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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보다 혹독한 금융권 감원 칼바람
IMF 때보다 혹독한 금융권 감원 칼바람
  • 김연기 기자
  • 승인 2004.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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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수익확대차원상시구조조정체제돌입…증권·보험,살아남기몸부림



금융권의구조조정이가속페달을밟고있다.
대규모인력구조조정과생존경쟁에서살아남기위한넥타이부대의힘겨운겨울나기가이제막시작된것.은행,증권,보험,카드,상호저축은행등업종에관계없이최근금융권의구조조정은실로전방위적인모습을보이고있다.
사실금융권의구조조정은어제오늘일은아니다.
하지만올겨울이들의어깨가유난히시린데는그만한이유가있다.
장화식사무금융노조연맹부위원장은“지금의금융권구조조정양상은과거외환위기때와는본질적으로다르다”고말한다.
그는“당시는부실금융기관의부도에따라정리해고가불가피한상황이었지만지금은기업이사상최대의이익을구가하면서도선제적으로인력구조조정에나서고있다”고말한다.


은행,최대수익불구구조조정강행

지난해외국계투자기관인론스타에매각된외환은행은올해들어이미500명의희망퇴직을접수한후,연말까지400명을더정리한다는계획을마련했다.
외환은행노조는“최근은행측에서일방적으로발령을낸특수영업팀직원200여명이우선구조조정대상”이라고말한다.
특수영업팀에소속된203명(해외지사포함)의명단을살펴보면근속연수가최저7년에서부터33년까지다양하게분포돼있다.
이가운데38명은지방지점에근무하던중갑작스런발령을받고서울로올라왔다.
지난77년에외환은행에입사해27년째근무하고있다는지방모지점의지점장A씨는“지방에서올라온이중상당수는숙소문제를해결하지못해여관이나찜질방등을전전하고있다”며“갑작스럽게발령을냈으면먼저숙소문제부터해결해줘야하는것아니냐”고분통을터뜨린다.


이들특수영업팀행원에부과된목표치도비현실적이라는의견이지배적이다.
이들은연간170억원의가계대출을유치하거나신용카드1800장을모집해야한다.
시중은행의한지점장은“지점전체가1년간가계대출에만매달려도170억원을유치하는게쉽지않은데개인혼자서모집한다는것은사실상불가능에가깝다”고말한다.
이에대해은행측은“노조에서언급한목표치는지점장출신에게만해당할뿐이며직급별로차이를둘것”이라고해명한다.
노조의입장은단호하다.
이번특수영업팀발령을사실상추가인력구조조정을위한사전준비작업으로규정하고적극적으로대처해나간다는것이노조의계획이다.
김보헌외환은행노조전문위원은“현재외환은행이경영위기에놓여있거나잉여인력상태가아님에도불구하고외환은행이지닌미래가치까지훼손해가면서구조조정을이어간다는것은매수기회만을노리고있는대주주의수익성띄우기로해석할수밖에없다”고말한다.
비싼값에팔기위해선1인당생산성이무엇보다중요한만큼한마디로대주주인론스타의잇속챙기기에불과하다는게김전문위원의주장이다.
노조측은지방노동위원회에부당전보구제신청서를제출해놓은상황이다.


은행권의구조조정은여기서그치지않는다.
국내최대은행인국민은행도감원의공포에서자유롭지못하다.
강정원행장이취임일성으로강도높은구조조정을천명한만큼언제‘날벼락’이떨어질지노심초사하고있다.
5년전뉴브리지캐피탈에매각되며혹독한구조조정을치른제일은행은최근외국계은행으로의매각가능성이대두되며다시금그때의악몽이되살아나고있다.


문제는이같은구조조정이위기상황을대처하기위한특정기간의대응이아니라상시적으로진행된다는점이다.
김우진금융연구원연구위원은“은행도이젠계속해서성장으로만나아가는게아니라언제든자산규모가줄어들수있는영업환경에놓였다”며“이같은환경에서1인당수익성을높이기위해은행이손쉽게빼어들수있는카드는상시구조조정밖에없다”고설명한다.


하지만최근은행들이사상최대의수익을올리고있는시점에구조조정이이뤄지고있어해당노조원들의반발은더심하다.
은행들은올상반기에만사상최대규모인3조6천억원의순익을달성했다.
장화식사무금융노조연맹부위원장은“은행들이사상최대이익에도불구하고한국씨티은행출범으로내년부터경영여건이더악화될것이라는논리를내세우고있지만본질적으로는상시구조조정을통해1인당생산성을키워주주들의이익을극대화하려는속셈이더짙다”고지적한다.


“경쟁력강화”증권사도줄줄이감원

은행권의본격적인구조조정이다가올미래의일이라면증권업의구조조정은이미과거형내지최소한현재진행형이다.
10월말굿모닝신한증권이전체직원의12.4%인235명으로부터희망퇴직원을받아이가운데138명을감원했다.
이에앞서세종증권이정규직원의30%를구조조정했으며브릿지,한양,한화증권도최근인력구조조정을단행했다.
최근LG투자증권과의합병과정에있는우리증권도감원이불가피한것으로전해지고있다.
한가지특이한점은합병후구조조정을놓고LG증권과우리증권노조간에극명한입장차이를보인다는점이다.
우리증권노조가합병후직원들의고용안정이우선적으로보장돼야한다는주장을펴고있는것과는달리피인수자(?*확인바람)입장인LG증권노조는어느정도의인력구조조정은불가피하다는입장이다.
권낙현우리증권노조사무국장은“합병추진이LG증권을중심으로이뤄지기때문에그쪽에선구조조정을굳이마다할이유가없다”고주장한다.
반면LG증권노조는고용안정보다는경쟁력확보가우선시돼야한다는입장이다.
김붕락LG증권노조위원장은“두증권사가합치고나면정규인력만3200명에달하는데,이는삼성증권이2200여명인것에비하면지나치게많은규모”라며“경쟁력강화차원에서희망퇴직으로잉여인력을해소할필요가있다”고주장한다.
증권업계에서는“이들외에동원금융지주에매각된한투증권이나하나은행에서매각실사를벌이고있는대투증권도앞으로매각작업이마무리되면대규모인력구조조정이불가피할것”으로내다보고있다.


은행업이생존차원이라기보다는수익성증대에초점을맞춰구조조정을실시하고있다면최근증권업의구조조정은차라리살아남기위한몸부림에가깝다.
이는두업종간의덩치를비교해보면쉽게확인할수있다.
외환위기당시33개에달했던은행수는지난6월말19개로줄었다.
반면은행들의평균자산규모는18조5천억언에서60조5천억원으로무려2.27배증가했다.
이에따라자산규모기준으로전체금융산업에서은행이차지하는비중은97년말38.5%에서2003년말58.6%로높아졌다.
반면증권사의자산규모는외환위기당시7100억원에서1조3천억원으로83%증가하는데그쳤다.
여기에증권사수는36개에서42개로오히려늘어났다.
한정태미래에셋증권금융분석팀장은“증권산업의경우아직새로운수익원이없고은행에비해경쟁력도취약한상태”라며“업계내에자생적인구조조정이본격화되지않고서는모멘텀이발생할수있는상황이아니다”라고말한다.


“개인없인조직도없어”인식틀바꿔야

금융권의구조조정칼바람은여기서그치지않는다.
내년4월방카슈랑스2단계도입을앞두고보험업계도제목소리내기에열을내고있다.
2단계방카슈랑스도입저지를위해11월24일까지24일째단식농성을벌이고있는곽태원사무노련위원장은“은행·증권·저축은행에서저축성보험을팔수있도록한1단계방카슈랑스가사실상은행들의독식으로나타난만큼자동차보험과보장성보험까지은행에서팔수있는2단계방카슈랑스가도입되면20만명이넘는보험종사자들이실직자로내몰릴것”이라고말한다.
그는“국내은행지분의60%이상을외국인이점유하고있는현실에서은행중심으로의금융산업재편은곧전체금융주권의상실을가져올수있을것”이라고지적한다.


이처럼금융권전체에서벌어지고있는구조조정바람은저마다다른사연을지니고있다.
과거처럼‘생존을위한불가피한선택’만으로설명하기도힘들다.
사상최대수익에도인력감축이지속적으로이어지고있으며회사의생존과는상관없이개인의성과평가에대한과정으로감원이이뤄지기도한다.
노조의단체행동이힘을얻기도쉽지않다.
일부금융전문가들은선진화된인력채용시스템을갖추는게필요하다고지적한다.
김우진금융연구원연구위원은“지금의공채제도하에선너나할것없이동등한조건으로입사했기때문에추후인력구조조정과정에서도항상형평성의논란이제기돼왔다”며“먼저인력채용시스템부터손질해야한다”고주장한다.
김연구위원은“예컨대회사측의필요에맞게‘정년보장직’,‘상시해고가능직’등을분명하게구분해‘정년보장’의자격으로입사할경우반드시정년을보장해주고‘상시해고가능직’등언제든해고될수있다는점을인정하고입사한경우에만인력구조조정을실시해야한다”고덧붙인다.


이에대해노동계에선구조조정에대한기업의인식변화가선행돼야한다는입장이다.
장화식사무금융노조연맹부위원장은“개개인의생존권이박탈되면그들로구성된조직의생존권도허물어질수밖에없다는사실을기업들이먼저깨달아야할것”이라고강조한다.


[금융권 구조조정 추진 현황] 금융권역/주요 현황 은행/외환은행 : 500명 희망퇴직 신청, 연내 900명까지 감원 /국민은행 : 강정원 행장 “연내 인력 구조조정안 마련” /한국씨티은행 : 합병 후 구조조정안 마련 중 /제일은행 : 외국계 은행과 매각협상 진행 중 증권/브릿지증권 360명 감원 /굿모닝신한증권 138명 감원 /우리증권·LG투자증권 : 합병절차 진행 중, 구조조정 추진 /한투증권 : 동원지주 인수 뒤 구조조정 추진 /대투증권 : 하나은행 매각실사 중 카드/LG카드 : 채권단 추가지원책 마련, 매각 추진 /우리·외환·KB카드 : 은행으로 편입 뒤 구조조정 중 보험/중소형 보험사 중심으로 인력·지점 감축 /방카슈랑스 2단계 도입 땐 보험 모집인 대거 실직 상호저축은행/예금보험공사, 부실 우려 19개사 중점 모니터링 /금융감독위원회, 8개사 적기 시정조치 자료 : 업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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