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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누가 대중을 우매하다 했던가
[책과삶]누가 대중을 우매하다 했던가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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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탁월한개인보다더지혜로울수있다고믿는사람은아마거의없을것이다.
대중은항상문제를일으키는골칫덩이로묘사된다.
대중의우매함과공격성,광기를경고한사상가는동서고금을막론하고이루헤아릴수없을정도로많다.
지혜를얻으려면대중의무리에서벗어나라!그러나이책의저자는너무나당연해보이는이믿음을뒤집는다.
탁월한개인보다대중이더지혜로울수있다.
아니,대부분의경우대중이항상더지혜롭다.
몇몇문제를개인이대중보다더잘풀수는있지만,그도모든문제에서대중을앞설수는없기때문이다.


집단이개개인의능력을뛰어넘는사례들

대중의지혜를보여주는사례는무수히많다.
1907년어느날,영국과학자프랜시스골튼은소무게맞추기대회를구경하게됐다.
살아있는소한마리를보고,그소가도살되어손질되고난다음의무게를맞추는것이었기때문에결코만만한문제는아니었다.
출신과배경,지식수준이천차만별인800명의‘군중’이대회에참가해각자의추정치를적어냈다.
통계학에관심이있던골튼은참가자들이써낸추정치의평균값이실제값과다를것이라고확신했다.
몇몇현명한사람과보통사람,우둔한사람을섞어놓았기때문에그집단은반드시잘못된답을내놓을것이라고본것이다.
그러나결과는놀라웠다.
티켓에적힌추정치의평균값,그러니까참가자‘집단’이내놓은답은1197파운드였으며,도살된소의실제무게는1198파운드였다.
평소민주주의에부정적이었던골튼도마음이흔들렸다.
‘대중의판단도꽤쓸모가있군.’

좀더복잡한사례도있다.
68년미국잠수함스콜피온이북대서양에서임무를마치고귀환하던중사라졌다.
마지막위치는확인됐지만,스콜피온에서무슨일이일어난것인지추측할수있는단서는전혀없었다.
문제는수백미터바다속을뒤져야하는탐색작업이었다.
스콜피온이가라앉기전얼마나더항해했는지알수없었기때문이다.
이분야최고전문가의도움을청했지만결과는신통치않았다.
이때해군장교존크레이븐이새로운아이디어를냈다.
먼저수학자,잠수함전문가,인양전문가등다양한분야의전문가들로팀을짰다.
그리고는전문가들이서로상의해팀의단일안을내도록하는기존의방식대신,가장그럴싸한시나리오를각자따로따로하나씩적어내도록했다.
크레이븐은답변을모두모아‘베이즈정리’라는통계공식을이용해잠수함위치에관한집단전체의추정치를구했다.
그가찾아낸지점은어떤팀원도지목하지않은곳이었다.
실제로해군은그곳에서불과200미터떨어진곳에서스콜피온을건져올렸다.
집단이구성원개개인의능력을뛰어넘는신비스러운능력을발휘한것이다.


이러한대중의지혜를비즈니스아이디어로채용해성공한기업도있다.
바로인터넷검색시장을단기간에평정한구글이다.
구글은불과수초만에10억개의웹사이트를검색해검색자의질문에가장적합한웹페이지를찾아준다.
구글의정확성과신속성은야후나알타비스타,라이코스와는비교가되지않을정도다.
구글은어떻게검색자가찾는가장가치있는정보를찾아낼수있는것일까?비법은대중의지혜를이용하는것이다.
10억개의웹사이트에있는모든문서를동일한방식으로뒤져서원하는정보를그처럼빨리찾아낼수는없다.
정보가치의판단도문제다.
검색창에쳐넣은글자와똑같은글자를더많이포함했다고해서더정보가치가높다고할수는없지않은가.구글은모든페이지에‘페이지링크’를매긴다.
링크는일종의투표라고볼수있다.
각페이지의중요성은그페이지에링크로연결된페이지의수,즉득표수에따라결정된다.
물론어떤페이지가던진표인가도고려된다.
중요한페이지가던진표에는가중치가붙는다.
구글은문제가주어지면,어떤페이지가가장가치있는정보를담고있는지모든웹페이지가투표하게하고,그중가장득표수가높은페이지부터보여주는것이다.
그결과는누구나확인할수있는것처럼놀랍도록정확하다.
구글의첫번째나두번째목록만봐도원하던정보를찾을수있을때가많다.


비즈니스아이디어,기업경영에도움

88년개설된아이오와전자시장(IEM)은선거결과를정확하게예측해내는것으로유명하다.
88년부터2000년까지치러진49번의선거에서IEM은미국대통령선거에서는1.37%,상하원의원선거등기타선거에서는3.43%의오차로실제득표율을예측해냈다.
어떤여론조사도IEM의정확성을따라잡지는못했다.
IEM에서는8천명의일반인들이참여해선거결과를예측해선물계약을사고판다.
그러나IEM의모델을상업화해정작돈을벌고있는곳은할리우드주식거래소(HSX)이다.
HSX는박스오피스수익과주말흥행성적으로거래한다.
IEM보다는정확성이떨어지지만,할리우드의기존예측기법과비교해서는뛰어난성과를보이고있다.
HSX는주요영화스튜디오에관련데이터를상업적으로판매한다.


저자는이러한모델이기업경영에도도움을줄수있다고지적한다.
대부분의기업이아직도한사람에게권력이집중된수직적인의사결정구조를유지하고있다.
그밑바탕에는대중보다는탁월한개인이훨씬더지혜롭다는단단한믿음이깔려있다.
그러나제약회사이노센티브의최근사례는진실은정반대일수있음을보여준다.
이노센티브가개발한신약은미국식품안전청(FDA)의승인을받아야한다.
만약승인을받지못한다면그로인한손실은실로엄청나다.
신약개발에는천문학적인규모의자금과시간을투자해야하기때문이다.
FDA의승인가능성을사전에예측할수만있다면회사는손실을최소화하는동시에수익을극대화할수있다.
이노센티브는직원들로의사결정시장을만들어6개의개발예정약품가운데FDA에서승인받을가능성이있는약품을가려내도록했다.
거래가시작되자마자시장은재빨리승자와패자를정확하게가려냈다.


물론대중이항상올바른판단을내리는것은아니다.
대중의지혜에는몇가지전제조건이붙는다.
우선집단내의다양성이보장돼야한다.
동질적인집단은‘집단사고’의덫에빠지기쉽다.
또한각개인은철저하게자신의정보와판단에따라독립적으로결정을내려야한다.
그밖에도분산과통합의조화,조정과협조등의조건이필요하다.
그러나이는지나치게이상적이다.
만약그런조건을모둔갖춘집단이있다면,그집단이지혜롭지않다는것이오히려이상해보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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