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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석유시대에 마침표를
[에디터스메모]석유시대에 마침표를
  • 이코노미21
  • 승인 2004.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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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특히 경제생활의 상당부분은 숫자와 한데 얽혀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붙들어두는 숫자는 종합주가지수나 코스닥지수, 혹은 나스닥지수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배럴당 50달러 고지를 향해 치닫는 유가야말로 거센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2차례의 ‘오일쇼크’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안겨준 상흔이란 게 몇 해 전 외환위기의 그것에 버금가는 탓이다.
나라 밖에서 치솟는 유가를 바라보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한푼이라도 기름값을 아껴보겠다고 너나없이 발버둥친다.
자가용 사용을 자제하기도 하고,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묘안을 짜내기도 한다.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석유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말해, ‘석유’는 이제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필수품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독자적인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투자상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른바 ‘펀더멘털’이라기보다는 주식, 채권, 외국환처럼 돈놀이에 쓰이는 멋진 ‘놀잇감’일 뿐이다.
사람들의 순진한(!) 의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을 뿐. 이쯤 되면, 배럴당 50달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값이 매겨지는 일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멋진 투자상품인 이상, 주식시장이 그러하듯 거품이 끼지 말란 법은 없을 테니 말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 옵션상품의 총가치가 1년 사이 266억달러 가량 급속하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이를 잘 반증해 준다.
생활필수품 기름값을 걱정하고 있을 때, 정작 한 해 사이 30조원이 넘는 투기자본은 그 석유를 가지고 돈놀이에 뛰어든 셈이다.
이제 남겨진 선택지는 인간생활에 필요한 필수재화로서의 측면을 더욱 부각시켜 ‘자유로운’ 원유거래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거나, 혹은 석유 시대와의 이별을 서둘러 준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둘 가운데 반드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
2가지 모두 힘을 쏟아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여기선 석유 시대로부터 발걸음을 돌리는 쪽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싶다.
3차 오일쇼크가 눈앞에 닥친 이 시점이야말로,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북돋울 마지막 기회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준비한 ‘21세기 에너지대안을 찾아서’라는 행사는 그래서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때마침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행정수도를 옮기느냐 마느냐의 뜨거운 공방을 넘어, 신행정수도를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의해 튼튼하게 유지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는 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날 행사에서 얘기됐듯, 신행정수도로 옮겨갈 관공서의 지붕마다 태양광 전지판을 얹는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또 다른 투기판의 ‘숫자’에 기죽지 않고 어깨를 편 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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