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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싸고 싱싱한 제철 횟감 단골 안 되곤 못 배겨!
[박미향 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싸고 싱싱한 제철 횟감 단골 안 되곤 못 배겨!
  • 박미향 기자
  • 승인 2005.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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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대감> 휘익휘익 바람을 가르는 손짓, 천천히 올라가는 곡선의 발매무새, 국선도로 기를 모은다.
좋은 기야, 모여라. 푸른 잎사귀들이 사각사각 흔들린다.
오렌지빛 태양이 내 볼을 붉게 적시고 가슴으로 차오르는 맑은 느낌들…아, 좋다.
조용히 아랫배에 두 손 모아 기를 정리한다.
빠리빠리∼ 달린다.
마구 달린다.
영화 <쿵푸 허슬>의 주성치처럼 세게 달린다.
달려라 하니∼ 인천 바다로! 이국의 땅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고스란히 몸통을 지나간다.
바람결에 검은 대륙의 이야기들이 몰려온다.
문득 떠나고 싶다.
고래를 타고…. 자, 이제 청명한 기운을 후욱 휘둘러 맛난 생선들을 태운다.
기를 받은 광어, 각종 생선들이 출렁출렁 물차에 탑승하고 큰 수족관이 4개나 있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찰랑찰랑∼ 정수된 바닷물이 매일 신선하게 바뀌는 수족관에서 룰루랄라 신나게 논다.
이윽고 제 주인을 맛나면 소담스럽게 옷을 벗고 그의 기쁨이 된다.
강남에 위치한 <활어대감>의 맛난 생선들의 일상이다.
술은 평범하지만 안주로 먹는 횟감들이 워낙 신선해 술맛은 절로 난다.
우리네 전통집에서나 볼 수 있는 단정하고 은은한 기와판들이 벽마다 알알이 보석처럼 박혀 있고 천장 아래에는 커피색 진한 독들이 제 키를 자랑하며 놓여 있다.
탁자마다 소란소란 취기를 더한 열정들이 빛나고, 밖에는 타닥타닥 요리사가 생선을 정성껏 접시에 담는다.
세월을 아름답게 보내고 우아하고 단정하게 주름 진 우리네 청렴한 대감들, 그 깊이 안에 삶의 열정이 설핏 설핏 보여 더 매력적인 느낌, <활어대감>이 그렇다.
만약 불혹을 넘기고도 이런 남자가 있다면 어떤 여자든 사랑에 빠질 것이다.
일본 만화작가 겐시 히로카네의 작품 <시마과장, 부장>에서 불혹을 훨씬 넘긴 중년의 늙수그레한 남자들이 20대 매력적인 여자들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지축을 흔드는 태풍처럼 우리를 강타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한참 어린 여자 소피 누뵈와 연애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은 처자를 좋아하는 남성들의 늑대근성은 비슷하다.
참고로 두 작가 모두 중년을 훌쩍 넘었다.
아마도 지나버린 청춘의 싱그러움을 그녀들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현실은 ‘노’라고 말하고 싶다.
절대루∼ 조건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단 예외가 있다면 아마도 <활어대감>에서 느껴지는 영롱한 늙음과 살짝 살짝 비춰 더 멋진, 삶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면 모를까. <활어대감>의 주인장은 원래 H대 공대를 나온 공학도다.
공학과 횟집이라 으흠…, 10년간 현미만 먹었고 국선도로 매일 기를 모으는 그가 이 땅에서 가장 신선한 것을 찾아 판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리사 사무실에서 샐러리맨으로 살았지만 늘 맘 한구석에 세상과 멋지게 소통하고 싶었다.
소통의 도구는 ‘자연’스러운 것! 그래서 그는 처음 식물쪽으로 눈을 돌려 과일과 야채를 팔았고 지금은 동물로 대감집 문을 활짝 열게 된 것이다.
글로벌이 유행이라지만 한국 사람인 주인장은 우리 것이 좋단다.
평소 인사동의 오래된 것들을 좋아했던 그는 <활어대감>을 실제 전통가옥을 지을 때 쓰는 목재로 만들었다.
강남에 있는 횟집치고, 값이 싼 것치고, 생선의 질이 매우 좋은 이유는 물차를 몇 번 거쳐 도착하는 중간 유통과정을 주인장이 직접 가져오는 걸로 단축시켰기 때문이다.
그 이익을 고스란히 고객에서 돌려준 것이다.
2년간 노력한 덕에 주인장은 생선을 보는 눈이 확 뜨였다.
그래서 메뉴에도 없는 제철 생선들을 현지에서 바로 싣고 와서 우리들의 입맛을 돋운다.
한참 취재에 열중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 지난번 저희 회사에 오셨던….” 아, 몇 달 전 취재했던 강남의 한 벤처회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집 단골이라며 자신들의 회사에 입사하면 밤에는 이곳으로 출근한다고 수다를 떤다.
짠, 건배하고…. 들리는 소식에 스리랑카에는 생선요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진사태로 인육을 먹는 생선들과 오염된 바다 때문이란다.
가슴 아픈 이번 지진사태에 조의를 표하면서 아름답게 늙기를 염원한다.
너 한잔 나 한잔, 회 한점! -여는 시간 오후 4:00 -닫는 시간 새벽 5:00 -문의 02-511-3600 -메뉴 대감스페셜 3만8천원 광어, 우럭, 놀래미 1만3천~3만원 산오징어, 멍게, 개불, 소라 9900원 산낙지 1만5천원 각종 회들 1만6천~3만5천원 그 외 소주 3천원 맥주 3500원 산사춘, 백세주 8천원 오십세주 1만원 설중매, 매취순 9천원 홍삼가시오가피주 8천원 매실원액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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