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돈이보인다.
”
20여년째섬유관련일을해온무한섬유박노인(45)사장은요즘일할맛이난다.
지금까지중국에주던임가공물량을올해초북한‘은하무역’으로옮긴이후일어난변화다.
박사장은북한에서임가공해인천으로반입되는제품이품질·납기등모든면에서중국것보다낫다고말한다.
이에따라“이제비전이보인다”는생각에흐뭇해지기까지한다.
박사장은10월23일북한으로부터트레이닝복2만4천벌을들여왔다.
지난9월20일관련원부자재를남포를통해평양에보낸뒤약한달만에물량을넘겨받은것이다.
품질경영촉진법에의한품질표시에원산지가‘D.P.R.KOREA’로선명하게찍혀있는이트레이닝복은전량남한의한홈쇼핑업체에납품됐다.
박사장은이과정에서홈쇼핑업체로부터“품질이좋다”는얘기를듣고,또적잖은판매이익금도확보할수있었다.
도대체중국에임가공을주었을때와견줘어떤변화가있기에“돈이보이는”것일까.박사장의손익계산서를살펴보자.우선북한으로옮겼더니임가공비가저렴해졌다.
박사장은북한새별총회사산하은하무역에현재트레이닝복한벌임가공비로1달러70센트를주고있다.
지난해까지중국에서요구한임가공비는3달러50센트였다.
따라서임가공비가절반정도줄어든셈이다.
임가공비보다훨씬큰절약분은관세다.
중국에서제품을가공한뒤들여오려면판매가의25~30%를관세로물어야한다.
하지만북한에서들여오면민족내부거래인탓에관세를하나도물지않는다.
중국보다트레이닝복한벌당5천원절감
박사장은이렇게관세까지고려하면,원부자재가똑같다고했을때북한에서만든것이중국것보다한벌당5천원정도싸다고한다.
이를10월23일들여온2만3천벌에적용하면1억원이넘는돈이차이가나는것이다.
박사장은여기에다지난5월14일시행된‘남북협력기금손실보조제도’의첫적용대상이됐다.
이에따라박사장은보험료41만원을내고,만일의경우최대6858만원까지수출입은행에서손해를보전받을수있게됐다.
이러니수지가맞을수밖에없다는게박사장의생각이다.
하지만박사장역시북한과교류를할때까지많은길을돌아왔다.
박사장은학교를졸업하고바로섬유무역에뛰어들었다.
그사이1980년대최대호황을맞았던남한섬유업계는90년대부터임금상승에따라인도네시아로일거리를빼앗겼다.
그뒤92년중국과수교를맺고난뒤부터는대부분의큰물량이중국으로돌아섰다.
박사장역시2년전독립해회사를차린뒤중국에임가공물량을줬다.
하지만“늘어렵게회사를이끌어야했다”고그는회고한다.
중국의임가공단가도높아져2003년말에는남한내납품가를못맞출지경에이르렀다.
북한은바로이때박사장이찾은‘새로운활로’였다.
박사장은2003년말수소문끝에은하무역베이징사무실을직접찾아갔다.
은하무역사람들과임가공에대해구체적인의논도하고술도한잔같이했다.
박사장은은하무역관계자들이“남조선사람들은믿음이안간다”며“투자를하겠다고막떠벌린뒤뒤돌아서면언제그랬느냐는식이다”라는얘기를듣고내심놀랐다.
박사장도북한에투자를하면떼일수도있다는불안감을가지고있었기때문이다.
박사장은이렇게서로간절히원하면서도서로믿지못하는구조가남북관계라고생각했다.
그리고과감히북한을믿기로했다.
이에박사장은몇차례샘플제작을한뒤지난3월오바로크,섬유프린팅기계등약1억원어치에해당하는물품을북한에보냈다.
이렇게기계를보내니북한의태도도몰라보게달라졌다.
한마디로박사장이‘뻥쟁이’가아니라는믿음이생겼기때문이다.
은하무역은이에따라박사장회사에지난5월과6월2차례나초청장을보내주고,‘무한섬유중국심양사무소’의조선족직원이북한에드나드는것을자유롭게해줬다.
심양사무실을통해팩스가수도없이평양과서울을넘나들었다.
박사장은이런믿음과시스템을갖추고여러차례작은물량으로시험을해봤다.
중국에서골프바지를임가공하고있던한업체도박사장을통해북한에샘플로1천장임가공을의뢰하기도했다.
물품이온뒤이업체는박사장에게“중국것보다품질이좋다”며“중국임가공비를다줄테니북한에서만들게해달라”고부탁하기도했다.
박사장은이런과정을거친뒤지난9월에큰물량을북한에보냈다.
바로2만4천벌의트레이닝복원부자재다.
심양의조선족직원은한달에2번씩은평양에들어가제품품질관리등을진행했다.
평양에서어떤부자재가필요하다고하면박사장이그것을싸서바로심양에갔고,심양에서다시짐을들고평양에들어가는방식으로바로해결했다.
막판에시간이촉박했을때는은하무역에생산라인을더늘려달라고요구하기도했다.
“매달 3만~5만벌 만들 원부자재 보낼 것” 박 사장은 앞으로 북한에 임가공을 맡길 때 주로 우리 원단을 보낼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단가는 약간 올라가지만 제품의 질이 그만큼 좋아지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중국 임가공은 중국 원단에 중국 노동력을 활용한 것인 데 반해, 북한 임가공은 북한 노동력에 남한 원단이 결합하게 되는 것”이라며 “남북이 힘을 합친 임가공은 남과 북 모두를 살찌울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이에 따라 앞으로 매달 약 3만~5만벌 옷의 원부자재를 북한에 보내는 등 임가공 거래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이미 ‘회사의 비전’에서 더 나아가 ‘민족의 비전’을 보고 있는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연구위원 tree21@hani.co.kr
특히 2003년 8월 남북경협 4개 합의서 발효가 주된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실행기관인 수출입은행은 지난 1년 동안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한 뒤 지난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남북경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이 제도는 남북경협을 하다 북한쪽의 귀책사유로 손실을 입은 기업에 손실액의 50%를 보조해 주는 것이다. 총 한도액은 5억원 이내다. 가령 어떤 기업이 북한과의 임가공사업을 위해 총 10억원어치의 원부자재를 보냈으나 북한쪽에서 완제품을 보내지 않았다고 하자. 이때 손해를 본 업체에 손실액 중 5억원을 수출입은행에서 보조해 주는 제도다. 제도는 여전히 위험부담률이 높다고 판단되는 대북사업에서 기업체에 이 부담률을 낮춰주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노인 무한섬유 사장은 대북 임가공을 위한 자금 대출 문제로 수출입은행을 찾았다가 이 제도를 알게 됐다. 박 사장은 북한에 임가공을 의뢰한 두 개의 품목 중 한 품목 1억4천만원 정도만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에서는 보험료 41만원을 받고 사고가 생겼을 경우 6858만원을 무한섬유에 지급하게 된다. 박 사장은 “이런 제도가 진작 나왔다면 남북경협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한과 계약하는 것마다 이 제도를 충실히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쪽도 “이 제도는 남북한 주민이 직접 계약당사자이고 결제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며 “400여개로 추산되는 단순 대북 교역(위탁가공)업체들은 물론 경제협력(투자) 사업자도 많은 이용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