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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김상봉 <학벌사회...>의 저자
[초대석]김상봉 <학벌사회...>의 저자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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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사회적주체성에대한철학적탐구>의저자
김상봉학벌없는사회정책위원장
한길사펴냄,2만원

“학벌주의가나라를망치고있다”

그는본래철학자다.
독일에서칸트연구로박사학위를받고,한때신학대학교수로일했다.
고전문헌학에도해박해그리스비극강좌도열고있다.
‘학벌’이라는예민한문제를다룬책의저자라는게쉽게믿기지않는다.
“철학은본래인간학이죠.플라톤이이상사회를꿈꾸며썼던국가론도그내용은정치와교육입니다.
정의로운사회의실현은외적으로는정치의문제지만,내적으로는교육의문제인것이죠.”김상봉(46)학벌없는사회정책위원장(민예총문예아카데미교장)의짤막한답변이다.
“좋은대학나왔다는것만으로혜택을받고,그렇지못한대학을나왔다고불이익을당하는것은그자체가불의한것이죠.”문제는거기서그치지않는다.
“학벌은사회적효율성을떨어뜨려경쟁력을해치게되지요.열심히일하려는인센티브를없애기때문이에요.”

김위원장이교육,특히학벌문제에관심을갖게된과정은보통사람들과다르지않다.
학교졸업하고나이가들수록한국사회에서학벌이곧계급이라는것을뼈저리게체험했다.
다른점이있다면유학생활동안본독일의모습.독일에비하면공부와시험때문에수많은어린학생들이스스로목숨을끊는우리나라는‘지옥’이었다.
학벌타파에본격적으로나선것은지난1999년‘학벌없는사회’를결성하면서부터.처음에는“계란으로바위를치는”일이었지만그동안많은진전이있었다.
꾸준히다듬어온대안도내놓았다.
“학벌문제는사회적불평등의문제고,서울대의문제지요.그걸분명히인식할필요가있어요.”서울대학부의한시적폐지,국립대중심의대학평준화,고시지역할당제,입사원서학력란폐지등이그가내놓은해결방안이다.


“서울대폐지는하향평준화다.
오히려서울대같은대학을더만들어야한다.
”고하는데.

“지금같은서울대독점체제에서는서울대같은대학이더나올수도없어요.서울대역시최고대학으로서의제몫을다하지못하고있지요.서울대생태반이고시공부를하지요.반면에대학원은지원자가계속줄어들고.대학의국제경쟁력이뭔가요?외국유학가지않고국내에서공부하고학위받을수있게되는것,그게경쟁력의바로미터예요.과거보다이런측면에서갈수록더나빠지고있어요.서울대가교육을위해존재하는게아니라권력과그것을통해얻는사회적자본을위해존재하기때문이에요.구조적으로대학으로서의구실을할수없는거죠.”

학벌은어느나라에나있지않나.
“학벌과학력을구별해야죠.많이배운사람이우대받는것은당연하지요.독일은모든대학이완벽하게평준화돼있지만,미국같은곳은대학의우열과서열이있는것도맞아요.하지만미국에서도하버드에못가고예일에갔다고해서,서울대에떨어지고다른사립대에들어간학생이경험하는열등감과불이익을겪지는않아요.대학의서열도항상바뀌지요.만약서울대의훌륭한교수가지방대교수로간다면,그대학의서열이올라가는게아니라교수개인의위상이추락하는것으로끝나고말아요.세계어느나라에도한대학이서울대처럼독점적지위를누리는곳은없어요.”

김위원장은이를뒷받침하는자료를제시했다.
서울대출신은정치,경제,언론등모든분야에서압도적인비중을차지한다.
고위층에갈수록편중현상은더심해진다.
국회의원의경우전체299명가운데37.4%가서울대출신이다.
반면일본국회는도쿄대출신의비율이18.5%에불과하고,미국은상원위원의4.1%,하원위원의1.7%만이하버드출신이다.


프랑스의경우국가엘리트를양성하는국립행정학교가있지않나.
“프랑스에는국립행정학교를비롯해직업별로수백개의‘에콜’이있어요.에콜은각분야의최고를길러내는직업교육기관으로대학이아니지요.학위를하려면대학에다시진학해야해요.또각에콜별로모집인원이수십명에불과해요.처음부터하나의패밀리,하나의문중이될수없는조건이죠.”

그는대학을‘문중’으로표현한다.
과거조선시대에는형식적으로는과거제도가있었으나실질적으로는최상위소수문중중심의권력배분이이루어졌다.
그러던것이현대사회들어가족(문중)이해체되면서그자리에유사가족,즉대학이들어섰다는것이다.
김위원장은‘학벌사회’가단순한명칭이아니라사회적실체임을자신의경험을들어설명했다.
“독일에서는한국유학생은물론어떤독일학생도자신이다니는학교를‘우리학교’라고하지않아요.그냥이를테면마인쯔대학일뿐이죠.재미있는것은그러던유학생들도귀국해서는금방‘우리학교’를찾는다는것이죠.”

학벌이국가경쟁력을해친다는것은어떤뜻인가.
“교육이살아야국가경쟁력이살아나지요.우리나라의교육열은세계최고라고해요.사교육비투자도세계최고죠.이처럼엄청난투자를해서나오는결과는어떻습니까?그냥시험선수를기르는것이죠.진정한학문적지식이나기술의습득은거기에없어요.시험은기본적으로획일적이라전문적일수가없어요.원트랙으로달리는것이죠.창의력이나사고력이부족해요.모두전공보다는서열을보고대학에가지요.과를불문하고서울대가갖고있는프리미엄을보고들어가고,들어가서는태반이고시공부를하죠.연고대들어간학생은적만걸어놓고다시서울대들어가려고수능공부를하고,지방대생은서울로가기위해편입시험치르고,한해수만,수십만명이그렇게해요.이런구조에서정상적인학문활동이가능할리없지요.”

김위원장은“가장야수적인생존경쟁이가장고상한교육이라는가면을쓰고있다”고한다.
그래서그속에어떤실체가숨겨져있나쉽게알아채기어렵다는것이다.
한개인이이런체제에서발을빼는것도쉬운일이아니다.
"모두가한곳으로달려가는데개인이타임아웃을부를수는없는것“이다.
학부모나,교사나문제는느끼지만어쨌든경쟁에서이기는것이중요하다는결론을갖게된다.
그러나학벌문제가조금씩공론화되고있는것이한가닥희망을갖게한다.
“더디더라도결국에는이방향으로가지않을수없다고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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