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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지상강좌17]개척정신으로 빚은 ‘들쭉술’
[남북경협 지상강좌17]개척정신으로 빚은 ‘들쭉술’
  • 김보근
  • 승인 2004.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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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들쭉술,97년북한과‘맞손’…국내주류법규제탓매출미미

‘(주)한국체인’과‘(주)백두산들쭉술’.
(주)한국체인은보석을가공해수출하는곳이고(주)백두산들쭉술www.bookhanclub.com은북한의술을반입해판매하는회사다.
성격이판이하게달라서전혀관계가없는것같지만,이두회사를묶어주는강력한끈이있다.
바로두회사의공동대표인김기창(55)사장이다.
하지만공동대표라는외형상의연결고리보다두회사를더가깝게하는것은김사장이이들회사에불어넣은‘개척정신’이다.
두회사는모두“남들이가지못한곳,가기힘든곳을먼저간다”는김사장의개척정신의산물이기때문이다.


김사장이북한투자에관심을보인것은1990년대중반이다.
당시잘나가던보석가공·수출업이남한내인건비상승등으로하향곡선을그리자새로운보석가공사업처로북한을생각한것이다.
김사장이2000년남북정상회담이열리기휠씬전에북한을투자처로생각한것은바로보석가공사업을하면서몸에밴‘개척정신’때문이었다.


1972년부터보석가공·수출업을해오고있는김사장은그동안“원석이나는곳이면가지않은곳이없다”고할정도로세계의많은곳을누볐다.
김사장은콩고·모잠비크·잠비아·마다카스카르·나미비아·짐바브웨·브라질등원석을싸게살수있는곳이라면그어떤곳이라도찾아갔다.
때론“돈을가지고있는것이드러나면목숨까지위태롭다”는위험지역에들어서는것도마다하지않았다.
이에따라한국체인은한해수백만달러를수출하는알짜기업으로성장했다.
하지만90년대들어서면서인건비등제조원가의상승으로찬바람이불기시작한것이다.


김사장은이렇게많은곡절을겪은탓에남북경협의제도적여건이미비한당시에도“북한이라고크게다르겠느냐”는판단을했다.
이에따라김사장은몇년간여러갈래로투자가능성을모색했고,마침내97년11월백두산들쭉술사업과보석임가공사업에대해북한과계약서를작성했다.
특히백두산들쭉술과관련해서는북한양강도중심도시인혜산에자리잡은‘혜산들쭉가공공장’과합작회사설립계약을체결했다.
김사장은이에따라1997년부터2001년까지증류기,술병에뚜껑을씌우는기계,발효탱크등술제조시설은물론트럭등운반시설까지를북한에들여보냈다.
북한에들여보낸물품중에는캐나다씨그램사가제작한나무통등고급술을제조하기위한것이상당부분을차지했다.


이런과정을통해마침내탄생한것이알코올40도짜리‘백두산들쭉술’이다.
현재남한에서가장선호하는북한술가운데하나인‘백두산들쭉술’은이렇게한사업가의개척정신을주원료로삼고있는것이다.


북한과의보석임가공사업중도하차

하지만북한은결코만만한투자처가아니었다.
우선들쭉술사업과함께계약을했던보석임가공사업은몇개월만에중지됐다.
물건이몇차례남북간을오가면서임가공사업이본궤도에오르려는순간북한이임가공단가를턱없이높여달라고한것이다.
아직북한이국제적인상관행에익숙하지않았던탓에벌어진일이었다.
이것역시‘개척자’가감내해야할아픔이었다.


김사장은들쭉술판매에서도크게재미를보진못했다.
(주)백두산들쭉술의올해매출은약5억~6억원정도로예상된다.
97년부터술사업에투자한돈의총액이20억원이넘는점을감안하면수익성이매우낮다고봐야한다.
적어도매출이지금보다두배정도는나와야투자금에대한‘적정이윤’이형성될것으로김사장은보고있다.


이렇게매출이낮은것은북한술이‘민속주’가아닌‘수입주’로분류돼있는탓이크다.
어떤것으로분류되느냐에따라이용가능한판매망에서큰차이가나기때문에매출에도결정적영향을주게되는것이다.


현재술판매도매업은3가지종류로나뉜다.
수입주류판매업자와종합주류판매업자그리고민속주류판매업자가그들이다.
이중수입주류판매업자는‘수입한양주’만을판매한다.
종합주류판매업자는이수입양주에국산맥주·소주를함께팔고있다.
또민속주류판매업자는이강주·안동소주등민속주로분류된술들을판매한다.


김사장은“백두산들쭉술은현재이중어디에도끼지못한다”고어려움을털어놓는다.
들쭉술이현재수입주로분류돼있지만,양주가아닌탓에수입주류판매업자는관심을가지지않는다.
민속주류판매업자는관심을가지지만법적으로들쭉술이민속주가아닌탓에취급이아예불가능하다.
이에따라김사장은독자적인판매조직을가동해들쭉술판매에나서고있으나인력과자금면에서크게뒤처지는탓에판매실적이크게늘지못하고있는것이다.
또판매업자에게맡기지않더라도민속주로지정되면온라인판매도가능해져서판매액을늘어날가능성이높다.


들쭉술,민속주지정땐판매망늘어나

김사장은이에따라또다시‘개척정신’을발휘하고있다.
북한의백두산들쭉술을민속주로지정받고자하는시도가그것이다.
김사장은“민속주제도는우리민족의전통을이어가게하는제도”라며“민족의영산인백두산에서만나오는들쭉을이용해예전부터내려오던방식으로제조한‘백두산들쭉술’은충분히민속주지정을받을자격이있다”고강조한다.
그러나현재허가기관인국세청은북한에있는시설등을직접확인하기전에는‘민속주지정’이어렵다는자세다.




김사장은그러나이에대한최종열쇠는남북경협을발전시키고자하는남북한의의지에달려있다고본다.
즉남한은북한의현체제의특수성을이해하고남한에서지정하는것보다유연한자세로대해야하고,북한도남한쪽인사의방북을쉽게하는등경협을위해변화하는모습을보여야한다는것이다.
경협을매개로한이런남북한의변화에‘개척자’김사장이어떤촉매구실을할지기대된다.


글·사진=김보근한겨레통일문화재단연구위원tree21@hani.co.kr

*그간 커다란 관심을 모았던 남북경협 지상강좌는 이번주를 끝으로 1부 연재를 끝마칩니다.
내년 초 보다 충실한 내용으로 2부 연재를 시작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북한 술, 업그레이드 바람
북한 술들이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다.
남한이나 미국 등 자본주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병을 고급화하거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통과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백두산 들쭉술은 북한 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병과 뚜껑을 남한에서 특수제작해 보내는 등 다양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두산 들쭉술에서 판매하는 ‘백두산 장뇌삼술’. 장뇌삼술은 남한에서 특수 금형을 통해 제작한 유선형의 고급 병을 북에 보낸 뒤 여기에 술 원액을 담도록 하고 있다.
백두산 들쭉술 김기창 사장은 특히 “병 뚜껑을 새로 만들 때 최하 몇 만개 이상을 주문해야 하는 특성상 병과 병뚜껑을 개발하는 데 7천만원 이상의 자금이 들었다”며 “이런 투자는 맛에 비해 제품의 포장 등에서 뒤떨어져 상품 가치가 떨어져 있는 북한 술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아 곧 미국에서 시판할 예정인 ‘평양소주’도 역시 ‘북한 술의 변신’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평양소주는 북한 ‘조선평양무역회사’의 미주 대리인격인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대표 스티브 박)가 미국에 수입·판매할 예정이다.
그런데 평양소주는 원래 25도이지만 이번에 미국에 수출돼 판매 중인 한국 소주에 맞춰 22~23도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점이 특징이다.
또 ‘평양소주’의 승인은 북한 회사가 ‘생물테러리즘법'이 발효된 이후 미 FDA로부터 받은 첫 번째 승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평양소주는 바이오테러리즘을 우려하는 미국이 적성국가로 분류한 북한 생산품의 수입을 승인한 첫 상품이기도 하다.
이래 저래 북한 술은 현재 ‘변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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