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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업계 “아, 옛날이여~”
[독일] 자동차업계 “아, 옛날이여~”
  • Hannes Mosler
  • 승인 2004.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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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생산거점 놓고 스웨덴과 갈등…업체 절반, 해외로 공장 이전 계획 독일이냐, 스웨덴이냐. GM의 유럽 내 생산거점을 놓고 두 나라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독일의 오펠이냐, 스웨덴의 사브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유럽 내 자회사인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치기로 한 GM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부터 2곳 가운데 하나는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자연스레 각 공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나아가 각국의 노조는 물론, 자국 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정치인들까지 나서면서 신경전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GM 경영진은 서둘러 2곳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폐쇄하는 것은 아니라며 사태를 진정하려 나섰으나, 의심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 상태이다.
사정이 더욱 다급해진 쪽은 독일이다.
애초 사브에 비해 좀 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데다 ‘오펠=GM 유럽’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하게 박혀 있던 터라 스웨덴의 사브와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업계의 고민거리는 그 뿌리가 훨씬 깊은 데 있다.
설령 스웨덴 사브와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혹은 2곳 모두 생산기지로 남아 있게 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걱정거리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무서운 속도로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동유럽이 그 주인공. 최근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에른스트앤영은 200여개 독일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운데 50% 이상이 동유럽이나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억유로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의 경우엔 이전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큰 탓에 선뜻 이전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들 신흥 생산기지의 경우, 공급 차질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아직은 큰 편이다.
생산비용, 임금 수준, 노동자 숙련도, 노동 유연성 등 다양한 기준을 중심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체코와 중국이 최고 순위에 올랐다.
두 나라는 생산비용, 임금 수준 등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동유럽과 중국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독일 자동차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는 독일 자동차업계에서 중국의 점수를 다소 낮추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응답자 가운데 96%가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동유럽의 경우, 9%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언어장벽(90%대 69%), 불투명성(80%대 60%) 등에서도 동유럽에 비해 중국이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장 규모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어쨌든 마케팅, 연구, 디자인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자리는 앞으로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 분위기다.
스웨덴 사브와 벌이는 날카로운 신경전은 물론이려니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임을 자랑스레 여기던 독일 자동차업계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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