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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가폭락에 지지 않는다”
2. “주가폭락에 지지 않는다”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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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벤처지주회사들 “분야별 네트워크 구축”…‘에코넷’ 전략 지키기 몸부림
“1 더하기 1은 10이다.
”(One plus one equals ten) 사기꾼들의 억지소리같이 들리지만 실은 미국 나스닥의 대형 인터넷 지주회사인 인터넷캐피털그룹(ICG)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말이다.
전세계에 있는 인터넷 관련 투자기업들이 각각 떨어져 있을 때보다 10배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다가오는 인터넷 산업을 장악할 것이라는 야심찬 구호다.


이 구호는 미국의 대표적 벤처 지주회사들이 올해 초까지 엄청난 주가폭등을 경험하면서 영광의 진리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열광은 수익모델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면서 순식간에 싸늘한 냉기로 식어갔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이 구호가 사기꾼들의 순 억지소리 아니냐는 눈총을 다시 보내고 있다.
상투에서 바닥까지 추락 전세계 77개 인터넷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인터넷캐피털그룹의 주가는 99년 12월 말과 올해 1월 초만 해도 주당 200달러를 웃돌았다.
한국의 새롬기술을 선두 인터넷기업으로 만든 다이얼패드를 포함해 7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또다른 대표적인 인터넷 지주회사 CMGI도 1월 초 주당 160달러를 넘어섰다.
두 기업 모두 시가총액으로는 350억달러(약 420조원) 수준이었다.
인터넷 주식 붐이 가져온 일시적 현상이며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 같이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주회사 옹호자들은 일축했다.
“인터넷 지주회사는 경쟁력에 취약한 개별 인터넷기업과는 다르다.
투자기업들 사이의 시너지로 충분히 수익을 창출하면서 유지될 수 있다.
” 옹호론은 정교하게 이론화됐다.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 월간지 <레드 헤링> 2000년 2월호는 ‘에코넷’(econet)이라는 제목의 표지기사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새로운 기업체제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벤처인큐베이팅이나 벤처캐피털은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한 뒤 컨설팅 등을 통해 키워서 주식시장에 내다 팔아 내는 차익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았다.
그러나 CMGI나 인터넷캐피털그룹 같은 기업은 처음에는 인큐베이팅과 비슷한 방향이었지만, 완전히 방향을 틀어 공개된 기업도 지분을 유지하면서 분야별로 나뉜 인터넷기업들의 집단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요지였다.
투자가 분야별, 지역별로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이 경제 네트워크(economic network) 안에서 영업적인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효과가 이어진다면 21세기 유력한 ‘인터넷 재벌’(conglomerate)로 자라날 것이라고 이 잡지는 전망했다.
그러나 인터넷 주가폭락에서 이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CMGI와 인터넷캐피털그룹의 주가는 1월 초 이후 끊임없는 내리막을 걸었다.
3월 초 잠깐 급반등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단기적 반등에 그쳤을 뿐이다.
결국 인터넷캐피털그룹의 10월26일 종가는 12.06달러까지 거꾸러졌고, CMGI는 같은 날 17.12달러를 기록했다.
“형제기업과 투자기업을 구분하라” CMGI는 어떻게든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대적인 기업조직 개편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CMGI는 9월, 70여개 투자기업을 쌍방향 마케팅, 포털 및 검색, 이비즈니스, 인프라 및 기술, 인터넷 전문 서비스,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의 6개 부문으로 재조직했다.
기존에는 벤처캐피털 투자기업들이 분리돼 있지 않았고, 광고·마케팅, 전자상거래, 콘텐츠·커뮤니티, 기술 등 4개 업종 부문으로만 나뉘어 있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계열 벤처캐피털인 CMGI앳벤처스(CMGI@Ventures)의 투자기업들을 아예 별도 부문으로 떼어내버렸다는 것이다.
기존의 업종 부문 체계를 크게 바꾸지 않았으나 모기업이 주요하게 투자한 기업들만 여기에 포함시키고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은 업종에 관계없이 한데 묶어버렸다.
CEO인 데이비드 웨더럴은 “투자자들이 좀더 쉽게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규모도 작고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벤처캐피털 투자기업들을 한군데로 몰아넣고, 서로 시너지도 내고 수익을 낼 만한 기업들을 업종별로 분류해놓으면서 ‘투자수익만 노리는 벤처캐피털성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실 CMGI가 처음 유명해진 것은 라이코스나 지오시티 등 유명한 포털·커뮤니티 업체들에게 창업 초기단계에서 투자한 뒤, 이들이 주식시장에 공개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으면서부터다.
하지만 요즘은 투자한 인터넷 관련 기업을 시장에 공개해 시세차익을 보겠다는 수익모델은 어떤 투자자들에게도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제 사업의 스포트라이트를 벤처캐피털 쪽에서 거두고, 매출과 이익을 낼 만한 주요 투자 기업들에게 놓겠다는 것이 이들 조직개편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CMGI앳벤처스 이사 존 캘러건이 최근 애널리스트들과 만남에서 한 말은 이런 전략을 뒷받침한다.
캘러건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B2B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회사 이름이 닷컴으로 끝나지 않는 (오프라인) 기업들과 함께 일한다.
이비즈니스는 사실 인터넷기업과의 관련보다는, 일반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와 더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캐피털그룹 역시 “인터넷캐피털그룹은 인큐베이터도 벤처캐피털도 아니라는 사실을 아십니까?”라는 홍보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투자기업들 사이의 영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통한 수익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에 가장 큰 강조점을 두고 있다.
전세계를 포괄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인터넷캐피털그룹은 77개 투자기업을 유동성 창출기업, 수평적 시장조성 기업, 수직적 시장조성 기업, 기술·서비스 제공 기업의 4개 부문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유동성 창출기업에는 B2B나 B2C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 참여자들을 끊임없이 모아오는 기능을 하는 인큐베이팅 업체 등이 속해 있고, 수평적 시장조성 기업에는 여러개 산업 분야를 가로지르는 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수직적 시장조성 기업에는 한 산업 분야를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속해 있다.
기술·서비스 제공 기업에는 컨설팅·솔루션 업체 등이 포함돼 있다.
“인터넷 지주회사는 참모습이 가려진 빙산” 인터넷 지주회사의 옹호론자들은 이런 네트워크화는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시대의 대세라고 주장한다.
포추터 에셋 매니지먼트 케런 브레너는 “이들은 빙산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그 꼭대기의 일부밖에 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으며, CMGI와 같은 지주회사들은 미래에 결국 가장 성공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CMGI CEO 데이비드 웨더럴은 “내년에는 6개 사업 부문 가운데 5개가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런 옹호론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투자은행인 애덤스, 하크니스&힐스의 스티브 프랭클은 이들의 주가는 아직 바닥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주가회복은 된다 하더라도 아주 느리고 꾸준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CMGI의 사업 부문 구조조정에는 알타비스타의 대량감원이라는 아픔도 수반됐다.
주가폭락과 감원이라는 아픈 과정이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 될지, 아니면 더 큰 도약을 위한 움츠림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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