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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돌파구로서의 작은 믿음
[푸뚜앙떼리요르]돌파구로서의 작은 믿음
  • 강수돌 고려대 교수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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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5년전초여름,독일의쾰른에서는세계각지에서모인10만여명의인간사슬시위가있었다.
이들의요구는한마디로“외채완전탕감!”이었다.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의가쾰른에서열리던때였다.
회의장안에서는41개의가난한나라(과중채무빈국)가진외채(약1600억불)중45%에이르는700억달러를탕감하는방안이논의중이었다.


개인에게있어큰빚은평생을두고부담이되는것이지만,한나라입장에서도큰빚은대대손손괴로운문제다.
아프리카,아시아,남미등제3세계나라들에서는‘경제개발을통해잘사는나라를만들겠다’는일념으로수많은외채를끌어다썼다.
돈을빌려준세계은행이나IMF등의입장에서는한편으로는잉여자본을회전시키고다른편으로는후진국의경제개발이라는미명아래기술과상품의새시장을찾고자했다.
돈을빌려온후진국기득권층들은부강한나라를만든다는미명아래토속적인가치나전통적인경제를파괴하고선진국의근대화모델에따라개발을서둘렀다.
와중에자기들잇속챙기기에바빴다.
가난한민중들은‘잘살게된다’는신화에속아그저허리띠졸라매며따랐다.
그결과일부에게는물질적풍요를안겨다준대신전체적으로는경제자립력과공동체가파괴되고말았다.


1970년개도국총외채는630억불이었으나80년엔5870억불,90년엔1조4600억불,마침내2000년엔무려2조5천억불을넘었다.
뼈빠지게대대손손갚아도원금은커녕이자갚기도벅차다.
“선진국들은개도국에1달러지원해주고결국9달러를받아간다”는주장이나올정도다.


세계적금융투기꾼조지소로스조차“국제차관은가장많이남는돈놀이”라고말할정도로,외채란소수의자본가와정치가들을위한,위로부터의타락한프로젝트이다.
만약잘사는나라들이진정으로가난한나라를도우려면그들을가르치려들것이아니라그들의말에귀를기울여야한다.
무엇이그들의살림살이에절실한것인지,그들에게어떤측면의능력이필요한지,이런것들을조심스레살핀뒤그들의입장에서측면지원하는식이어야한다.
그러나지금까지의행태는거만한태도로돈을빌려주는대신그들의장사논리에맞게구조조정을하고근대화를하라고윽박지르는것이었다.
<작은것이아름답다>의슈마허가말한대로“개발과발전이란결코재물로부터출발하는것이아닌”데도말이다.


이제진정한대안은각나라민초들이삶의자립성을향상시키도록측면지원하는속에찾아야한다.
그러려면돈만갖다퍼부을것이아니라올바른방향성부터잡아야한다.
개인과공동체가더불어살고사람과사람,사람과자연이더불어사는그런삶의양식을만들어야한다.
개인은자신의소질과적성을살릴교육을받게하고공동체는각개인에게신바람나고보람있는일자리를줄수있어야한다.
사람이활용할기술체계도사람을압도하고소외시키는것이아니라사람의지혜와능력을드높이는데이바지하는그런것이어야한다.
이런방향성을잡은바탕위에물적,인적자원의재배치가이뤄져야한다.


바로여기서우리는방글라데시의그라민은행과같은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대출제도)가갖는사회적의미를볼수있다.
그것은가난한이들이좌절감과피해의식을극복하고스스로삶의주체로서자신감을회복하게돕는것이다.


마을사람들은암소한마리,닭몇마리라도살수있는적은돈을아무런담보도없이대출받는다.
물론주민여러명이한그룹으로소액을대출받는다.
그래야서로힘이되고도울수있다.
낮은이율이기때문에갚는데부담도적다.
한꺼번에갚으려면부담이되니매주일조금씩갚는다.
그라민은행은76년에마을주민42명에게주머닛돈42달러를빌려준것이시초였는데오늘날자산규모가무려3조3천억원이넘는다.
방글라데시전역에1200개정도의지점이있으며3만6천여마을에걸쳐운용중이다.
방글라데시농촌마을의절반을넘는수준이다.


이렇게그라민은행이성공한데는무엇보다도가난한마을사람들을‘믿었다’는데있다.
그러나오늘날국제외채문제는물론신용불량자문제를비롯한각종신용카드문제따위는결국‘믿지못하는세상’에서나온것이다.
사람들이스스로자신의삶을개척할수있다는믿음,바로그것이다.
이‘믿음’이원래의미의신용(credit)이아니던가.

강수돌고려대교수
1961년생.경영학(노사관계)을공부하면서돈의경영학이아니라삶의경영학을고민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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