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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한국을 버려라
[책과삶]한국을 버려라
  • 백우진/<포브스> 기자
  • 승인 2004.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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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벗긴한국,일그러진속살

이성용지음
청림출판펴냄
1만원

“당신은한국에서누구를가장존경하는가?당신의역할모델은누구인가?"경영학을공부하는대학생과대학원생,그리고30대와40대의임원을대상으로이렇게물어본결과김구선생이가장존경을받았다.
다음은히딩크감독이었다.
이순신장군,이건희삼성회장,이재웅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박정희대통령등도존경하는인물로꼽혔다.


응답자의19.5%가김구선생을존경한다고말했다.
히딩크는16.4%였다.
이순신장군은7.6%,이건희회장은5.4%,이재웅대표는5.1%,박정희대통령은2.5%였다.
이밖에5.1%의표는분산됐다.


저자는이조사에서이순서가아닌다른대목을주목한다.
히딩크를빼면조사대상자의45.2%만이존경하는한국인이누구라고대답했다.
한국인들의절반이상에게는존경하는한국인이없다는얘기다.


왜그럴까.지은이는한국에는성공사례가많지않고역할모델을긍정적으로찾아나서는노력이부족하며성공을외부환경덕으로보기때문이라고분석한다.
저자는세번째요인을"우리대부분은어떤사람이성공할만한대가를치러서성공했다고여기는게아니라출생이나친인척관계,낙하산,누군가의청탁등무언가편법의덕을보았기때문이라고생각한다"고풀이한다.


과정보다결과가중시되는나라

그래서일까.한국에서는과정보다결과가우선시된다고그는비판한다.
어떤기업의간부가회사자산으로투자해상당한수익을올렸다고자랑했다.
그회사의다른임원은그간부가신용카드회사에투자했다가입은손실을메우기위해아주위험성이높은채권에투자했다고말했다.
저자는이사실을그기업의CEO와경영진에게귀띔해줬다.
그들은이렇게대답했다.
"그래요?다시는그런일이없도록조치를취해야겠습니다.
그래도그가회사에이익을가져온건참으로반가운일이네요."얼마뒤그간부는한단계진급했다.


이책은바깥의눈으로본한국이다.
한국계미국인인지은이는컨설팅회사베인&컴퍼니코리아의대표로일하고있다.
미국육군사관학교를졸업한뒤남가주대에서정보기술석사학위를받고하버드대MBA를마쳤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시스템엔지니어를거쳐미국국방부와EDS에서컨설턴트로활동했다.


이책이한국비판서중에돋보인다고할수는없다.
저자는모두16장인이책가운데13장을한국비판에할애했다.
13장은순서와무관하게따로읽어도좋다.
문제를체계적으로분석하기보다는현상위주로접근했기때문이다.
그렇다면이책을소개하는가장좋은방법은저자가이상하다고본사례를열거하는것이아닐까.

저자는한국임원들은아파트의경비와도같다고잘라말한다.
"우리나라대다수임원들은마치경비원들처럼위험을최소화하려고만한다.
그들이진정으로경영을지향한다고나는말할수가없다.
경비원들과마찬가지로우리는임원들이이윤을창출하리라기대하지않는다.
우리는임원들을높이평가하지않으며경험이전혀없거나아주적은사람이라도손쉽게임원의자리를대체할수있다고생각한다.
"

그는또한국에서는독특하게도대학교육이끝난이후교육수준이현격하게떨어진다고비판한다.
"서구의경우와비교하면그차이를확연하게알수있다.
서구의임원들은자신의비즈니스에관해우리보다훨씬정통하고주변환경을제대로꿰고있다.
그들이우리보다책을더많이읽고자신의능력을계속확대해나가기때문이다.
그러나한국의임원들은임원이된그순간부터역량에대한노력을중단하고는그저보고를받는위치에만족한다.
"

한가지더소개하면."모든직장인들은12시정각만되면우르르떼를지어밥을먹으러나간다.
그일사불란한대열에끼지않으면별종으로취급받거나아예왕따를당할지도모른다.
집에서도시락이나샌드위치를만들어오는경우는거의본적이없다.
한편미국에는점심시간이따로없다.
사람들은자기책상에서식사를한다.
때로는함께모여먹지만그것이매일되풀이되는일과는결코아니다.
"

일기예보말고는믿을게없다?

저자의비판가운데거슬리는대목도눈에띈다.
이책7장의'일기예보말고는아무것도못믿을한국'이다.
그는국내총생산(GDP)성장률과관련해"몇달전정부는6%를약속했는데현재이목표에는전혀도달하지못하고있다"면서"하지만이상황을제대로설명해주는사람은없다"고했다.
또"환율예상과실제수치사이에는큰차이가있으며정확도는기껏해야50%에불과할것"이라고지적한다.


그러나환율이나거시경제지표를정확히예측하기란불가능하다는점을고려하면이비판은수긍하기어렵다.
저자자신도"서구의주식시장또한부정확하기는마찬가지이며개인적으로는애널리스트들의금융시장예언능력을그다지신뢰하지않는편"이라고인정하지않았던가.

GDP성장률에대한저자의의문을풀어주자면,정부가주도하는계획경제가아닌한GDP성장률은목표가아니다.
시장경제에선정부가내놓는GDP성장률도전망치중하나에불과하다.
정부가거시경제정책을통해성장률을높이거나낮출수도있지만그운용폭은매우제한적이다.


나라안팎을막론하고정부를포함한국내외전문가들의전망은어긋날수밖에없다.
경제에는상호작용하는수많은변수가작용하고또그수많은변수와관련한여러경제주체의심리가영향을주기때문이다.
게다가수많은변수와심리적인요인외에경제활동에참여하는정부와기업,금융,소비자등의의지가작용한다.


예를들어보자.한국개발연구원(KDI)은1998년10월경제전망자료에서99년경제성장률을-1.5~2%로내다봤다.
기업과금융구조조정이성공적으로이뤄지면경제가2%안팎으로성장하겠지만그렇지않을경우1.5%마이너스성장한다는예상이다.
하지만결과는10.9%라는큰폭의성장이었다.
공적자금을투입한과감한금융구조조정과금융회사를통한기업구조조정,그리고재정지출확대와소비진작정책등이어우러진성과였다.


더구나우리의의지가아닌남의뜻에달린일도많다.
중국정부가금융긴축정책을강하게몰고간다면가파르던중국시장의성장세가둔화될것이다.
수출의존도가높고수출시장중중국에가장의존하는우리경제는타격을입을수밖에없다.
이는우리의의지가아니라예측할수없고어찌할수도없는외부변수다.

책의완성도를떨어뜨리는오류도보인다.
칠레와의자유무역협정(FTA)에대한부분.저자는"얼마전칠레정부와한국정부는FTA에관해논의했다.
나는한국언론과CNN의보도를듣고서일부조건들에대해서는모든참석자들이동의한것으로생각했다.
그러나내라틴아메리카친구들로부터들은얘기는사뭇다른것이었다.
그안건이아직통과되지못했으며그래서그들은한국정부에몹시분통을터뜨리고있다는것이었다.
"

저자는어떤처방을제시하나.저자는15장에서"한국은서비스경제를위한준비가되었는가?"라고묻는다.
그는"서비스산업은한국의미래이며여기에는이론의여지가없다"고전제한뒤정보기술(IT)서비스로관심을좁혀이분야에서IBM이나EDS같은세계적인기업들이탄생하기위한조건을열거하고있다.
그러나IT서비스산업에한국의미래가걸려있다는주장에는선뜻동의하기어렵다.
또저자가파악하고있는여러제약요인에도불구하고IT서비스에주력해야할필요성도납득되지않는다.
우리는지금잘하고있는산업을더잘하고,또할수있는일을해내기에도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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