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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공무원행 중소기업 “울고 싶어라”
묻지마 공무원행 중소기업 “울고 싶어라”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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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은물론직장인도가세…노동시장왜곡,민간-공공부문격차줄여야

지난2월16일노량진의ㅎ고시학원.수업시간을기다리는수험생들로학원은장사진을이루고있다.
강의실마다길게늘어선줄은복도에서계단을돌아층층이이어진다.
단과수업이시작되는오후2시까지는아직도1시간정도가남았다.


“수백명이듣는인기강좌를앞자리에앉아듣기위해선힘들더라도어쩔수없어요.조금만뒷자리에앉아도모니터로교수님을봐야하는데,그러면집중력이확떨어지거든요.서울에올라온이유도없어지는거죠,뭐.”지난1월대구에서올라와고시원생활을하고있다는서수민(가명·28)씨의이야기다.


가장힘든일은학원마다오전7시30분부터1시간정도진행되는무료특강의자리를맡는일이란다.
아침특강은일찍일어나는계기도되고,무료로진행되기때문에수험생들로부터인기가높다.
노량진고시촌내에서도인기가높다는이학원4층에들어서있는ㄱ고시원의한관계자는“서울에거주하는수험생들의대부분은자리를맡기위해고시원생활을한다”며“아침특강의경우새벽4시가넘으면이미강의실로내려가는학생들도있다”고말한다.


오는4월국가직시험을앞두고있어서인지,팽팽한긴장감이학원곳곳에서느껴진다.
당장수험생들은막바지시험준비를위한문제풀이반접수를위해어려운관문을거쳐야한다.
접수는온라인접수와직접방문접수로나뉘는데,온라인의경우통장개설30초만에마감되는것이보통이라고한다.
결국직접접수증을끊어야하는데,보통하루전날부터줄을서야한다는것.9급토목기술직을지원할예정인강상우(가명·27)씨는“최악의경우에는밤을새워도접수가안될수있어불안하다”고말한다.


2000년이후붐…9급합격자도대부분대졸자

공무원시험열기는지난2000년이후로부쩍높아졌다는것이학원관계자들의설명이다.
ㅎ고시학원의이우총괄실장은“많아야700~800명에불과하던수강생들이2000년이후로매년10~20%씩증가하더니지금은9급시험을준비하는수강생만3천~4천명에달한다”고설명한다.
이학원이2002년부터인근건물에강의실과자습실을두세군데씩더늘리게된것도이때문이다.


실제최근몇년간공무원공개채용시험경쟁률을들춰봐도이런분위기가읽혀진다.
지난2000년만해도37대1의경쟁률을보이던9급공채시험은2003년에62대1까지올라가더니지난해90대1로치솟았다.
올해는84대1로다소주춤해보이지만,실제합격자가아닌선발예정인원을기준으로해서전년치(76대1)와비교하면훨씬높아진셈이다.


전반적으로하향지원이두드러지고있다는것도주목할만하다.
급수가낮을수록평균경쟁률증가추이는훨씬뚜렷하게나타난다(표참조).ㄱ고시원관계자는“신림동에서5급행정고시준비하다가짐싸들고노량진으로와서7급,9급공무원을준비하는경우도허다하다”고말한다.
경기침체가장기화되면서오랜기간시험준비를할만한여력이없는사람들이늘고있다는것이다.


7급보다9급공무원에더많은취업준비생들이몰리는것도같은맥락이다.
이우총괄실장은“과목수도많고시험이어려운데다선발인원도급격히줄이고있어7급만준비하는수험생들은많지않다”고말한다.
지원자들이늘면서합격선이올라가고있는것도하향지원을부추긴다는것이다.


또다른특징은나이와학력을불문하고많은사람들이공무원이되기위한고행길에나서고있다는점이다.
중앙인사위원회에따르면지난해9급공무원공채시험합격자1798명중99.2%가전문대재학이상의학력을소지하고있다.
더이상고등학교졸업장으로는하위직이라도공무원이되기힘들다는이야기다.
양광석중앙인사위인재채용과서기관은“특히대학재학중인24~26살사이의합격자분포가뚜렷하다”고말한다.
대졸자가늘어난것은물론이고학교졸업전에일찌감치공무원시험에통과하는경우가많아졌다는것이다.


대학서도공무원시험물심양면지원

일부대학은물심양면으로학생들의공무원시험준비를돕는다.
교육훈련지원금제도를운영중인한성대는전체재학생을대상으로졸업시까지100만원한도내에서학원비의50%를지원한다.
박철우한성대취업정보팀장은“매년7억원정도의지원금이나가는데,공무원학원수강신청이많아지는편”이라며“얼마전에는노량진의한공무원고시학원과전체온라인강좌를신청학생들이1년간들을수있도록하는협약을맺기도했다”고말한다.


또한지난해명지대에선공무원시험관련강좌의강사진들이직접캠퍼스로출동해재학생을상대로강의를벌이는진풍경이연출되기도했다.
한학원관계자는“학생들의공무원선호도가높아지다보니,대학들도경쟁력높이기차원에서다양한혜택을주려고하는것같다”고설명한다.


다니던직장을그만두고공무원시험에올인하는경우도적잖게눈에띈다.
서수민씨도그런경우다.
지난해6월그는3년넘게다닌회사를그만두고공무원시험준비에매달리기로했다.
매년체감경기가악화되는데다,구조조정이라도닥치면여성이라는이유로쉽게잘리지는않을까하는게주된이유였다.
서씨는“대학을졸업할때만해도공무원으로특채되는친구를보면일단다녀보고싫으면나오라고했는데,지금은도대체무슨빽으로들어갔냐고되묻는형편”이라고귀띔한다.
그는매달100만원이넘는돈을고시원과학원비,용돈등으로쓰고있다.
그나마3년간직장을다니면서저축해놓은돈이있기때문에가능한일이었다.
이에대해서미영인크루트경력개발연구소이사는“구조조정의위기를맞은직장인들이유학이나창업에비해비교적위험이덜한공무원시험으로방향을전환하고있다”고설명한다.


특히수도권의하위권대학생들과지방대생에게있어공무원시험은괜찮은일자리로가는유일한‘비상구’로인식되고있다.
노량진고시촌에서도지방에서올라온수험생들의비율이전체의60%를넘긴다.
올해대학을졸업하는황우연(가명·24)씨는지난해6군데대기업에지원했지만,한군데도서류심사를통과하지못했다.
“저는몇군데넣어보지않은편이에요.제동기는50군데나넣어도안되더라구요.그렇다고이름없는중소기업에들어가기는싫고,차라리공무원이되자고결심한거죠.”공무원시험에선학력이걸림돌이되지않기때문이다.


영남대토목공학과를휴학중인강상우씨도일찌감치대기업지원을포기하고공무원에도전중인경우다.
강씨는“민간대기업과9급공무원직의초봉이1천만원가까이차이가나지만,마흔을넘겨서도안정적으로일할수있는것이가장큰소망”이라고지원동기를밝힌다.
입사시지방대가불이익을받는다는것도대기업지원을포기하게된이유중의하나다.
강씨뿐아니라그가속한학과에서10명중4명은공무원시험준비에매달리고있다는것.

이때문에노량진일대의고시원수도최근몇년간급격히늘었다.
학원가와거리가떨어져있는장승백이역근처까지고시원이속속들어서고있다는것이고시원관계자들의설명이다.
서울에서공부를해야붙는다는생각에지방거주자들이대거상경했기때문이다.
이곳은모든것이공무원시험을준비하는수험생의편의에맞게돌아간다.
인기강사의강의를직접들을수있는것은물론이고,공무원전문서점이나식당까지학원수강생들에게는할인혜택을주기때문이다.


서울소재수험생들이많이찾는종로의J행정고시학원에서도이런분위기를확인할수있었다.
이학원의이강산상담실장은“취업난이지속되면서상위권대학출신자들의시험준비가늘긴했지만,여전히대다수는수도권의중하위권대학출신”이라고말한다.


기업상시구조조정체제,공무원행부채질

하지만일각에선이런공무원시험열풍이전체고용시장의불균형을초래할것이라는우려의목소리도적잖게흘러나오고있다.
우선전병유한국노동연구원박사는“국가적으로노동시장유연화를부르짖고있지만,여전히평생직장에대한애착이지나치게높다”고지적한다.
취업포털사이트인크루트가2003년에구직자857명을대상으로한설문조사를보면‘불황으로인한퇴사에대한두려움,취업난의해결책으로공무원시험이나고시를준비하고있냐’는질문에61%(525명)가‘그렇다’고응답했다.
기업들이상시적구조조정태세를갖추면서‘안정적직업에대한집착’을강하게불러일으키고있다.
직장을옮겨다니는것자체가상당히위험한일이라는인식은그만큼일자리를구하기가어렵다는현실을반영하고있다는것이다.


전병유한국노동연구원박사는또“공무원시험에많은구직자들이몰리면서,가장큰타격을받는것은중소기업”이라고꼬집는다.
대졸구직자가급증하면서,근무여건과고용안정성에서뒤떨어지는중소기업을택하지않으려는경향이갈수록뚜렷해지고있다는것이다.
따라서중소기업지원을통해인재를불러들이는것은물론이고,민간부문과공공부문의지나친불균형을시정해나가는것도필요하다는지적이다.


적성이나능력은고려하지않고무조건공무원행을택하는것에대한우려도나온다.
고용안정성만믿고공무원이되려는사람들이늘고있다는것이다.
종로의고시학원에서만난수험생구창식(가명·25)씨의이야기는이런현실을그대로드러낸다.
“지난해가을학기에는학교수업과학원수강을병행하다보니하루15시간강의를들은적도있어요.그런데이렇게매달리는사람들이많아도자기소신을갖고합격뒤에구체적으로어떤업무를하고싶다고이야기할수있는사람은거의없어요.그냥취업하고보자는식이죠.”

한편9급은최소1년이상,7급은2년이상을꼬박시험공부에매달려야하는고시촌에선중도탈락자도상당수에이른다.
노량진학원가의한관계자는“강좌개설초반부터10명중1명꼴로탈락자가나온다”며“하루12시간을공부한다는게쉽지만은않은일”이라고전한다.
그래도초반탈락자는나은편.2~3년씩해보다가포기하는경우가훨씬많은데,이들의취업전선은더암울해질따름이다.



*사진설명:아래사진을죽이어서붙여주세요.
1.공무원시험준비생들로북적이는노량진고시촌일대.이곳에선학원,식당,서점,고시원등모든것이공무원취업준비에맞춰져있다.

2.한학원의상담실풍경.수업이비는시간에수험생들은학원관계자들에게각종수험정보를문의한다.

3.인기강좌를앞자리에서듣기위한줄서기는공무원행의첫관문.수업시작1시간전인데도이미줄은꼬리에꼬리를물고늘어서있다.

4.수업이시작되자마자복도에선그다음수업의자리를맡기위해가방들의행렬이시작된다.






45대 1 경쟁률 뚫은 등대지기, 황진호씨

지난 2월15일 첫 출근을 한 인천해양수산청의 신입사원 황진호(26)씨. 그는 얼마 전 치러진 등대원 특채에서 무려 45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이번 등대원 채용은 지원자들이 한 달에 길어야 4~5일 육지로 돌아올 수 있는 외로운 섬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기능직 10급 국가공무원인 등대원의 급여는 수당까지 합쳐서 연봉 1500만원 수준. 그럼에도 지원자의 60% 이상이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였다는 것은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이 제한도 없어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등대원에 도전했다.


인천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육지와 섬에 골고루 등대가 있는 동해안과 달리 서해안은 섬에만 등대가 있어 그동안 지원율이 저조했다”며 “하지만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지난해부터 지원자가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한다.
2004년에도 2명의 등대원을 모집하는 데 57명이 지원해 28.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것.

“직장 다니다가 온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나이도 30살을 훌쩍 넘기셨구요.” 서류심사와 면접의 2단계 전형을 가뿐히 통과해 낸 황진호씨. 지원자는 많았지만, 사실 그는 ‘준비된’ 등대원이었기에 최종 합격의 기쁨을 안을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목포대를 졸업한 뒤 1년간 공부를 해 항로표지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놓았던 것.

“안정적인 공무원이라고 무턱대고 지원한 건 아니구요, 어려서부터 등대원을 지망해 왔어요. 제 적성에도 맞는 것 같구요. 그런데 면접과정에서 보니까 항로표지의 정의조차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당연히 오랜 기간 관련 지식을 쌓아온 제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죠.” 서해안의 한 선박에서 등대원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인 황씨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직업지도에서본‘공무원’

‘산업·직업별고용구조조사’에따르면일반행정공무원은31만7014명.30~40대가전체의70%이상을차지하고있으며,70.6%가전문대졸이상의학력을갖고있다.
월평균임금은224만원으로하위25%가167만원,상위25%는250만원.고용안정성,공무원연금지급,다양한휴가제도등이장점이며올7월부터는주5일근무제도본격시행된다.
정부의일자리창출정책과함께점차다양해지는행정서비스요구에따라향후5년간고용은다소증가할것으로전망된다.
따라서입직경쟁률도매우치열할것으로보인다.
다만장애인이나여성등은상대적으로다른부문에비해취업이용이할수있다.



*표1/연도별공무원채용시험시행현황(자료:중앙인사위원회)
<행정고등고시-행정,공안직>
구분/출원자/합격자/평균경쟁률
2000년/1만2556명/203명/62:1
2001년/1만518명/233명/45:1
2002년/1만1명/257명/41:1
2003년/1만1943명/209명/57:1
2004년/1만4184명/198명/70:1

<7급공채시험>
연도/출원자/합격자/평균경쟁률
2000년/4만5469명/614명/74:1
2001년/4만5812명/599명/77:1
2002년/5만3766명/623명/86:1
2003년/6만991명/633명/96:1
2004년/6만3896명/477명/134:1

<9급공채시험>
연도/출원자/합격자/평균경쟁률
2000년/10만5831명/2880명/37:1
2001년/9만306명/2915명/31:1
2002년/10만5286명/2915명/36:1
2003년/11만6509명/1883명/62:1
2004년/16만1613명/1798명/90:1

*표2/9급공채최종합격자학력현황
구분/2004년/2003년/증감(%)
계/1798명(100%)/1883명(100%)/-
대학원이상/27명(1.5%)/26명(1.4%)/↑0.1
대졸/1230명(68.4%)/1315명(69.8%)/△1.4
대재·중퇴/438명(24.4%)/402명(21.4%)/↑3.0
전문대졸·재·중퇴/89명(4.9%)/115명(6.1%)/△1.2
고졸이하/14명(0.8%)/25명(1.3%)/△0.5
(자료:중앙인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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