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김범중의 시장 읽기] 비싼 무위험 자산이냐 싼 위험 자산이냐
[김범중의 시장 읽기] 비싼 무위험 자산이냐 싼 위험 자산이냐
  • 이코노미21
  • 승인 2004.1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중국이 정책금리의 27bp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이로써 중국의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는 5.31%에서 5.58%로 올랐다.
금리인상의 배경이나 금리인상 효과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중국의 긴축은 결국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수출둔화 가속화의 악재로 평가된다.
반면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하락과 중국 경제 경착륙 방어로 중국이 장기 안정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을 전망하는 곳도 있고 미국 대선을 앞둔 일과성의 의지표현 정도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단기적인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위안화 평가 절상을 앞둔 수순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평가 또한 엇갈린다.
주식시장은 중국의 긴축 전환이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며 유가하락에 의미를 부여했고 약간의 혼란만 반영했다.
반면에 채권시장은 수출둔화, 환율하락, 유가하락에 초점을 맞추며 또 한번의 랠리를 재현했다.
3년물 지표금리는 콜금리 밑으로 내려갔고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5년짜리 장기금리까지 콜금리에 바싹 접근시켰다.
시장은 콜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이 시장의 요구를 들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한은은 중국의 금리인상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5%대 정책금리에서 27bp 올린 것이 그리 놀랄 만한 사건도 아닐 뿐더러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통제되어 있는 환경에서 정책금리 인하가 주는 파급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주장한다.
사실 한은은 현재의 콜금리 수준이 경기부양에 충분한 수준이라 평가한다.
한은은 연말까지 근원물가가 3.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의 콜금리가 3.5%니까 추가로 25bp만 내려도 콜금리는 근원 물가상승률도 커버하지 못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국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재정경제부쪽의 내부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한은처럼 긍정적 평가도 있는 반면 환율하락과 수출둔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익 차원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한다.
시장은 한은의 입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재경부의 금리인하 필요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이렇게 다양한 판단과 전망이 나오니 투자 판단은 너무도 어려워졌다.
다음주엔 미국 대선까지 실시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정책은 바뀔 것이다.
중국의 금리인상, 미국 대선이라는 외생변수는 말 그대로 주어지는 것이지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불확실성의 확대는 자고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유발하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다만 문제는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이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없다면 너무 비싼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주가지수 800이 하방경직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채권 가격은 상승하다가 소폭 하락했고 주가는 하락하다가 소폭 상승으로 마무리됐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비싼 무위험 자산과 싼 위험 자산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가 복잡한 퍼즐의 힌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