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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 대출, 그 다음 테마는?
[푸뚜앙떼리요르] 대출, 그 다음 테마는?
  • 홍윤선/웹 스테이지 대표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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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업체를경영하는지라,하루의일과는당연히e메일을체크하는것으로시작한다.
노트북을켜고편지함을열면늘엄청난양의스팸메일이쏟아져들어온다.
물론웬만한스팸메일은자동으로분류돼정크메일함으로옮겨진다.
아침에도착한e메일은대략200통정도,쓰레기를걸러내고나면열댓통남짓이남는다.


하지만그리고나서도정크메일함을바로비워버릴수는없다.
간혹받아야할메일이정크메일함으로옮겨지는일이종종있기때문이다.
200통가까운스팸메일을제목과발신자명을확인하면서주욱훑어나가곤하는데,이런식으로정크메일함을살펴보다보니스팸메일의종류와제목이나름대로일정한흐름을갖고변화하는것을알수있었다.
올해초만해도상당수스팸메일은음란물일색이었다.
그런데최근에는음란물스팸메일대신어려운경제현실을반영하는듯대출관련스팸메일이부쩍많아졌다.
무엇인가현실이의미있게반영된듯하다.


그동안메일함을가득채웠던스팸메일의종류를한번떠올려보자.인터넷이용자들이비교적순진했던시절에는경품이나이벤트류의스팸메일이많았다.
실제로반응도높았고상업메일치고는비교적점잖은편에속했다.
이때는우리사회의전반적인소비문화가서비스산업중심으로급격히이동하던때였으며,이는경품이나사은품을팔아소비자를얻기위한노력의일환이었다.
물론이처럼단순한방법으로고객의마음을얻을수없다는사실은후에알게되었지만,스팸메일이소비문화의급격한변화를읽을수있는지표인것은분명했다.


네티즌들이순진함에서벗어난뒤부터는음란포르노메일이수년간전성기를구가했다.
스팸메일에대한강력한규제나정책을도입할때마다문제의핵심은음란메일이었다.
스팸메일은청소년들에게악영향을끼치고우리사회의성문화를오염시킨촉매이기도했다.
인터넷비즈니스에서도성인물은가장쉽게돈을벌수있는수단이었으며,연예인들도앞다퉈옷을벗기시작했다.
성을상품화한경제논리앞에보수적인성문화의빗장은맥없이열리고만것이다.
한국사회의음란한성문화는서구를압도하기시작했다.
음란스팸메일은이러한성문화혁명의메타포였다.


경품문화나성상품화는생존의문제와는다른차원이다.
전자는사행적소비심리를부추기는성격을지녔고다른하나는본성적충동을부채질하는속성을가진다.
그런데올해중반을넘어서며‘대출’스팸메일이모든것을압도해버렸다.
주머니에먼지만가득한네티즌들에게는경품도,음란물도의미가없다는것을스패머들이시장을통해확인한것이다.
빈털터리국민들에겐소비를전제로한어떠한유혹도제기능을발휘하지못한다는사실을,이들은누구보다도먼저깨달았다.


결국,소비를위해선쓸돈을쥐어주는방법밖에없으니,빈주머니서민들에게충동소비를유발하는가장강력한무기는돈을빌려주는것뿐이다.
현재대출관련스팸메일은전체스팸메일의80%이상을차지하고있다.
내년에1천만명의극빈층이예상된다는정부관계자의발언에,대출세일즈로가득한스팸메일함이증거가되어주는듯하다.


문득,두려움이몰려온다.
그렇다면그다음에는어떤스팸메일이메일함을가득채울까?경제가살아나구인·구직광고메일이대세를이룬다면더할나위없이좋은일이다.
하지만그렇지않다면어떻게될까?오직육체하나만남은사람들앞에또다른소비를이끌어내기위해스패머들이앞장선다면,과연무엇이올까?혹시‘장기매매’를부추기는것과같은스팸메일이가득한세상이되지는않을까하는불온한상상력이고개를드는것은정녕기우일까?

홍윤선1962년생.인터넷비즈니스,인터넷문화현상,그리고청소년문제를주로생각하며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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