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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통장, 돈버는 대출? 예금 탈을 쓴 빚?
마이너스통장, 돈버는 대출? 예금 탈을 쓴 빚?
  • 이현숙 기자
  • 승인 2005.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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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단 예적금 담보대출 활용을
한도·만기관리로 이자부담 덜어야


흔히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란 뜻으로 ‘양날의 칼’이란 표현을 쓴다.
잘 사용하면 자신에게 이롭지만 거꾸로 서투르게 이용하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금융상품도 마찬가지이다.
신용카드나 마이너스통장 등은 장점이 있지만 뒤에 도사린 위험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해진 한도 안에서 잔액이 없어도 돈을 빼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은 쓰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신용카드 현금수수료에 비해 훨씬 이자부담이 적으므로 ‘돈 버는 대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에 비해 소비절제를 못하면 빚으로 고스란히 남을 수 있어 ‘예금의 탈을 쓴 빚’이라고 보는 눈도 있다.


이처럼 ‘양날의 칼’같이 장단점이 함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잘못 사용해 낭패 보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회사원 강선태(가명·38)씨도 요즘 마이너스통장만 펼쳐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4년 전 은행 직원의 권유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 때는 꼭 필요한 비상시에만 잠시 꺼내 쓸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새 회사가 어려워져 월급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깎이다 보니 한푼 두푼 곶감 빼 먹듯 꺼내 쓰게 됐다.
결국에는 한도까지 거의 다 쓴 상태로 연장에 연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통장의 마이너스 ‘굴레’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도무지 방법을 못찾아 막막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통장이 신용카드처럼 쉽게 쓸 수 있으므로 자기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기 전에 자기관리 능력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꼭 필요해 만들 경우에는 요령 있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마이너스통장 잘 만들고 잘 쓰는 법 5가지를 정리해 본다.


1. 청약통장 등을 담보로 만들어라

대개는 신용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든다.
이런 경우 대출이자는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0.5%포인트 정도 높아 8~12%가량 된다.
게다가 대출한도도 신용에 따라 최대한 높여 받는다.
얼핏 생각하면 한도가 높을수록 좋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나중에 갚을 때 한도가 높으면 감당할 수 없는 ‘불덩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예적금 담보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이자가 뚝 떨어진다.
예컨대 3.8%짜리 예금을 담보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이율은 예금금리에 1.5%포인트 덧붙여 5.3%가량 된다.
또 대출한도도 담보로 한 예적금의 100% 한도 안에서 정해지므로 적정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약저축을 10만원씩 2년 동안 부었으면 240만원까지 마이너스통장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예적금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다양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하나쯤은 갖고 있는 청약통장도 가능하다.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모두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
청약저축 통장을 담보로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어도 청약자격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통장이 마이너스 상태이더라도 청약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2. 대출한도까지 모두 빼 쓰지 말라

지난 2월부터 마이너스통장 연체이자 부담이 커졌다.
따라서 한도 관리를 잘해 괜히 비싼 연체이자를 물어 속 쓰릴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대출한도를 다 쓴 상태에서 이자납입일이 돌아오면 대개 3개월은 이자에 대해서만 20% 정도의 연체이자를 물렸다.
하지만 2월 이후 마이너스통장 신규 가입자나 만기연장 고객은 연체때 더 엄격해진 규정을 적용받는다.
한도초과로 연체된 뒤 1개월이 지나면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에 대해서도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예컨대 4월에 연 12% 금리로 마이너스통장 500만원(1천만원짜리)을 만들어 한도만큼 다 쓰면 1개월이 지난 5월에 첫달 이자 5만원을 내야 한다.
이때 통장에 이자를 낼 돈이 없으면 결제가 되지 않고 연체로 등록된다.
연체 한달째인 6월 이자 납입일에는 정상이자 10만원과 전달 연체된 이자 5만원에 대해서만 연체이자 20%가 붙어 모두 10만834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7월부터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에도 연체이자가 적용된다.
월 이자와 이자연체분을 합친 10만2500만원에 원금 500만원에 대한 한달치 연체이자 8만3333원이 더 붙여진다.
따라서 7월에는 이자로 무려 18만5833원을 내는 셈이다.


3. 사용하지 않으면 빨리 없애라

간혹 급할 때 쓸 목적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놓고 묵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하루라도 빨리 통장을 정리하는 편이 낫다.
마이너스통장은 만들기만 해도 사용액과 상관없이 한도액만큼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천만원의 마이너스통장 한도액을 갖고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금융기관과 신용정보회사가 공유하는 고객 대출정보에는 1천만원 대출로 표시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대출을 받을 때 한도와 금리 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마이너스통장 한도만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또 금융기관들은 개인의 전체 대출액수에 따라 금리를 다르게 적용한다.
대출을 많이 쓰는 경우에는 2%포인트 안팎으로 이자를 더 물리기도 한다.


또 대출금을 상환한 뒤에는 반드시 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
마이너스통장은 만기 뒤에도 연장처리를 할 수 있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점을 찾아 해지신청을 해야만 신용정보 조회표에 대출기록이 없어지게 된다.


아울러 중도상환을 할 때도 이자정산과 해지 신청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이너스 통장도 중도에 전액 상환을 할 수 있다.
영업점을 찾아 마이너스 금액을 전부 입금하고 이자를 직원을 통해 내야 한다.
이때 이자를 통장에 입금만 시켜놓으면 결산일에 출금되므로 반드시 직원을 통해 이자를 따로 내야 한다.


4. 만기연장 반복땐 일반대출로 바꿔라

마이너스통장 사용자 가운데 대출한도를 다 채워 만기연장을 되풀이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일반대출로 바꾸는 것이 낫다.
마이너스통장은 계속 이자만 물고 원금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반대출로 바꾸면 우선 이자가 싸진다.
개인신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1~3%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특히 예적금 담보 일반대출로 바꿔 타면 이자부담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또 원리금이나 원금 균등 분할상환으로 대출금을 같이 갚아가면 그야말로 끝이 보이게 된다.
만일 갚아야 할 대출원금이 부담스런 경우에는 대출방식을 나눠 이용할 수도 있다.
일부는 마이너스통장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만 일반대출로 바꾸는 것이다.


일반대출 전환 절차는 간단하다.
만기 때 일반대출로 갈아타겠다고 신청을 하면 은행은 심사를 통해 한도를 정해 바꿔준다.
말 그대로 대출의 종류를 바꾸는 대환대출이 되는 셈이다.


5. 만기연장 할땐 은행 찾아가라

대개 마이너스통장 대출연장 때는 연단위로 재약정을 한다.
그동안은 특별한 변동이 없으면 전화로 간단한 본인확인 및 의사표시로 자동연장이 됐다.
하지만 올 2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은행을 찾아야 연장이 된다.


바뀐 기준에 동의하는 서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만기 뒤 은행을 찾지 않으면 연체자로 등록돼 대출금에 대해 비싼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또 연장할 때는 금리 등 조건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간혹 본인이 예상하는 것과 다르게 금리가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애초 8.5% 금리를 연장 뒤에도 계속 적용받는 걸로 구두로 들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9.5%로 높아진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장 때 금리부분을 정확하게 따지고 담당자의 이름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또 연장 한 달 뒤에 인터넷이나 전화로 금리가 제대로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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