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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달러화 폭락의 함의
[특별기고]달러화 폭락의 함의
  • 김일구/랜드마크투신운용본부장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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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살리지않으면‘10년불황’일본꼴난다

2002년초부터지금까지주요통화의달러화대비절상률을보면유로화가45%,엔화가26%를기록하고있으며,원화는같은기간23%절상되어외환위기이후지속되어온원/달러환율과엔/달러환율의10:1관계가유지되고있다.


이렇듯원화절상이국제금융시장의흐름과연결되어있기에원화절상의원인과향후전개양상,그리고대응방안등에관한모든실마리는우리내부에존재한다기보다는외부에있다고보아야한다.
즉‘내수가나빠서수출이아니면성장률4%도유지하기힘든우리의경제여건에서원화절상이말이되느냐’,혹은‘정부개입으로환율하락을막아서수출을도와줘야한다’등과같은얘기는전혀의미가없다는것이다.
기축통화인달러화의폭락이세계금융환경을어떻게바꿀것인지,그리고이변화속에서우리가요구받고있는것은무엇인지하는방식으로생각을하는것이필요하다.


기축통화의유동성딜레마

2차대전이후국제간의실물결제나금융거래에서기본이되는통화인기축통화가달러화라는데대해서는이견의여지가없다.
기축통화국은사람들이그나라를충분히신뢰할수있을만큼막강한경제력과군사력을보유한나라이며,또기축통화는국제거래에항상쓰여야하기때문에국제금융시장에충분히많은돈이풀려있어야한다.
그리고이를위해서는기축통화국이국제수지에서적자를내야한다.


국제거래가많지않을때는기축통화국의적자가미미한수준이어도유동성에문제가없겠지만,국제교역이활발해지고특히1980년대이후처럼금융거래가폭발적으로늘어나는상황이되면엄청난유동성이필요하다.
미국인들은소비를미덕으로여기고수입품을차별하지않기때문에경상수지적자를내는데인색하지않았고,그결과80년대이후국제교역과금융거래가폭발적으로늘어날수있는환경이조성되었다.


여기서한가지치명적인문제가발생한다.
국제거래가폭발적으로늘어나는상황에서는기축통화국의적자도마찬가지로늘어나는데,미국의빚이계속늘어나면결국미국이빚을못갚는사태가올것이라고예상할수있고,이러한예상이시장에퍼지게되면달러화는사람들의신뢰를잃어기축통화의지위도상실하게될것이다.
따라서기축통화국은충분히많은경상적자를내야하기도하지만,경상적자가너무확대되기전에적자를줄이는노력을해야하는상황에도직면하게된다.


미국의경상수지는80년대들어서적자로바뀌고,플라자합의를통해달러화의가치를폭락시켜적자를줄이기위한노력을시작한85년에경상적자는GDP의2.7%에달했다.
이후90년대말까지는GDP의2%미만으로적자가유지되다가,2000년이후또다시적자가확대되어지난3분기에는GDP의5.3%까지확대된상태이다.
경상적자가얼마나커지면시장의신뢰에문제가생기는지정해진규칙은존재하지않지만,85년플라자합의때도그랬듯이최근에도미국이적자를줄이기위한행동을해야한다는데는국제적인공감대가형성되어있는상태이다.
기축통화가무너져서암울한세상으로돌아가는것은누구도원하지않기때문이다.


미국이적자를줄이려할때2가지선택이가능하다.
첫번째는,연방은행이금리를올려소비와투자를줄이고,미국정부도재정을긴축적으로운영하는것이다.
이는경상적자의원인을미국인들의헤픈씀씀이에서찾는것이고따라서적자를줄이는고통도미국인들이가장많이부담하게된다.
두번째는,미국의적자는타국이미국처럼쓰지않아서생기는것이라고보고타국이씀씀이를늘릴것을요구하는것이다.
미국으로서는첫번째방법을피하고두번째방법을쓰고싶지않겠는가?스노미국재무장관은취임이후달러화가치와국제경제에대해언급할때마다미국의접근이두번째방법임을분명하게말해왔다.


80년대도그랬고지금도그렇지만달러화가치의폭락은미국이두번째방법을쓸때나타나는현상이다.
달러화약세를미국의힘이약화되는것으로보면안된다.
미국의적자가크다는것은타국이수입을초과하는수출을통해흑자를누리고있고,또이덕분에경제성장률도높이고있다는것을의미한다.
이런상황에서달러화가치가폭락하면흑자를보고있던타국의수출이타격을입으면서성장률이크게떨어지게된다.
수출이잘된다고내수를소홀히관리해온나라일수록달러화가치폭락이안겨주는고통의강도는클수밖에없다.
즉달러화폭락은수출에만의존하던나라들이견디다못해내수부양을하도록강요하는정책으로보아야하며,이때문에내수가취약한우리와같은나라들에서통화가치절상은큰폭으로진행된다.
또달러화가폭락하면서미국에서돈이빠져나와통화가치가절상되는나라로유입되기때문에자산가격이상승하는결과를낳기도한다.


85년플라자합의당시의기록을보면,G5가미국의경상적자를줄여야한다는데합의하고,미국은재정긴축노력을하고타국은달러화가치하락에협조하기로약속했다.
그러나플라자합의때달러화가치를얼마나하락시킬것인가에대한합의는없었고,일본측대표가당시230엔수준이던엔/달러환율이200엔정도떨어지면되겠다는생각을했다고한다.
그러나엔화는2년후120엔까지급등하고일본의수출은큰타격을입게되는데,일본은수차례환율안정에협조해줄것을미국에요청했지만번번이거절당했다.
그러다가일본이강력한내수부양책과시장개방을약속하고난87년에가서루브르합의를통해환율안정에모든나라가합의하게된다.


우리나라도당시이러한국제적인흐름에서예외일수는없었는데,원/달러환율이900원에서660원까지25%이상절상되면서수출이타격을입었고,국제적인약속에발맞추어주택200만호건설이라는강력한내수부양책도동원했다.
이과정에서자산가격의급등과물가급등이라는후유증을겪었지만,그나마자본시장이개방되어있지않았기때문에버블은작게끝났다.
그러나자본시장이개방되어있었고미국으로부터압박을강하게받았던일본은조기에버블을진정시키지못했고,그결과버블과버블의붕괴후유증을오랫동안겪어야했다.


버블수출정책에도약점은있다

모든정책에는약점이있듯이미국의달러화폭락과버블수출정책에도약점은있다.
타국이내수부양을시작해서세계경기가개선되면물가가오르기시작하는데,통화가치가폭락한미국의물가상승이가장빠르게나타날수밖에없다.
그러면연방은행이금리를공격적으로올리게되고유동성이줄어들면서세계곳곳에서버블은꺼지게된다.
87년에도미국에서물가가빠른속도로오르면서금리가폭등했고,그해10월블랙먼데이를기점으로전세계금융시장에서버블붕괴가나타났다.


내수가일찍회복된독일은미국연방은행이금리를올리자루브르합의를깨고금리인상을시작하면서버블을관리했다.
하지만,일본은내수부양이늦었기에미국에더많은약속을할수밖에없었고,미국과유럽이1년이상긴축을진행하고난89년에야금리인상에나섰다.


역사는반복되고있는가?최근노무현대통령은중남미순방길에서주택200만호정책을‘사고’였다고표현하면서,“나도사고를하나칠까하다가도지금은그러면안된다는생각한다"는발언을했다고한다.
또비슷한시기에총리와청와대도대규모내수부양책에분명한반대입장을표시했다.


우려스러운점은이모든것이플라자합의이후의일본을보는듯한느낌이라는것이다.
국제경제의흐름을읽지못하고내수부양을해야할때하지않고버티다가결국수출전선이망신창이가된다음에야부랴부랴내수부양에나서고,‘늦게배운도둑질에밤새는줄모른다’고다른나라들이긴축으로돌아서고나서도혼자열심히내수부양계속하다가버블을겪고,그리고버블후유증으로10년을암흑속에보낸일본을잊어서는안된다.


국제경제의흐름은지금우리가내수부양을해야한다는것이다.
우리가계속수출에만집중하고있으면원화급등이더심해질수밖에없다.
늦기전에내수부양을강력하게추진하고,선진국들이본격적인긴축에들어가면우리도그때를놓치지말고긴축에들어가면큰사고는없을것이다.
국제경제흐름을무시하고우리식대로살아가기에는우리는너무나도분명한소규모개방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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