌었어요.공부고뭐고다내팽개쳤다가,오로지운동을하기위해서울대에들어갔지요.그리고입학식날선배에게말해그날로언더서클에들어갔고요.”그날이후,80년대대학을다닌많은이들처럼그도대학시절내내수배와감옥생활을반복하며학생운동에몸담았다.
80년대후반엔인천지역현장에서노동운동을했다.


그러다80년대말,회의가몰아치기시작했다.
그가관여한노동조합이기본적인임금협상을하다무참히깨져해고자들이쏟아졌기때문이다.
동료들이해고후생활고를겪자,단순히자신이열심히하는것만으로그들을책임질수도,그상황을합리화할수도없다는사실을깨달았다.
“이념적으로자족하는게아니라실제로사회를얼마나변화시키느냐가제운동의판단근거가돼야한다는생각을했지요.조금이라도세상을낫게변화시켜구체적인사람들의삶의질이나아질수있는운동을하자고요.”

여기에하나더얹어진게30대에대한설계였다.
자신의20대를돌아보니,운동을열심히는했지만시대상황이만들어낸산물이라는생각이들었다.
시대에끌려다녔다는느낌을지울수없었던것이다.
하지만앞으로는자신의철학과가치를가지고스스로만들어가는운동을하고싶었다.
그래서고민끝에얻은결과물이당시시각에선파격적이었던참여연대였다.
때문에20대끄트머리에있던그는“참여연대는나의30대운동의설계다”고이야기하곤했다.


참여연대를만들면서내세운키워드는2가지였다.
‘권력에대한견제와감시’,그리고‘시민사회의다양한가치’가그것이다.
80년대를거치면서,그리고대안적체제에대한고민의답을얻지못하면서그는이2가지에자신의30대를걸기로마음먹었다.
그것은어떤체제가들어서든간에,시민사회가권력을견제하고감시하지못하면부패할수밖에없다는사실에근거했다.
또한편으론역시어떤체제가들어서든,인권과복지·환경과같은가치에대한고민은필요하다는것이었다.


그리고그고민을풀어가는방법으로그는‘의도된애매모호함’이라는전략을택했다.
“하나의분명한입장보다는넓게포용하면서진보적가치를세우겠다는거죠.운동이스스로고립되는것을막겠다는반성적측면도있고,우리현실에선중도우파적주장도충분히개혁적일수있으니이들을포괄하기위해서이기도하죠.”때문에참여연대회원들의스펙트럼은매우다양하다.
이데올로기로는중도우파에서중도좌파까지,계층으로는노동자에서부터전문직까지아우른다.
때문에두쪽에서비판과지지도사안에따라달라지곤한다.



운동상품도마케팅이중요하다

단체를이끌어야하는그에겐이런점이훨씬힘들수밖에없다.
“전참여연대의포지션을‘무시당하지않는비주류’라고이야기하곤해요.주류와비주류의경계선에항상서있어야한다는거지요.주류사회가참여연대정도는끊임없이끌어당기고싶어하는데,그러는순간우리운동성은약화되죠.그렇다고의도적으로비주류화하면그들에게무시당하고사회를못바꾸니까실력을갖춰야하고요.”하지만주류와비주류의경계선이계속바뀌다보니참여연대역시계속그경계를따라변화한다는게그의설명이다.
스스로의위치와목표를고정시키지않고계속사회에맞춰움직여야살아남는다는얘기다.


여기서뭔가익숙한이야기가떠올려지지않는지.바로변화하는사회에맞춰함께변화하지않는기업은살아남지못한다는기업의논리와꼭같다.
그역시비슷한이야기를꺼낸다.
“한국사회에서무시되지않으려면3가지가필요해요.우리가내놓는문제제기가다수의사람들로부터공감을불러일으킬합리성,그리고그들의지지,마지막으로그런문제제기를사람들에게효과적으로전달하고그들을움직이게하는방법이요.기업에서의마케팅전략처럼요.”

그의이야기를듣다보니참여연대가하나의벤처기업처럼여겨진다.
그기업은지난10년동안변화하는기업환경속에서계속필요한상품을내놓으며,그것을효과적으로팔아왔다는생각이든다.
그러고보니그는그기업의CEO다.
대표가있기는하지만,조직운영이나활동방향등을판단하는것은모두사무처장인그의몫이다.
하지만그는반성도잊지않는다.
그간각종전투속에서화려한승리는거두었지만,정작전쟁에서는이기지못했다는생각을떨칠수가없다.
예컨대그토록복지운동을했지만정작사회의빈부격차는더벌어지고있다는게,그에겐짐처럼다가온다.


그리고마흔을바라보는지금,그는앞으로이기업이팔아야할상품을고민하고있다.
요즘화두는2가지다.
“현재우리사회수구보수세력의핵심적이데올로기가성장주의와한미동맹론이에요.이게사회곳곳에퍼져우리를지배하고있거든요.특히우리정신세계의미국에대한종속성을어떻게극복할것인가가우리사회의개혁에정말중요할것같아요.”

원래그의40대계획은따로있었다.
40대초반에2년정도외국에나가그간의고민들을체계적으로공부한뒤,40대중반쯤사무처장을하다그뒤엔시민운동가들을교육하는것이었다.
그런데‘너무빨리’사무처장이되는바람에인생설계가다어그러졌다며아쉬워한다.
하지만걱정은없어보인다.
한장의정답지와도같은이사람은아마도조만간또다른정답을만들어낼것같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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