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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건강]바람의 파이터
[영화속건강]바람의 파이터
  • 이수찬/인천 힘찬병원 원장
  • 승인 2004.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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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에새겨진아픔의역사


조선인이라면인간대접을받을수없던일제시대.최배달(양동근분)은파일럿의꿈을안고현해탄을건넌다.
하지만일본에서의모욕적인삶은그를분노케하고,그는결국자신을차별하던교관을때려눕히게된다.
건방진조센징으로낙인찍힌최배달.사무라이의후예인가토대위로부터목숨의위협을받게되고,그결과우연히재회한정신적스승범수(정두홍분)를야쿠자의칼에잃게된다.
범수의주검앞에서자신의나약함을뼈저리게느낀배달은입산수련을결심한다.
힘이없으면정의는무능임을되씹으며단련을거듭하는배달.한계를넘어서는고통을스스로에게가하며더강한조선인이되고자어금니를깨문다.


전설의파이터,신의손(God’sHand),가라테마스터,쇠뿔을꺾은사나이,그리고바람의파이터까지.이모든이름이최배달에게바쳐졌다.
요즘젊은이들이야영화를통해서나그를알테지만,중년만돼도누구나일본무도계를평정한자랑스러운한국인최배달(본명최영의)을잊지못할것이다.


다만의사로서아쉬운게있다면,그가싸움에임할때마다머리숱이한움큼씩빠질만큼깊은공포감을느꼈다는사실을아는이가많지않다는것이다.
일본의무술인들을하나씩꺾으면서,그가두려워했던것은불구나폐인이될수있을결투후의미래였다.
물론,그의공포는현실이되지않았지만,고통은예상치못한방법으로그에게찾아왔다.
말년에이르러손목과무릎통증으로자리보전하는날들이많아지게된것이다.
퇴행성관절염이었다.


퇴행성관절염은보통여성들의노년을고달프게하는질환으로잘알려져있다.
가사일중쪼그려앉아일하는습관이관절연골,무릎연골등을더많이닳게하기때문이다.
실제로퇴행성무릎관절염으로인공관절치환술을받아야하는환자열중아홉은여성이다.


그렇다면최배달은왜한사람의남성에끼게된것일까?영화를보면알수있다.
배달은황소와의싸움에서무릎관절을다쳤으며,결투를겪을때마다관절에많은충격을받아야했다.
이때그의관절에는염증이자랐을테지만치료받는장면은찾아볼수없다.
이것이외상성관절염이었고나이가들면서퇴행성관절염이함께나타났을것이라는예상은정형외과의사라면누구나할수있다.
배달은몸을아끼지않아조선의이름을알렸지만,조선의역사가준아픔은그의몸속에고스란히박혀자란것이다.


이렇듯퇴행성관절염은관절을많이쓰는것외에,부상이나외부충격도원인이되어증상을앞당길수있음도알아두자.머릿속기억은사라졌을지라도,몸이때로그과거를되새김질할수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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