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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지상강좌 14] 우리밀 재배 ‘10년의 꿈’을 키운다
[남북경협 지상강좌 14] 우리밀 재배 ‘10년의 꿈’을 키운다
  •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 승인 2004.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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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근/한겨레통일문화재단연구위원

우리밀살리기운동,씨앗1400가마와파종기북에보내…농협경협의전기,품종개량도기대

지난10월15일오전10시인천항제1부두에서는남북농업경협의꿈을품은작은‘씨앗’들이남포로항했다.
이날인천에서남포로보내진것은우리밀‘씨앗’1400가마(56t)와이씨앗을뿌릴파종기5대다.
행사를주관한‘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www.gjunipia.org과‘우리밀살리기운동광주·전남본부’는이씨앗들이5~10년뒤우리밀의국내재배비율을높이는‘희망’으로돌아올것으로기대하고있다.


이날남포에도착한우리밀씨앗들은10월달안으로북한평안남도와황해도일대112만여평땅에뿌려진다.
이어이씨앗들은2005년3월에싹을틔운뒤5월에풍성한우리밀로수확될예정이다.
씨앗을보낸두단체가이때기대하는예상수확량은총1400t이다.
두단체는구체적인파종지역과앞으로의일정을논의하기위해남중현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이사등관계자3명을씨앗과함께남포에파견했다.


박영진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사무국장은이렇게우리밀씨앗을북한으로보낸데대해“앞으로우리밀분야뿐아니라남북한‘농업경협’에서이번씨앗보내기가단초가될수있을것”이라는희망을나타냈다.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이런‘10년의꿈’을북한에처음내비친것은지난8월말이다.
당시남북의일상적인대화통로가끊어진상태에서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금강산에서북한민족화해협력위원회(민화협)과협의를하고우리밀씨앗을보내는데합의했다.
북한민화협의협상관계자들도박사무국장의이런제안에흔쾌히“좋다”는의견을나타냈다.
미래의가능성을내다본남북간농협경협의‘씨앗’이잉태되는순간이었다.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이렇게북한에우리밀씨앗을보내기로한것은사실남한내부사정이크게작용했다.
무엇보다남한,특히광주·전남우리밀재배농가에서올해소화하지못한우리밀소비량이3만t에이르는현실이박국장등으로하여금다양한아이디어를내게했다.


우리밀,농약치지않은유기농식품

우리밀은1990년대이후한반도에서경작작물로서지위를잃었던우리밀을다시살리자는운동이벌어진이후꾸준히소비량이늘어현재는국내경작작물소비량의3%정도를차지하게됐다.
하지만우리밀은미국밀에비해‘찰기’가떨어져우리입맛에맞는빵등다양한식품을제조하는데어려움을겪고있었다.
이에따라올해는상당량이재고로남은것으로예상된다.


그러나우리밀은10월에파종해다음해5월에수확하는등겨울을이기고자라는작물이기때문에농약등을칠필요가없는그대로의‘유기농식품’이다.
농약은주로여름병충해를제거하는데사용되는데,겨울작물인우리밀은해당사항이없기때문이다.
이에반해미국밀은따뜻한기온에서자라기때문에잡초와병충해를예방하기위해농약을필수적으로사용해야한다.


이러한우리밀의장점을염두에두고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는우리밀을북한에보내는문제를깊이있게논의했다.
두단체는애초에는광주·전남농가에남은3만t의우리밀을밀가루로만든뒤북한에보내는방법을검토했다.
하지만이것은단기적인북한식량난해소를위해서는바람직한방안이아니었다.
‘우리밀가루’가아닌수입밀가루,더나아가중국밀가루로보낸다면같은가격으로더많은양을보낼수있기때문이다.
아직까지평양을제외한북한산간지방에서는식량난을제대로해소하지못한상황에서단가가높은‘우리밀가루’를보낸다는것은큰설득력이없는일이었다.


단기적으로북한주민식량난해소

하지만‘우리밀씨앗’은달랐다.
왜냐하면이씨앗은1년뒤에는몇십배의곡물이돼북한주민의식량난을해소하는데기능하고,장기적으로‘밀가루’가지니지못한더큰‘가능성과희망’을지니고있는탓이다.
박국장은“북한이씨앗을보내겠다는제안을받아들인것은남북농협경협발전에서전기가되는일”이라고밝히면서도“그러나아직성공을속단하기는이르다”고말한다.
왜냐하면우리밀은추위에민감한작물이어서북한내재배지가제한적이기때문이다.
우리밀은추운평안북도와함경도등에서는자라지못하고북한에서재배하더라도재배지역이평안남도와황해도로제한될수밖에없다.


하지만만일이씨앗이평안남도와황해도에서예상했던수확량을일구어낸다면남북농협협력의구도를크게바꿀것이분명하다.
가장중요한것이미국수입밀에대한‘우리밀’의경쟁력을크게높일수있다는점이다.
미국밀은여름작물이라는한계외에도긴수송과정을고려해방부제등많은유해물질이들어있을가능성이높다.
그런데도경쟁력이있는것은“값이싸다”는것이다.


북한에서우리밀의대량재배가가능하다면우리밀재배단가도크게떨어진다.
현재우리밀재배단가가높은이유중가장큰것은인건비다.
그런데북한에서재배할경우이인건비가크게떨어질것이기때문이다.
박국장은“만일내년에예상했던수확량이나온다면내년에는더욱많은양의우리밀씨앗을보낼예정”이라며“그경우더나아가우리밀종자개량문제도북한과함께논의할수있을것”이라고밝힌다.


박국장은더나아가우리밀의북한재배가정착되면남과북이함께우리밀품종개량에나설수있을것으로내다봤다.
박국장은“북한에서도우리밀품종이있으나품종개량이안돼남북을아우를씨앗으로기능하기어려운형편”이라고현재상황을진단한다.
하지만그는“그러나북한의우리밀은국수용에알맞고남한의우리밀은빵제조용에더걸맞다는말이있다”며“이렇게남북의우리밀종자를서로협력하면우리식탁에오를수있는더나은우리밀종자를개발하는데도움이될것”이라고말했다.



박스/농기계교류본궤도올라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는‘씨앗’교류와함께농기계교류도적극추진하고있다.
본부는2002년경운기100대를북한평안남도대동군에보내는것을시작으로농기계보내기와농기계수리센터조성사업을활발하게진행해왔다.


본부는첫해인2002년에트랙터를보낸데이어2003년에는콤바인100대를보냈다.
본부는이어같은해농기계수리공장설립을위해관련농기계부품을평남대동군에보낸바있다.
본부는또올해는선반·밀링등기초적인부품을가공할수있는기계와농기계수리공장운영용발전기를보내기도했다.


사실농기계에관한한북한이남한보다일찍농사에활용했다.
북한은초기부터농사의기계화를강력하게추진했다.
이에따라북한에서는1957년이미‘천리마’트랙터를만들어보급하기도했다.
이후천리마는한반도지형에맞게여러차례개량됐다.
하지만북한의물자부족등으로‘천리마’트랙터는제대로농사에활용되지못했다.
대다수가부품부족등으로고장난채농가깊숙이처박혀있는것으로알려졌다.


이에따라본부는이런농기계를수리해북한농업발전에활용하고자준비에나섰다.
본부는이를위해2003년‘전남남북교류협의회’를구성하기도했다.
협의회는전남과광주의지자체를총괄하면서,지자체단체장이바뀌더라도남북교류의지속성을유지한다는취지로만들어진기구다.
전라남도정무부지사와‘전남시장·군수협의회’회장등지역단체장이당연직공동의장을맡아사업의연속성을보장하고있다.


본부는이렇게북한과의농기계사업이본궤도에올랐다고보고앞으로는평양인근에‘농기계제조공장’을건립하는문제를모색할계획이다.
이공장을통해남과북에서모두통용될수있는‘한국형농기계’를만들겠다는기대를가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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