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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현금영수증제도 도입 한 달, 혼란 백태
[진단]현금영수증제도 도입 한 달, 혼란 백태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5.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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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발급이시작된지한달남짓흘렀다.
하지만제도에대한이해부족과가맹점의기피로인해곳곳에서현금영수증발급이차질을빚고있다.
고객은현금영수증을내놓으라요구하고업자들은그럴수없다고맞서는형국이,마치신용카드가도입된초기의혼란상과판박이다.


현금영수증제도는자영업자나전문직종사자들이현금매출을탈세의도구로사용해왔기때문에이들의매출을투명하게노출시키고근로자와의세부담형평을맞추기위해국세청이마련한제도다.
이런취지로도입된현금영수증제도가곳곳에서삐걱거리고있는가장큰이유로시민들의이해부족을먼저꼽을수있다.
국세청은이미지난해초부터현금영수증제도에대한홍보를시작했다.
그러다9월부터는각종신문,학교포스터,TV등을통해보다적극적인홍보활동에나섰다.
하지만정작시민들은무덤덤한반응이었다.
국세청부가가치세과의양철호사무관은“국세청은나름대로제한된예산하에서홍보를위해노력했지만,소비자들이당장닥치기전에는신경을쓰지않아초기에혼란이생기는것”이라며“시간이지나면자리를잡을것”이라고말했다.
초기혼란이벌어진데는시민들의관심부족이큰구실을했다는게그의말이다.


홍보덜돼일반시민인지도떨어져

이에대해가맹점이나시민들은다른의견을내놓고있다.
롯데마트서울역점마케팅팀의이교원씨는“TV나매체를통한홍보가덜된것같다”며“직원들이먼저현금영수증을발급할지를물어봐야고객들이이에대해아는정도”라고말했다.
충분한홍보가이루어졌다는국세청의주장과는달리,일반시민들의인지도는크게떨어진다는얘기다.


현금영수증을발급받기위해체크해야할부분이적잖은것도빼놓을수없다.
얼굴을맞대고앉아설명을들어도쉽게이해가되지않는판에,순식간에스쳐지나가는TV광고로는큰효과를거두기힘든게사실이다.
꼼꼼히세금제도를챙기는사람이아니고서는현금영수증제도에대해일반인들이꿰차고있기란어렵다.


이처럼현금영수증제도에대한인지도가낮은탓에벌어지는혼란은한두가지가아니다.
대표적인것이바로홈페이지가입을먼저해야한다고잘못알고있는경우다.
현금영수증을발급받기위해서는먼저국세청의현금영수증인터넷홈페이지현금영수증.kr에가입해야하는것으로알고있는사람들이많다.
하지만이는사실과다르다.
현금영수증발급을통해소득공제를받기위해서는인터넷홈페이지에등록해야하지만,현금영수증을발급받기위해반드시먼저등록을할필요는없다.
현금영수증을먼저발급받은다음,나중에인터넷에등록해도아무런문제가없다.
국세청에데이터가남아있기때문이다.


만일가맹점에서현금영수증을발급해주면서고객의주민등록번호나휴대폰번호를알려달라고할경우,이를거절해도무방하다.
OK캐시백카드,엘지보너스카드등각종적립식카드나신용카드,이동통신사멤버십카드등을내보이면현금영수증을발급받을수있다.
주민등록번호나휴대폰번호는모든게여의치않을때마지막으로사용할수있는최후의보루인셈이다.
물론여기서도잊지말아야할게한가지있다.
자신의카드가아니라타인의카드를대신이용하는경우가있는데,현금영수증을발급받는데는아무런문제가없지만,혹시라도정기적으로이루어지는복권추첨에당첨된다면소유권을두고논란이벌어질수도있다.


업종에따라이해관계엇갈려

현금영수증제도를바라보는가맹점의입장은업종에따라이해관계가얽혀있다보니제각각일수밖에없다.
예컨대유통업계는당장카드수수료가나가지않고현금이들어오기때문에적극적으로반기는분위기다.
이에반해전통적으로현금매출누락이심한것으로알려진전문직종사자들과자영업자들은상대적으로시큰둥한반응을보인다.


용산전자상가의분위기는또다르다.
과거용산전자상가에서현금으로물건을구입할경우에는카드수수료해당금액만큼물건값을깎아줬다.
고객으로서는당연히돈을덜낼수있는현금구매를선호했다.
굳이카드수수료를부담하면서까지물건을살이유가없었던탓이다.
하지만현금영수증제도도입으로용산전자상가주인들을고민에빠졌다.
현금영수증을발급할경우매출은그대로드러나는반면,수수료가붙지않으므로손님들에게수수료핑계를댈수없게된탓이다.
사정이이렇다보니곳곳에서제도자체를도입하지않고버티는사례가생겨나고있다.
또다른전문전자상자인테크노마트의경우,매장의10%정도가현금영수증제도를받아들인반면,현재용산전자상가의보급률은거의제로에가깝다.
‘나홀로버티기’란비난을듣는셈이다.
간혹현금영수증발급을요구하는고객에게“현금영수증도수수료가있다”며스스로포기하도록억지를부리는주인들도있다.


이처럼잘못된정보를주며현금영수증발급을포기하도록유도하는사례는많다.
마포구아현동에사는김아무개(32)씨도얼마전똑같은경험을했다.
그는병원에서진찰을받고수납하면서현금영수증을요구하다간호사로부터핀잔을들었다.
대뜸간호사가“현금영수증은괜히가지고있다가잃어버리면안되니그냥연말에몰아서발급받는것이좋다”고말한것이다.
분명옳지않은정보다.
국세청관계자는“현금영수증은재화나용역을현금과교환할때발급하는것”이라며이런식의설명은잘못된것이라고강조했다.


문제는현금영수증발급을거부하는매장을처벌할실효성이떨어진다는데있다.
양철호국세청부가가치세과사무관은“신용카드도처벌규정이있지만실효성이높지않은것처럼현금영수증발급거부에대해서도처벌하기가쉽지않다”고지적한다.
다만그는“과거신용카드가그랬던것처럼현금영수증을요구하는고객들이증가하면어쩔수없이매장에서도현금영수증을발급해줄수밖에없을것”이라고말했다.
형식적규정보다는실질적인영향력에달려있다는얘기다.


서비스수수료로매출을올리는업체로부터는현금영수증을받을수없다는점도논란거리다.
예컨대여행사를통해항공권을구입할경우,카드로결제하면문제가되지않지만현금으로지불하면단한푼의소득공제혜택도받지못한다.
이는비단여행사의경우에만그치지않고,수수료수입으로업체를꾸려가는각종대행사들에게공통적으로적용되고있다.
국세청관계자는“매출을어느회사의것으로계상해야하는지가복잡하게얽혀있어문제해결이쉽지않다”고털어놓았다.


현금영수증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인터넷 회원 가입자는 80만명을 밑돌고 있다.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의 양철호 사무관은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라 6개월에서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전문직과 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밝혀내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려는 취지로 도입된 현금영수증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현금영수증제도 Q&A
1. 현금영수증은 어떻게 발급받나. 현금으로 결제할 때 OK캐시백카드, LG보너스카드, 굿보너스카드 등 적립식 카드나 신용카드, 이동통신사의 멤버십카드를 제시하면 포인트도 적립하면서 현금영수증도 발급받을 수 있다.
만약 카드가 없다면 핸드폰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2. 근로소득공제는 얼마나 받나. 총 급여액의 10%를 초과하는 현금영수증 사용금액의 20%에 대해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이 사용한 금액은 부모의 사용금액에 합산할 수 있다.
3. 현금영수증복권도 있다고 하던데. 2005년부터 현금영수증 수취자에게 총 36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며, 매월 추첨을 통해 1등 1억원, 2등 2천만원, 3등 500만원 등이 지급된다.
당첨 결과를 알고 싶으면 사이트 http://현금영수증.kr를 방문해 확인해 볼 수 있다.
4. 사업자에게도 혜택이 있나. 우선 현금영수증 발급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없다.
여기에 현금영수증 발급금액의 1%에 대해 연간 500만원 범위 내에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매출액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증가된 수입금액 가운데 일정비율에 대해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가 감면된다.
이 밖에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에 대해 일정 기간 세무조사가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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