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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제, 근로자 좋고 기업 좋고
직무급제, 근로자 좋고 기업 좋고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4.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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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필요성으로‘일할의욕’높이고,비용절감으로‘한숨돌리고’

#사례1
한국휴렛팩커드는신입사원채용시해당직무에대한업무내용과책임소재,다른업무와의연관관계등을정확하게공지한다.
직무는굉장히세분화돼있다.
예컨대경리직원을한명뽑더라도그내에업무를세분화해서각각의자리에가장알맞은사람을뽑는식이다.
여러가지업무를두루맡기는국내기업과뚜렷한차이를보이는대목이다.


직무가세분화된반면,업무프로세스는국내기업에비해훨씬단순하다.
직무중심으로시스템이가동되기때문에옥상옥이그만큼적다는이야기다.
최영미한국휴렛팩커드인사지원부장은“직무급을중심으로한인사제도는채용에서부터교육및훈련,평가,보상에이르기까지의전과정이해당직무를중심으로이루어지는것이특징”이라고말한다.
특히직무급을시행하게되면직원들이상위직무로옮겨갈때스스로개발해야할부분이무엇인지가명확하기때문에전문성을높이는데도움이된다.


#사례2
“갑4호가아닌웨이터라는업무에따라임금을받는게가장큰차이죠.웨이터가처음입사를하면인턴사원을거쳐캐쥬얼웨이터→웨이터→캡틴→부지배인등의상위직무로점차옮겨가게됩니다.
단,상위직무에공석이생겨야지원이가능하며인터뷰와각종업무능력평가에따라이동이가능하죠.”이동주JW메리어트호텔서울인사부차장의말이다.


국내기업에선대체로일정기간이지나면승진을시켜주기때문에한부서에서5명중3명이주임이되는현상이빚어지기도하지만,메리어트호텔에선실제관리업무능력을인정받아야주임타이틀을달수있다.
근속연수에따라자동으로올라가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이차장은또“다른호텔의벨맨은근속기간에따라임금을높게받으며평생벨맨을하는경우가허다하지만,이곳에선벨맨도상위직무인프론트업무로옮겨가기위해자기계발을해야한다”고차이를설명한다.


이처럼국내에진출해있는외국계기업의상당수는임금체계의근간으로직무급제도를택하고있다.
전통적인의미에서미국식직무급은시장에서아주세분화된직무코드에따라하위직무에서상위직무로의이동이가능하도록돼있다.
미국에선20세기초반부터직무급체계가확립된것으로알려진다.


최근들어선경력단계에따라세분화된직무등급을그룹으로묶어놓은브로드밴딩(broad-banding)시스템이전통적직무급체계의대안적형태로등장하는분위기다.
상위직무로의이동단계가그만큼줄어들기때문에,관리비용을줄일수있는데다능력과성과에따라급여책정이좀더탄력적일수있기때문이다.
일명범위직무급으로도불린다.
한국휴렛팩커드나메리어트호텔등도이런시스템을사용하고있다.


국내선POSCO등에서직무급경험

국내기업들중에선직무급제도를운영하는곳을찾아보긴쉽지않다.
업무내용에따라임금을지급하는문화자체가생소한데다,호봉제를기반으로한기업별임금교섭에익숙해져있는노조쪽의반대도만만치않기때문이다.
예컨대지난해하나은행은직무성과급제를도입했지만,구서울은행쪽직원들은여전히단일호봉제를적용받고있다.
권준일하나은행인력자원부장은“호봉제에선우수인재에대한적절한보상을해줄수가없다”며“직무가치에따른공정한보상의의미도있지만우수인재유치에도적극적인유인책이될것”이라고말한다.
여기에합병조직이단일호봉제가아닌직무성과급으로가야하는이유가있다는것이다.


그렇지만직무급도입이섣부르다는지적은노조쪽에서만나오는이야기는아니다.
국내노동시장에선직무에대한명확한평가작업이이루어져있지않아표준화된시장가격이존재하지않는데다,성장위주의기업활동에선직무단위도끊임없이변하기때문에어렵다는것이다.
장상수삼성경제연구소상무는“직무가치를일률적으로정해놓으면인사이동을시킬때급여가오르락내리락하게된다”며“순환보직이뿌리깊은국내기업의실정엔맞지않다”고지적한다.


직무에대한명확한평가작업선행돼야

과거POSCO의직무급실험도눈여겨볼필요가있다.
POSCO는1971년부터90년까지직무급임금제도를실시한바있다.
문제는고도성장기에는상위직무로올라가는데어려움이없었지만성장속도가둔화되면서심각한적체현상이빚어진것이다.
상위직무로올라갈자격을충분히갖췄지만,등급이올라가지못하면서직원들의불만은증폭돼갔다.
이는직무급에서직능급으로임금체계를변화시킨주요한요인으로작용하기에이르렀다.
특히외국계기업에비해평가제도가덜발달된국내기업에선더큰문제가될수있다(표참조).

이런맥락에서볼때최근금속산업연맹이직무급형임금체계를장기적대안으로제시하고나선것은주목할만한대목이다.
지난9월금속산업연맹은<주요자동차업체의임금체계>라는보고서를통해“연공적임금체계는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원칙에위배돼노동자내불공정한임금차별을유발시킬뿐더러,기업규모별임금격차가구체화되는제도적경로”라고규정했다.
이때문에노동계일각에선이미90년대후반부터산별노조에대비해직무급제도를도입해야한다는주장이나오기도했지만,공감대가확산되진못했다.


다만장기적으로직무급으로전환해나가되,당장은현행체계에서상대적으로연공급의비중을낮추고직급,숙련도,직무곤란성,작업환경등의차이에따른임금배분을늘리자는주장이다.
물론새로운임금체계수립과정에선노조의참여가필수적이라는조건을달고있다.


한편임금체계의전환을위해선다양한인프라구축이우선돼야한다는목소리도나온다.
예컨대미국에선시장임금을조사해정보를제공하는임금서베이기관만1천여개가넘는다고한다.
정부차원에서집계되는매월노동통계조사등만적절히가공해도일반기업들이활용할수있는임금지표를만들어낼수있다는것이다.
이밖에도한국의기업문화에부합되는임금체계나형태에대한폭넓은연구와공공부문을대상으로한시범사업등도정부쪽역할로지적된다.


궁극적으로직무급논의의핵심은임금과‘일’의연관성을최대한으로끌어올리자는데있다는것이전문가들의조언이다.
연공급이임금과‘사람’의연관성을높인제도라면,직무급은‘일’과좀더밀착된제도라는것이다.
김동배한국노동연구원연구위원은“임금구성을단순화해서일과무관하게지급돼온보상항목들의사회화를추진해임금과일의대응성을강화할필요가있다”고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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