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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상상해봐! 전기 없는 세상
[테마기획]상상해봐! 전기 없는 세상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08.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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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과잉과전력난악순환의연속,과소비억제·에너지효율화로풀어야


인류가전기의혜택을누리게된것은그리오래된일이아니다.
영국의패러데이가‘정전기원리’를응용해발전기를처음만든것이1831년.우리나라에전기가소개된것은그보다56년늦은1887년3월6일의일이다.
그날경복궁건청궁앞전등을환히밝혀많은사람을놀라게했던전기는이제우리생활에서없어서는안되는‘필수재’로자리잡았다.
전기가끊어지면전화도,인터넷도,수돗물도,지하철도‘올스톱’이다.
인류가발명한에너지가운데가장깨끗하고공해가없는것으로꼽히는이전기야말로‘소리없이세상을움직이는힘’인셈이다.
그러나‘소리없는’전기도냉방수요로전력사용량이치솟는여름철이되면매년초미의관심거리로언론에등장한다.
10년만의무더위라는올해,전력사용량은이미7월22일부터연일사상최고치행진을이어가고있다.
전기는특성상공급이단1초라도수요를따라잡지못하면계통망전체가붕괴해광역정전이발생한다.
과연,안정적인전력공급에문제는없는것일까.

1994년무더웠던여름.많은사람이눈치채지못하고있었지만,국내전력공급능력은위기의문턱을수시로넘나들고있었다.
대구,순천,영천,밀양이39.4도,서울은38.4도까지수은주가오르는찜통더위가기승을부리면서집집마다냉방기를한껏틀어댔기때문이다.
밤에도기온이25도이하로떨어지지않는열대야까지한달넘게이어졌다.
당시전국발전소의최대전력공급능력은2743만kW.전력사용량이최고2669만kW까지치솟자공급예비율은2.8%(74만kW)로급락했다.
여차하면대규모정전사태가불가피한아찔한순간이었다.


그러면94년이후10년만의무더위라는올여름의전력사정은어떨까.일단,94년같은위기상황을걱정할필요는없어보인다.
그사이발전설비의추가건설로공급능력이크게증가했기때문이다.
현재우리나라의전력공급능력은5810만kW.한국전력은평균기온이34.5도를넘는이상고온이발생해도전력수요가최대5296만kW를넘지않을것으로예상한다.
이경우에도공급예비율은94년보다훨씬높은9.7%를유지하게된다.
당장전기공급이끊기는사태가발생할가능성은거의없다는뜻이다.



수도권전력자급률5%밑돌아

그러나수도권은사정이약간다를수있다.
2천만명이밀집해있는서울·경기지역은국내총발전량의45%를소비하지만,전력자급률이5%를밑돈다.
대부분의발전소가충청이남지역에위치해있기때문이다.
이는송전망을통해수백Km떨어진다른지역에서전기를끌어오는과정에서뜻하지않은사고가발생할가능성이그만큼높다는것을말해준다.
또한낡은변압기가문제를일으킬소지도있다.
매년여름철심심치않게발생하는대규모아파트단지의정전사태는대부분낡은자체변압기가폭증한전력수요를감당하지못해발생한다.
전력사용량이사상최고치를경신한지난7월22일에도울산과부산,대구의일부아파트단지에서과부하로변압기가타버리는사고가발생했다.


이런문제들을한꺼번에해결할수있는가장확실한방법은설비투자의확대다.
발전소를더지어전력공급능력을예상수요보다훨씬여유있게확보해두면되는것이다.
그러나문제는발전소건설에엄청난비용이들어간다는것.50만kW급화력발전소를짓는데6천억~1조원정도가필요하다.
또발전소만지어놓아서는소용이없다.
전기는기본적으로저장이불가능해생산하는즉시소비돼야하는특성을갖고있다.
생산된전기를소비자에게보내려면송전선,변전소,배전선등방대한설비를갖춰야한다.
또여름철전력수요에맞춰설비를무한정늘릴경우,상대적으로수요가적은계절에는설비를놀려야한다는문제가생긴다.
때문에전력수급정책에서가장중요한것은정확한수요예측과적정수준의공급예비율을유지하는것이다.
그러나우리나라의전력예비율은그동안주기적인급등락을거듭해왔다.
설비과잉과전력부족이되풀이돼왔다는뜻이다.



한국전력,탄생에서민영화까지

해방전까지만해도우리나라전력산업의주역은60여개에이르던소규모민간전기회사들이었다.
해방과함께남쪽에남겨진것은이가운데송배전사업자인조선전기와배전사업자인경성전기,남선합동전기등3개사에불과했다.
전체발전설비의88.5%가부전강,수풍등북부지역에편재해있던탓이었다.
48년북한의송전중단조처로남한지역에극심한전력난이시작되었다.
한국전쟁을거치면서그나마남아있던발전설비의40%가또한번파괴됐다.
57년남한의총설비용량은26만5천kW에불과했다.
전력산업의발전을위해적자상태이던3개전력회사를통합해야하는개편론이점차힘을얻기시작했다.
61년마침내3사가통합해독점기업인‘한국전력주식회사’가탄생했다.
한국전력주식회사는82년,정부가민간주식을100%매입해‘한국전력공사’(한전)로또한차례변화를겪게된다.
정부가62년부터3차례에걸쳐추진한‘전원개발5개년계획’의결과전력사정은서서히개선되기시작했다.
64년에는제한송전을전면해제하고마침내‘무제한송전시대’에들어서게된다.
그러나경제발전에따른수요의급증으로78년까지부분적인제한송전이되풀이될수밖에없었다.
원자력발전소건설등70년대이루어진대규모설비투자의결과,80년대중반에는오히려공급과잉현상이발생했다.
86년전력예비율은무려61.2%를기록했다.
그러나80년대말전력수요가급팽창하면서상황은또한번전력부족으로급변했다.
전력예비율은94년2.8%로최저치를기록한후가까스로상승하기시작했다.
건설기간이짧은LNG복합발전소를서둘러대거건설했기때문이다.
그러나LNG발전은환경친화적이고효율성이높은대신연료비가석유나,유연탄에비해비싸다는단점을갖고있었다.


이렇게보면,전력산업의발전과정은끊임없는설비투자의연속이었다고볼수있다.
현재그투자의책임을한전이모두맡고있다.
문제는막대한설비투자를계속하다보니한전의부채규모가눈덩이처럼불어나고있다는데있다.
91년7조6천억원에불과하던부채가10년만에31조7천억원으로4.2배가량급증했다.
이러한한전의부채증가와이로인한이자부담의급등은전기요금의인상으로이어졌다.
정부는현재전기요금을한전의정정투자수익을포함한생산원가전액을보장해주는‘총괄원가방식’으로산정하고있다.
이자부담이증가하면전기요금이오를수밖에없는구조인것이다.
앞으로한전의설비투자규모가더늘어날가능성이높다는데문제의심각성이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추산에따르면,향후경제성장률이4~5%를지속한다고가정할때,2015년에는7977만kW의발전설비용량이필요하다.
이는2015년까지50만kW급화력발전소70개를추가로건설해야한다는것을뜻한다.
이를위해서는70조원의자금이필요하다.
산업자원부와한전의예측역시이와크게다르지않다.
산업자원부와한전은약67조원의추가투자가필요할것으로보고있다.
만약이러한투자자금을그동안해온것처럼부채를통해조달한다면,이자부담의증가와이로인한전기요금의대폭적인인상을피할수없다.


지난10년간진행된‘전력산업구조개편’논란도그핵심은바로여기에있다.
정부는지난2001년한전의민영화와경쟁체제도입을뼈대로한구조개편안을확정하고한전의발전부문을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수력원자력등6개발전자회사로분리했다.
발전부문분할에이어,배전부문도6개회사로분할민영화한후전력도매시장과,소매시장에서서로경쟁을하게한다는것이정부의기본구상이었다.
하지만지난6월17일노사정위원회의결의로배전분할계획은결국백지화되고말았다.
가격급등과공급불안정등경쟁체제도입이가져올예상위험이예상편익에비해지나치게높다는지적이었다.


물론이러한결과는이미충분히예상된것이었다.
DJ정부가전력산업구조개편을추진하면서가장중요하게내세운주장은경쟁체제도입은경영효율을높일수있고,전력산업자유화는세계적흐름이라는것이다.
그러나한전의경영비효율성은경영방식의문제라고할수있다.
한전의경영합리화는능력있는전문경영인을선임하고,정확한원가분석을바탕으로합리적인비용절감목표를부과하는방식으로달성할수있다.
전력산업자유화가대세라는논리역시미국북동부의대규모정전과,영국런던의정전사태이후설득력이크게약화됐다.
전문가들은전력산업구조개편의핵심은이러한부차적인효과들보다는,장기적인투자재원의확보에있다고지적한다.
우선한전의발전설비를민간기업에팔아신규발전소를건설하고,전력산업에민간기업이참여할수있게함으로써민간자본이발전소건설에참여할수있게해야한다는것이다.
한전은배전분할의백지화와관계없이이미분리한5개발전자회사의민영화는계속추진한다는방침이다.



요금제가전력다소비형구조고착화시켜

일부전문가들은전기요금제도의개편을주장하기도한다.
현재전기요금은용도에따라가정용,산업용,일반용,농업용등으로구분해차등적용한다.
산업용의경우제조업의경쟁력지원을위해원가대비95%,농업용은저소득농어민생계지원을위해원가대비48%수준으로요금이낮게책정된다.
반면주택용과일반용은원가대비110%,117%로부담이더높다.
이러한‘정책적인’요금제도가우리경제를전력다소비형구조로고착시킬뿐만아니라,효율적인자원배분과균형있는산업발전을저해한다는것이다.
일본의경우,향후2010년까지전력수요가연평균1.5%증가에그칠것으로전망되는데,이는에너지절약형산업구조가빠른속도로정착되고있다는진단에기인한것이다.
우리나라의경우도,에너지정책과산업정책의방향이앞으로에너지저소비형생산기술의개발에맞춰진다면,장기전력수요예측치는더낮아질수있다.


환경관련단체들은절전기술도입과에너지효율화만으로도장기적인전력수급문제를상당부분해결할수있다고분석한다.
녹색전력연구회가추정한2010년최대전력수요는5176만kW.한전의예측한6062만kW와큰차이를보이는수치다.
녹색전력연구회의주장이옳다면더이상발전소를추가건설할필요가없게된다.
이들은한전이그동안기피해온전력수요관리방안을활용하면2010년까지800만kW의전력수요를줄일수있을것으로본다.
또한산업자원부는현재0.1%에불과한신재생에너지공급비중을2011년까지7%로높인다는계획을밝혔는데,이를그대로실천하기만한다면2015년에는1502만kW의전력을신재생에너지로공급할수있게된다.
이는100만kW급원자력발전소15개를짓지않아도되는양이다.
과대설비와과소비를줄이는데서전력문제의해법을찾아야된다는것이이들의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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