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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속고 경기에 울고
통계에 속고 경기에 울고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4.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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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지표,사회·경제상황제때제대로반영못해정책현실성떨어뜨려


**조사참여자(가나다순)강미화울산대사회학과교수,고경환보건사회연구원책임연구원,김기승국회예산정책처경제정책분석팀장,김영익대신경제연구소투자전략실장,김일구랜드마크투신운용운용본부장,류정순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오석태한국씨티은행경제분석팀장,이덕청미래에셋증권경제채권팀장,임상혁전국경제인연합회경제조사실차장,정진주여성개발원연구위원,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선임연구위원,최희갑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

붕어빵에만붕어가없으랴.가계조사를열어보면자영업자데이터가없다.
임금상승률엔비정규직근로자임금이들어가지않는다.
노동생산성엔금융업등비제조업분야가빠져있다.
전경련기업경기실사지수(BSI)조사대상엔중소기업이없다.
1년미만단기채권으로구성된MMF(머니마켓펀드)는한국은행분류에선1년이상장기채권이된다.


이름만보고통계를믿었다간큰코다친다.
이름값못하는통계,본의아니게보는사람을속이는통계가널려있다.


그중에서도한국통계의가장큰골칫거리는자영업자들이다.
이각분야전문가12명을방문,전화,e메일을통해인터뷰한결과,자영업자조사에대한불만이전분야에서가장높은것으로나타났다.
한국의취업자중35%에이르는고용주,자영자,무급가족종사자등비임금취업자들이각종통계조사에서빠져한국경제,사회구조를제대로파악하기가어렵다는것이다.


도시가계조사에서자영업자빠져

이때문에오해를사는대표적인통계자료가통계청의‘가계조사’다.
이조사는조사대상에서1인가구를제외한데다자영업자에대한조사내용은그정확성이떨어진다는이유로공표하지않는다.
전신애통계청사회통계과장은“자영업가계의경우가계재무와운영업체의재무가뒤섞여있어조사대상자들이실제버는돈과가계부에쓰는돈이다를가능성이높다”며“정확한소득파악이어려워자영업자가계조사자료를공표하지않고있다”고말했다.
가계조사는전국의2인이상가구7500여개에매달가계부를나눠주고거기에수입,지출의세부항목을적게해조사한다.


실업률등각종고용지표를집계할때도한국의자영업자들은곧잘누락되곤한다.
실업률은통계청경제활동인구조사자료를기초로발표되는데,경제활동인구에선구직활동을하지않은실업자가제외된다.
한경제분석가는“한국엔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가많아고용지표들이실질적고용상황을반영하지못한다”고말한다.


그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석가와 정책가들이다.
특히 2002년 이후 가계신용 거품의 붕괴로 가계 지출이 급감해 내수시장이 위축되었을 때 가계조사 자료를 토대로 가계부채 상환속도를 계산해 내수 회복시기를 예측해 발표한 경제 분석가들은, 결과적으로 ‘틀린 전망’을 내놓게 되기도 했다.
한 경제 분석가는 “가계조사에 따르면 가계저축률이 20~30%대인 것으로 나오는데 한국은행 국민소득지표에 의하면 2002년 기준 가계 순저축률은 2%대”라며 “가계 재무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가계조사 외에 다른 조사자료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득 양극화, 빈곤층 확대 문제에 대해 대책을 내놔야 하는 정부측도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가계조사엔 자영업자, 1인 가구가 빠져 있어 이것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지니계수의 경우, 국제 비교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정책 타깃을 잡고 마케팅을 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고백한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
통계청에서도 가계조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단계적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농어가 가계의 연간소득 자료는 내년 5월부터 농가경제조사와 가계조사를 합해 발표될 예정이다.
1인 가구에 대한 가계조사는 내년부터 실시돼 2006년 가계조사 자료부터 합산, 공표된다.
그러나 자영업자 가구 가계자료는 수입 항목 파악의 한계 탓에 앞으로도 따로 발표하기가 어렵다고 통계청측은 밝혔다.
가계조사 표본가구 중 29%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가구는 현재 근로자 외 가구자료로 분류돼 무직가구 자료와 합산, 발표되고 있다.
한국 통계에서 착시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집단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통계청이 임금상승률을 발표할 때 쓰는 자료는 10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종업원으로, 1년 미만 계약의 임시근로자나 1개월 미만 계약의 일용근로자는 제외된다.
이 때문에 통계청 임금상승률은 체감 임금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나곤 한다.
문제는 경제 분석 때 이런 특성이 종종 무시당하거나 외면당한다는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일부 사용자단체나 언론이 노동생산성 증가속도보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을 봤다”며 “이때 쓰인 임금상승률은 비정규직이 빠진 것이고 노동생산성은 광공업과 제조업만으로 계산한 것이라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는 수출, 제조업만 사랑해? 노동생산성지수는 생산성본부가 분기 단위로 발표하며, 여기엔 광업, 제조업,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만 포함되어 있다.
비록 매년 1월 발표하는 국제비교 노동생산성 자료에는 전 산업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집계연도보다 2년 뒤에 발표되는 데다 산출방식이 국내에서 통용되는 노동생산성지수와 달라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
유금순 생산성본부 생산성혁신센터 연구원은 “광공업 외 다른 분야는 인풋과 아웃풋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직은 제외된 상태”라며 “도소매, 금융, 통신, 교육 등 서비스업에 생산성지수를 도입하기 위해 내년부터 조사작업을 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에 치중되기로는 경기동행지수 등 경제지표들도 만만치 않다.
최근 경제 전문가, 정부측의 경기 판단과 체감경기 상황이 크게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예가 통계청이 만드는 경기종합지수 중 현재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다.
한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동행지수에 제조업 가동률, 산업생산지수 등 제조업 생산과 수출쪽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경기 전반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조업 가동률을 빼고 도소매판매액 대신 내수용 소비재 출하를 넣는 등 경기 반영력이 큰 지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동행지수는 비농가취업자수, 산업생산지수, 제조업가동률지수, 도소매판매액지수, 건설기성액, 수출액, 수입액 등 7개 지표로 이뤄진다.
시장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불만들은 현재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급변하는 경제, 사회 환경을 제때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집중된다.
외환위기 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투자가 늘어나면서 자산시장 호황이 내수를 자극하지 못하는 상황에 왔는데도 경제지표들이 기존 비중 그대로 수출,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고 있어 체감경기와 경기지표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자산운용 전문가는 “이런 상황에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민간소비, 설비투자, 정부지출 위주로 다시 경제지표를 개발해 국민들의 행복도를 실제로 높여주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간 전문가 의견 수렴 창구 적어 한국의 통계 서비스가 선진국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통계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청, 한국은행 등 주요 통계기관들이 시장, 기업, 학자 등 민간의 목소리를 신속히 수렴하고 연구하는 기능이 약하니 별도의 통계연구기관을 둬 그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10월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기업경기실사지수, 주택보급률 등 주요 통계들이 발표 기관별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며 “기관에 따라 제 입맛에 맞는 통계를 생산해 발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의 오류가 국민 혼란, 정책 부실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외국처럼 통계연구소를 설립해 종합적인 통계 조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기승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정책분석팀장은 “통계청, 한국은행의 통계는 세계적 수준”이라며 “코시스(KOSIS), 에코스(ECOS) 등 온라인 검색 서비스도 다른 나라에 비해 편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계가 잘못된 것이 있다기보다는 경제구조가 달라져 가계수지, 가계부채 등 이전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부분에 대해 수요가 높아진 것”이라며 “기존 기관의 통계연구 파트를 강화해 여론 수렴 기능과 통계연구, 개발력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해하기 쉬운 통계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미국 등 외국 GDP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주로 언급된다.
그러나 한국 GDP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중심으로 발표, 보도되는 관행이 있어 국제 비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선 한 분기가 지나고 2개월 뒤, 미국에선 1개월 뒤 발표된다.
기업경기실사지수와 기업경기조사/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경련이 발표해 전경련BSI로, 기업경기조사는 한국은행이 발표해 한은BSI라고도 불린다.
전경련BSI는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주로 편입된다.
반면 한은BSI 1751개 제조업 기업과 1194개 비제조업 기업 등 총 294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해 중소기업 등 국민 경제를 반영하는 정도가 전경련BSI보다 높다.
BSI 점수가 100보다 높을 땐 경기가 좋다는 인식이, 100보다 낮을 땐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높다는 뜻이다.
매달 초에 전달의 BSI가 발표된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국민경제의 자금 흐름을 나타낸 표. 실물경제활동과 금융경제활동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사회회계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의 자금순환표에서는 거래주체를 금융, 정부, 기업, 개인 및 해외 등 5개 부문으로 구분해 경제활동의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거래주체를 분류한다.
그러나 금융시장 자금순환표는 항목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머니마켓펀드(MMF), 주식형 펀드 등 수익증권이 편입자산의 기간에 상관없이 모두 장기채권에 합산되는 등 시장 통념과 다르게 분류된 자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한다.
사회복지지출과 사회보장비/재정경제부가 발간하는 한국통합재정수지의 ‘사회보장 및 복지’ 항목엔 정 부문만 들어가고 공적 연금 급여비가 빠져 있다.
IMF의 사회보장 및 복지는 정부 재정+사회보험(건강보험 제외)의 급여, OECD의 사회복지지출은 정부 재정+사회보험의 급여+법정 민간지출, ILO의 사회보장비는 정부 재정+사회보험의 급여로 구성된다.
출산율과 출생률/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출생률은 인구 대비 그해 출생한 아이들의 수를 나타낸다.
한국에 꼭 필요한 경제지표, 사회지표
<저소득층의 재산-소득-소비 동향을 살필 수 있는 가계패널 통계>“올해 3분기 평균 국민소득이 341만원이라는데, 저소득층의 삶은 말이 아니다.
저소득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시장 상인과 중소기업들이 도산에 직면해 있다.
기존 가계조사, 경제지표는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무직 가구, 자영업 가구에 대한 재산, 소득, 지출조사가 취약해 저소득층의 실상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저소득층의 구매력과 파급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 <성별 분리 통계, 지역별 통계의 DB화>“산업 등 일부 통계는 성별 분리 집계를 하지 않아 성별효과를 볼 수 없다.
또 노동분야의 지역별 통계는 중앙으로 모이지 않아 얻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사회 통계는 성별, 지역별로 자료를 분석해야 더 적절한 정책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 빈곤율의 경우, 여자노인이 경제력이 없이 더 오래 삶으로 성별 분리 통계가 이뤄져야 더 명확하게 노인 빈곤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강미화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 <근로자 노동조건에 대한 조사>“현재 한국 정부, 연구자들은 산재보상보험자료를 써서 근로자 건강 등 노동조건을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알 수 없다.
또한 산재보험자료의 분석 결과의 발표는 주로 질환 중심으로 되어 있어 왜 일정한 근로자가 이러한 질병에 걸렸는지 알기 어렵다.
즉 질병의 구체적인 발생원인(노동조건)에 대해 알 수 없다.
EU 등 선진국에선 근로자의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 작업장소와 인간공학적인 측면, 작업시간, 작업속도, 작업의 통제와 자율성, 직무내용 등 노동조건과 건강에 관한 포괄적인 통계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조사가 필요하다.
” (정진주 여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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