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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를 바라보는 ‘3인3색’ 속사정
위피를 바라보는 ‘3인3색’ 속사정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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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이통사·콘텐츠제공업체가말하는위피의무화의의미

정보통신부
“무역협상때딴지들어오면어떡하나”


나더러얘기하라고는하지만,사실난별로할말이없어.내가나서서위피를만들어라마라할처지가아니거든.내가앞장서면대외적으로모양새도안좋고,다른나라에서무역협상때시비를걸게뻔하잖아.난그저위피란놈을만드는일을주도했던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동생한테들은말만전해줄까해.

위피?그거좋더구만.순수국산무선인터넷플랫폼이잖아.우리나라를두고인터넷강국이니,모바일선진국이니하지만,알맹이를들여다보면외국산천지거든.정작중요한핵심기술이나부품은다수입해서쓰잖아.그럼강국이아니지!
이동통신사동생들끼리싸우는모습도별로보기좋진않았어.서로자기네쪽에게임이나벨소리같은걸공급하라고콘텐츠제공업체들을찔러댔거든.기왕이면한게임을3곳에다공급하면좋잖아.그런데이통사동생들은각자다른플랫폼을쓰니까그게어려운거라.

그래서동생들한테부탁했지.ETRI랑이통사3곳동생들이랑콘텐츠제공업체(CP)들말야.너희들이머리를맞대고공통의플랫폼을하나만들어보는게어떻겠냐고.순수국내플랫폼말야.첨엔이통사동생들이마뜩찮아하더라고.그래도어쩌겠어.서로협조해야지.아는처지에,서로얼굴붉혀서좋을거없잖아.

ETRI동생이팔을걷어붙이고나서더군.비싼로열티내면서각자외국플랫폼갖다쓸이유는없으니까.이번기회에바꿔야지.2001년7월에전담반을만들어작업을시작하더니8개월만인2002년3월에위피1.0버전을내놓았어.2003년4월에는1.2버전이,지난해2월에는2.0버전이속속나오더군.정말동생들실력하나는좋아.물론세부규격을놓고동생들끼리내부적으로꽤나투닥거린모양인데….

어쨌거나지난해부터는이통사동생셋이위피1.2를탑재한휴대폰을조금씩내놓기시작하더군.올해4월부터는새로나오는휴대폰에무조건위피를탑재하도록했어.그러니앞으로는위피폰이차츰대세로자리잡을거같아.올해에만700만대이상뿌려질걸로보이거든.그정도규모면콘텐츠제공업체들도위피용콘텐츠를만들어내도돈이되는수준이야.

미국무역대표부양반!우리가우리플랫폼탑재의무화했다고해서역차별이네어쩌네하면서통상협상내세워자꾸옆구리찌르지마쇼.나야뭐한일이있나.다ETRI동생이한일이지.난정말모르는일이라구.어험….

이동통신사
“콘텐츠차별화마케팅못하게됐네”


사실우리는처음에썩내키지는않았어.우리끼리장사잘하고있는데,왜새로운걸로바꿔야할까싶었지.그게이런거야.우리야각자플랫폼으로장사하는게일종의마케팅전략이거든.“이게임은SK텔레콤에서만이용할수있습니다”라며고객을끌어들이는식이지.그런데위피란걸모두탑재하면어떻겠어?이런차별화마케팅을못하잖아.우리입장에선좋을리가없지.

그래도할수없잖아.동방예의지국에서큰형님인정통부에대들수도없는노릇이고.또대들었다가찍히기라도하면좋을거하나없는거아니겠어.

예전에는우리가거래하던CP들에게큰소리칠수있었지.인기있는게임이나휴대폰용애플리케이션을각자거래하는CP들한테독점적으로받을수있었거든.재미있는게임이면늘거래하던이통사에줘야지,다른데도같이넘기면서로재미없잖아!그런데요즘은CP들이하도어렵다고죽는소리를하니까,우리도일방적으로한업체에만콘텐츠를넘기라고요구하기도힘들어졌어.서로먹고살아야지….

우리도자기가쓰던방식이표준이되면더할나위없이좋지.그래도그게말처럼쉽나.서로자기방식을표준으로밀려고하니,될턱이없지.결국몇차례말다툼끝에투표를거쳐합의한끝에나온게바로위피플랫폼인셈이야.

위피를안쓰면그만이지않냐고?큰일날소리!위피는정보통신기술협회(TTA)단체표준인데,사실TTA단체표준을반드시따를필요는없어.그런데위피는좀달라.정통부형님이우리더러의무적으로지키도록정한‘상호접속기준’이란게있는데,이를테면다른이통사끼리문자를주고받는것처럼서로다른플랫폼끼리정보를주고받을수있도록정해놓은규칙같은거야.이상호접속기준에지난해7월부터‘위피의무탑재’가포함됐거든.그러니안지켰다가는한국땅에서장사를할수가없는거지.

사실상무선인터넷망개방도순차적으로이뤄진판국에,굳이위피를거부할이유도없어.그동안폐쇄적인이통망구조때문에CP들을선점하려고우리끼리싸우면서따가운눈총을받기도했고.포털들도우리가각자다른플랫폼을사용하니까망을개방해도플랫폼사용료부담등으로불만이있었던게사실이야.
위피는콘텐츠호환이되니까이제서로CP를선점하려고싸우는일은점차없어질것같아.여보게들,사이좋게지내자구!물론아직도위피에어떤기능을더넣을것인지를두고눈치싸움은계속하겠지만.

콘텐츠제공업체
“내년초까진개발비이중으로들판이네”


우린좋긴한데,사실걱정도많아.멀리내다보면,위피가의무적으로탑재되는건정말잘된일이야.말을안해서그렇지,그동안우리가얼마나힘들었는지알아?벨소리하나를만들어도이통3사에공급하려면각각의플랫폼에맞춰일일이수정해야해.모바일게임은또어떻고.쓸만한게임하나만들어도사실상주로거래하는한이통사에만공급할수밖에없는형편이야.똑같은게임이라도다른이통사에새로공급하려면개발비의80%를들여대폭손을봐야하거든.인건비도그렇고얼마나시간낭비야!우리같은가난한구멍가게로선이렇게하긴어려운형편이야.이게다플랫폼이다르기때문이거든.

위피를기본으로탑재하면이제그럴일은없을것같아.서로콘텐츠호환이되니까.물론100%되는건아니고,약간의덧손질은가해야해.같은위피라해도,이통3사마다자신들이위탁한솔루션사를통해각자개발한위피를쓰기때문이지.그래도예전처럼다른이통사에공급하는데드는비용이나시간보다는획기적으로절감될거야.사실상호환되는거나마찬가지인셈이지.

아무리위피폰이많이보급돼도우리가관련콘텐츠를내놓지않으면무슨소용있어?그러니위피가정착되는데는우리역할이가장중요하다고할수있지.

그래도당장은걱정이야.지금집안살림이너무어려워졌거든.당장4월1일부터위피탑재가의무화됐으니,우리와거래하는이통사들은위피용콘텐츠를만들어오라고옆구리를쿡쿡찔러대는판국이야.그런데생각해봐.신규휴대폰에위피탑재가의무화된4월1일이전까지만해도시중에출시된위피폰은280만대수준인데,기존플랫폼을탑재한휴대폰은3300만대가넘거든.어느플랫폼에맞는콘텐츠를만들어야돈이되는지는불을보듯뻔하잖아.미래를내다보면위피용콘텐츠를만들고싶지만,당장돈이되는기존플랫폼기반의콘텐츠를버릴수는없는형편인셈이지.

그렇다고위피와기존플랫폼기반의콘텐츠를다만들기엔형편이안돼.올해말까지이통3사합쳐서700만대정도의위피폰이보급될거라고들하는데,그정도는돼야수지를맞출수있거든.그러니적어도내년초까지는이중개발비부담에허리가휘지않을수없는형편이지.

이통사에서도우리사정은알고있어.요즘조금씩도움을주고있거든.KTF에선기존CP들에게위피용콘텐츠를의무적으로하나씩만들어달라고하는대신,1천만원씩개발비를지원해주더군.고맙지뭐.SK텔레콤도여러방안을고민중이라고들었어.돈을지원하거나,콘텐츠평가를완화하는식이지.사실그런지원방안이없어도힘이없는우리로선이통사가시키는대로위피용콘텐츠를만들수밖에없는형편이거든.그래도이통사들이우리사정을알아서다각도로지원해준다니,고마운일아니겠어?
차세대 플랫폼 경쟁 주도권 쥔다
위피(WIPI)는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를 줄인 말로, 풀어 쓰면 ‘상호 연동을 위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 휴대폰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벨소리 등 각종 콘텐츠를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미들웨어’다.
PC로 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나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위피는 한국 무선인터넷 표준화 포럼(KWISF)에서 만든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이다.
자바와 C언어를 모두 지원해 어느 하드웨어에나 쉽게 실행·이식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PC에 비유하면 윈도우·리눅스·유닉스 등 서로 다른 OS들의 장점만 골라내 만든 ‘통합 표준 OS’인 셈이다.
이름에 포함된 ‘Interoperability’란 단어에서 짐작하듯, 위피의 가장 큰 목적은 ‘상호 연동성’에 있다.
여기서 상호 연동성이란 국내 이동통신 3사 사이의 연동성을 말한다.
지금까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끼리는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자유롭게 연동시킬 수 없었다.
각자가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XCE와 공동 개발한 SKVM과 신지소프트의 GVM 등을 사용해 왔고, KTF는 미국 퀄컴의 브루(Brew)와 모빌탑의 MAP을, LG텔레콤은 자바 계열의 WAP을 활용해 왔다.
이 때문에 콘텐츠 제공업체(CP)는 주로 거래하는 특정 이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하나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해도 SK텔레콤용 또는 KTF용으로 특정 이통사의 플랫폼에 맞춰야 했다.
자연스레 우수한 CP를 잡기 위한 3개 이통사의 경쟁도 치열해졌고, CP들 또한 특정 이통사에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위피는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나온 토종 플랫폼이다.
KWISF와 ETRI 주도로 이동통신 3사와 모바일 솔루션업체 등이 참여해 2001년 7월부터 개발 논의가 이뤄졌다.
2002년 3월 ‘위피 1.0’이 발표됐고, 2003년 5월에는 국내 최초로 위피가 탑재된 단말기가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을 개정하면서 새로 출시되는 휴대폰에 위피를 반드시 탑재하도록 해, 위피 보급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1일부터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에는 위피 탑재가 의무화됐다.
3개 이통사가 각자 써온 기존 플랫폼은 각 이통사의 판단에 따라 공동 탑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위피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순수 토종 플랫폼으로, 세계 시장으로 보급을 확대할 경우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입한 이통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개발사는 하나의 콘텐츠를 3개 이통사에 모두 공급하므로 개발비와 인건비를 대폭 줄이게 된다.
산업적 측면에선 중복 투자와 낭비를 줄여 콘텐츠 품질을 높이고 무선인터넷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위피가 탑재된 휴대폰 보급대수는 SK텔레콤이 220만대, KTF와 LG텔레콤이 각각 57만대와 5만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애당초 올해 말까지 1천만대의 위피폰이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 전반적인 휴대폰 판매 부진에 따라 70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위피를 탑재한 휴대폰이 보급되고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면, 앞으로 이통사들은 자체 콘텐츠를 앞세워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독점 콘텐츠로 차별화하는 대신, 편리하고 쉬운 화면(UI)과 서비스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KTF가 최근 내놓은 ‘팝업’은 휴대폰 바탕화면에서 증권이나 날씨, 교통정보 등 자주 쓰는 서비스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위피 전용 서비스다.
이용자들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쉽고 편리하게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텔레콤도 지난 4월20일 ‘일미리’(1mm)라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았다.
휴대폰 바탕화면에 있는 인공지능 캐릭터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원하는 서비스에 곧장 접속하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해당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3사는 최신 위피 2.0이 탑재된 휴대폰을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해 보다 나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게임에서도 위피용 콘텐츠는 늘어나는 추세다.
컴투스의 <테트리스>나 <붕어빵 타이쿤>, 게임빌의 <놈>과 엔텔리전트의 <전설의 맞고>, <모바일 크래프트> 등이 이미 위피용으로 전환돼 출시됐다.
최근 SK텔레콤과 KTF가 잇따라 3D 모바일게임 포털 사이트를 열면서 위피용 3D게임 콘텐츠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밖에 XCE가 지난 3월 SK텔레콤을 통해 내놓은 모바일 가계부 ‘씀씀이’나, 포인트아이가 KTF에서 선보인 ‘KTF 굿모닝 교통정보’ 등도 위피폰에서 이용 가능한 대표적 콘텐츠다.
하지만 위피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위피 차기 버전 개발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애당초 KWISF 표준화 포럼은 올해 안에 위피 3.0 버전을 내놓기로 일정을 잡았지만, 새 버전에 담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종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정이 늦춰진 상태다.
어떤 API를 담을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휴대폰용 콘텐츠로 인기가 있는 3D게임이나 위치기반 서비스(LBS) API가 위피 2.0에는 여전히 빠져 있다.
더구나 포럼측은 위피를 앞으로 나올 DMB나 IPTV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방·통 융합 시대를 맞아 다양한 서비스에서 사용 가능한 위피 새 버전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위피가 자바기술을 보유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 지적 재산권 분쟁에 휘말림으로써 ‘순수 토종 기술’이라는 위상이 퇴색됐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위피 진영이 자바기술 관련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휴대폰 1대당 20~30센트로, 퀄컴의 브루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앞으로 위피폰 보급이 확대되면 썬측이 로열티 상승을 무기로 국내 업체들에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피를 탑재한 휴대폰의 수출을 늘림으로써 상쇄할 수 있다.
위피를 하루빨리 세계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위피 관련 주요 개발일정] 2001년/7월11일/무선인터넷 표준화 포럼에서 모바일 플랫폼 표준화 추진 및 포럼 산하 모바일 플랫폼 특별분과 신설 결정 /7월23일/표준화 의제 및 플랫폼 표준화의 범위를 위한 준비 모임 /9월14일/모바일 플랫폼 이동통신사업자 공동합의 문서 발표 /9월25일/정보통신연구진흥원 과제 공모 발표 /12월14일/모바일 플랫폼 개발 일정 검토 /12월19일/모바일 플랫폼 표준 규격안 추가 제안 접수 공지 2002년/2월19일/모바일 표준 플랫폼 중간 평가 결과 발표 /3월28일/위피 1.0, 모바일 표준 플랫폼 규격 채택 (포럼 운영위원회) /5월14일/위피 소개 및 데모(차이나유니콤, 북경) /6월1일/정보통신연구진흥원 모바일 표준 플랫폼 2차 과제 시작 /7~8월/노키아와 위피 공조방안 협의 /8월21일/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 위피 공조 방안 협의 /8월31일/모바일 표준 플랫폼 1차 과제 종료 /11월31일/모바일 표준 플랫폼 2차 과제 종료 2003년/2월12일/위피 1.1 발표 /3월5일/위피 1.1.1 발표 /4월3일/위피 1.2 확정 /7월/위피 2.0 규격 작성을 위한 전담반 출범, ‘상호접속규격’에 위피 탑재 의무화 포함 /12월/위피 2.0 규격 검토를 위한 워크숍 2004년/2월/위피 2.0 발표 /4월/신규 출시 휴대폰에 위피 탑재 의무화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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