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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중의 시장읽기]비관론이 게임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김범중의 시장읽기]비관론이 게임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 김범중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 승인 2004.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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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경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대기업들부터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으니 백화점의 금박지 입힌 굴비를 누가 사갈까 궁금해진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살기 어려운 요즘”이라는 어구는 너무도 많이 들어 이젠 노래가사처럼 귓가를 흘러 지난다.
시장 내부에 이토록 오랜 기간 비관론이 힘을 얻고 횡행했던 적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이런 비관론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가깝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고 미국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수출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복잡한 얘기를 차치하고도, ‘전년 동월비 수출증가율 43%’, 이러한 속도가 지속될 것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과욕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수출 탄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내수라도 살아난다면 괜찮겠는데 여전히 내수경기 회복의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출둔화가 본격적으로 관측되면 내수회복의 싹은 피기도 전에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관론의 핵심이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정치적 주류와 경제적 주류 간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점이 비관론이 번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주류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세력이었고 경제적 주류는 독재정권과 공생했던 세력으로 근본적인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수요량의 변화가 아닌 수요곡선의 이동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가 미래의 소득증가에 대한 기대다.
기대는 심리적 요인이고 결국 경제는 심리의 영향을 받는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불안심리가 경제를 넘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는 대개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면 개선이 일어나면서 선순환 사이클을 유인한다.
하지만 끝없는 비관론은 반등이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전에 그 연결고리를 끊는다.
여기에다 최근엔 고령화 사회 진입이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는 이미 2000년에 65살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9년에는 15%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광속’의 고령화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에 프랑스는 115년, 스웨덴은 85년, 일본이 24년이 걸렸다.
고령화 사회의 특징은 재정 부실이고 저성장 국가 진입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사회 진입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관론에도 허점은 있다.
수출둔화의 배경에는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소비부진이 있지만 여전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중국의 금리인상이 조기에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그린스펀은 2분기 성장률 둔화가 일시적이라고 평가한다.
심리라는 것을 경제적 지표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심리를 대변하는 주가는 850선을 넘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내일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닐진대 2019년까지 두세 번의 경기 사이클이 존재할 수 있다.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게임은 진행 중이다.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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