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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한국, 외국, 아시아
[푸뚜앙떼리요르]한국, 외국, 아시아
  • 신현준 문화평론가
  • 승인 2004.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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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언론에서코시안이라는신조어가자주등장한다.
‘코리안’과‘아시안’을합성한용어이자,‘토종’한국인과‘이주’아시아인사이에태어난이른바‘혼혈인’을지칭하는용어다.
한일간신문에는코시안을다룬연재기획까지나왔고,‘도시형코시안’과‘농촌형코시안’도구분하고있었다.
짐작할수있듯전자는한국인여성과아시아남성사이에태어난존재고,후자는한국인남성과아시아여성사이에태어난존재다.


그런데이용어는심히유감스럽다.
‘이름이야아무러면어떠랴’라고생각할수도있다.
그렇지만이단어에한국인과아시아인을구분하는,따라서한국인은아시아인에속하지않는다는관념이들어있다는생각이들면이야기는달라진다.
코시안을다룬기사들이인종차별에반대하려는선의에서기획된것이라는점이위로가될지,아니면더큰저주일지판단하기는쉽지않다.


한국인을아시아인이라는범주로부터제외하는무의식적동기는무엇일까.아마도‘한국인은여타아시아인보다우월하다’고판단하기때문일것이다.
그런데입장을바꾸어생각해보자.만약일본에서토종일본인과한국인사이에서태어난아이를다른혼혈인과더불어‘자시안’(Jasian)이라고부른다면한국인들은어떤기분일까.아마도인터넷게시판에이런저런‘악플’들이난무할것이다.


한국인들은중국,동남아시아,남아시아,중앙아시아등보다살기괜찮다고생각하면서살아가고있는것같다.
홍콩,타이완,싱가포르처럼1인당GNP로만따지면한국이도저히따라잡을수없는지역에대해서는‘그런곳은정상적인나라가아니다’라는토를달면서비켜갈것이다.
물론막상그런지역을찾으면‘돈은되게많은가보다’라면서생각이흔들리겠지만,그것도그때뿐일것이다.


간단히말해서코시안이라는해괴망측한단어에는한국은‘아시아에속해있지만아시아를넘어선다’는이상야릇한욕망이숨어있다.
이른바‘탈아입구’(脫亞入歐)의한국판버전이다.
한국은‘세계12위의경제대국’이기때문에‘낙후된아시아’에속한다고인정하기에는자존심이상하는모양이다.
‘탈아입구’든‘낙후된아시아’든모두‘일본의식민지배의유산’이라는사실은안중에없다.


이제‘한국의인종주의’가심각한수준에도달해서무의식까지내면화되어있는것만같다.
‘황색인종주의’는‘황색’보다명도가낮은인종에대해서는한없이굽신거리면서도자기들보다짙은피부색에대해서는당한만큼가혹하게대한다.
인간의생물학적특징에는피부색외에도골상,체형등여러가지요인이있지만피부색만을전면에내세우는것도또하나의태도일것이다.
최근필리핀을취재한방송프로그램에서“피부색은달라도….”라는말이서슴없이나왔다.
특별한악의를갖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쉽게튀어나오는내면화된인종주의를확인하는심정은씁쓸하기만했다.


한국인이태어나면서인종주의자이지는않았을것이다.
그렇다면어디서배운것일까.아마도주된‘세뇌’의수단은미디어였을것이다.
그때문득몇년전딸아이가했던말이떠올랐다.
‘외국’이라는말은미국,유럽,일본같이‘잘사는’나라만가리키는줄알았다는말이었다.
외국이라는말이그저‘다른나라’라는보통명사라고깨닫기전까지딸아이는‘못사는나라’는‘외국’으로부터도배제되었던것이다.
곰곰이따져보면미디어에서‘외국에서는’이라는말을사용할때70~80%는‘선진국에서는’이라는뜻이었던것같다.
극단적으로말하면‘아시아’는‘한국’도아니고‘외국’도아니며,‘외국-한국-아시아’라는위계질서를세우고있다.


한국의인종주의는미국이나유럽같은‘외국’의인종주의를‘학습한’것인가.아니면한국을포함한유교문화권의유구한전통가운데인종주의의성분이들어있었던것일까.이모든것을이론적으로따지기이전에작금의현실은너무처참하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후베트남이나필리핀등동남아시아로‘골프투어’를가서‘풀코스’로즐기고온다는소식이들려오기때문이다.
그럴거면집창촌을합법화하고서울을암스테르담처럼만들어버리는게차라리낫지않을까.‘외국’을따라하는것을그렇게좋아한다면말이다.


신현준문화평론가homey@orgio.net
1962년생.90년대중반음악비평동인alt.virus를결성해활동하다지금은여러매체에시평,음악평을기고하며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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