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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국민연금, 문제는 지배구조다
[에디터스메모]국민연금, 문제는 지배구조다
  • 최우성편집장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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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 한 네티즌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짧은 글이 급기야 국민연금 폐지운동으로 순식간에 발화하더니, 최근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공방이 날로 치열하다.
앞의 경우가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고와 맞물려 강제연금인 국민연금제도의 성격 자체를 문제로 삼은 논란이라면, 뒤의 경우는 공룡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마침 지난 19일엔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운용에 경제부처가 ‘제 멋대로’ 끼어든다며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침체에 빠진 경기를 되살릴 요량으로 곳간에 고이 쌓아둔 국민연금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던 집권당 및 정부 내 경제부처로서는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 하나를 놓치느냐 마느냐의 상황임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국형 뉴딜’을 위한 재원으로 끌어다 쓴다거나,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을 버팀목으로 사용한다는 따위의 설익은 발언들이 잇따라 쏟아지던 상황인 만큼, 주무부처 장관의 한마디가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다.
실제로 정부 및 여당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 마지막 종잣돈을 경기 부양을 위한 도박자금으로 사용하려는 위험천만한 시도”라 몰아붙였던 한나라당은 즉각적으로 주무부서 장관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나섰다.
줄곧 국민연금의 부동산 및 주식투자 자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았던 민주노동당 역시 한목소리를 냈다.
일반 국민들의 정서 역시 이런 반응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지난번 국민연금 폐지 논란이 강제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제도에 담긴 근본적 성격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운데 나라가 일방적으로 빼앗아가는 내 돈’이라는 감성적 차원의 호소에 머물렀던 것과도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다.
국민의 노후 보장수단인 국민연금에 대해 정부가 맘대로 여기에 쓴다, 저기에 쓴다 하는 발상 자체야말로 분명 권위주의적 시대의 잔재임에 틀림없다.
달콤한 옛 시절의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경제부처에게는 뼈아픈 순간이리라. 그럼에도 2010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가 이미 명목GDP의 30%를 넘어선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국민연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를 결코 회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남는 문제는 공적 성격이 강한, 국민의 최후 종잣돈인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다.
단연 핵심은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의 의사가 가장 정확하게 반영되며, 국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안겨다주는 지배구조를 짜는 일이다.
황제경영과 밀실경영으로 얼룩진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수술을 하는 일에 버금가는 일이다.
아울러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활동과 프로젝트의 성격이 국민연금의 공적 성격을 최대한 부각되도록 만드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쉽사리 얘기하지만, 정작 진지한 토론의 장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국민연금. 이제라도 논의를 한 차원 끌어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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