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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바로읽기]제각각 경기 진단과 해법
[경제기사바로읽기]제각각 경기 진단과 해법
  •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 승인 2004.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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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기상태와 내년도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은 물론, 경제정책 수단에 대한 논의가 올여름 날씨 못지않게 뜨겁다.
현재의 경기가 구조적 위기인가 아니면 순환과정의 일시적 침체인가를 둘러싼 언론과 정부의 논란이 첫 라운드를 장식하더니, 이어서 한 민간연구소와 정부 사이에 내년 경제전망을 놓고 두 번째 라운드가 벌어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여당과 야당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 확대냐, 조세 감면이냐를 놓고 또다시 격돌하고 있다.
과연 어느 주장이 더 타당하고 어느 정책이 더 적절한 것일까? 주요 일간지나 경제신문들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의 경제상태를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고, 내년의 경제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경기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그들 사이에서도 서로 엇갈린 주장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현재의 경기 및 전망에 대한 진단과 관련해 어느 주장이 더 타당한지를 보자.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거시경제지표와 함께 경제주체들의 주관적인 심리를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나 정부는 어느 한 측면만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듯하다.
구조적 위기를 주장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최근의 소비자전망조사나 기업경기조사에 나타나는 투자 및 소비심리의 지속적인 위축과 악화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실제로 제조업의 경기실사지수나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4월 이래 현재까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유가상승과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후퇴하고 수출이 줄어든다면 내년의 경기전망은 더욱 더 비관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순환과정이라고 주장하고 또 내년의 경기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펴고 있는 정부는 그 근거를 현재의 거시지표와 내년의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설비투자나 가계소비, 산업생산활동 등의 주요 거시지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만약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활황을 지속해 수출이 줄어들지만 않는다면 경제가 이제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거시지표와 경제주체들의 전망지수를 동시에 살펴보면, 현재의 경제상태를 위기나 회복 가운데 어느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으며, 또 내년 전망도 비관이나 낙관으로 예단할 수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현재 거시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주체들이 불안해하고 또 비관적인 전망을 갖는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있어야만 올바른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무조건 경기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일본형 또는 남미형 장기불황이 눈앞에 당도했다고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둘 다 문제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거시지표가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비관이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거시지표 내부에 들어 있는 구성내용의 양극화에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나 수출기업은 생산활동도 수익도 모두 늘어나고 투자도 증대시키는 반면, 중소기업은 반대로 판매도 수익도, 또 투자도 모두 악화되어 왔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고소득층은 소비를 증가시키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카드 빚과 적은 소득으로 인해 소비를 늘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지표와 체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론의 사설이나 칼럼에 자주 등장하는 주장들처럼, 반기업 정서나 정부규제 또는 부자에 대한 반감이 투자나 소비를 억제해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윤이 평판이나 규제보다 앞선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일상사가 아닌가? 또 이헌재 부총리의 말처럼 부자가 돈을 쓰지 않아서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거나, 부자들이 돈을 쓰도록 실체도 없는 반부자 정서를 없애자는 따위의 신문 사설들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부자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6월10일 재경부가 펴낸 “최근소비심리 및 소비지출 동향”을 참고하라.) 양극화된 경제의 한편에 서 있는, 투자도 소비도 늘릴 겨를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은 세금을 감면해 준다 한들 당장 투자나 소비를 더 늘리기가 어렵다.
차라리 재정지출의 증대를 통해 내수를 증진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당장의 투자와 소비증진에 더 효과적일 것이며 또 경제주체들의 주관적 미래전망을 비관에서 낙관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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