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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 ‘조심조심’ 거래땐 길 열린다
비상장주 ‘조심조심’ 거래땐 길 열린다
  • 이현숙 기자
  • 승인 2005.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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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진철(가명.36)씨는 여태껏 주식투자라는 것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요즘 ‘주식’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5년 전 다녔던 회사에서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을 팔고 싶은데 마땅히 처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갖고 있는 주식이 아직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정재훈(가명.32)씨는 얼마 전 친한 친구로부터 귀가 솔깃한 투자정보를 들었다.
친구 회사가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쯤 코스닥 시장에 등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다.
게다가 회사 전망도 좋은 편이므로 미리 주식을 사 두면 꽤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비등록 주식을 사려니 어딘가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마음에 걸렸다.


이처럼 거래소나 코스닥, 제3시장 등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비등록 주식을 팔거나 사려할 때 대개의 사람들은 방법을 몰라 답답해한다.
흔히 비상장 주식거래는 주식시장 밖에서 이뤄진다는 뜻에서 ‘장외 주식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장외 주식시장은 주식시장처럼 매매거래를 중개해 주는 시스템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이나 중고자동차 매매처럼 개인끼리 직접 거래나 인터넷, 브로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은 뒤 일대일로 거래가 이뤄진다.


현재 장외주식 거래는 주로 ‘피스탁(pstock.co.kr)’, ‘38커뮤니케이션(38.co.kr)’, ‘제이스톡(jstock.com)’, ‘인탑(intop.co.kr)’ 등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장외주식 관련 정보 제공사이트를 통해 매매 상대방을 찾기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경열 38커뮤니케이션 이사는 “올 초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그동안 꽁꽁 얼어 붙었던 장외주식 거래가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다”며 시장분위기를 전한다.


협상따라 매매가격 ‘고무줄’

하지만 장내주식 거래와 달리, 장외주식 거래 때는 꼼꼼하게 잘 챙겨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장내주식 거래는 거래소와 증권사에서 청산과 결제 기능을 대신 맡아주기 때문에 거의 위험이 없다.
이에 비해 장외시장은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모든 책임을 진다.
따라서 장외 주식을 팔고 살 때는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장외주식을 팔려는 사람은 주식이 ‘통일규격 유가증권’(통일주권)으로 발행됐는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
통일주권은 비상장 주식이라도 계좌이체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대부분 통일주권을 발행한 기업들이다.
일반 비상장 기업의 경우 회사 설립 1년 이상,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통일주권을 발행할 수 있다.


두번째로 장외주식 정보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주식에 대한 정보를 세세하게 챙겨봐야 한다.
매매정보 코너에서 종목검색을 하면 해당 주식의 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정보가 아예 없거나 매수세가 없으면 그만큼 거래도 어려운 것으로 봐야 한다.
이경열 이사는 “거래 대상이 되는 비상장 주식은 모두 3500개 정도인데, 인터넷 사이트에 700개가량이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100여개만 실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활기불구 안전보장 장치 부족
기업·물량·가격정보 꼼꼼히 확인을
전문사이트· 증권계좌이체 활용할만



세번째로 장외주식을 거래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가격이다.
장외주식시장은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처럼 일정한 거래 시스템이 없으므로 거래되는 시장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비슷한 시기에 거래를 하더라도 상황이나 거래 당사자들의 심리에 따라 약간의 가격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제한폭과 같은 견제 장치도 전혀 없다.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장 가격을 조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여러 장외시장 정보 제공 사이트를 자주 들러 가격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네번째로 상대방과 가격협상을 하기전에 상대방의 매매 의사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간혹 다른 의도를 갖고 가짜 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전화로 상대방이 거래할 의사가 확실한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가장 안전한 거래방법은 당사자끼리 직접 증권사에서 만나 주식과 대금을 주고받고 즉시 계좌에 입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주지역이 다르거나 시간을 맞추기 힘들면 직접 만나지 않고 증권사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는 일반적으로 매도자가 주식을 매수자의 증권사 계좌로 이체시킨 뒤 매수자가 대금을 입금시키게 된다.
혹시 매수자가 입금을 하지 않을 경우 매도자가 거래 당일 이체취소 주문을 내면 된다.
이렇게 하면 매수자가 주식을 빼 갈 수 없으므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차익 있을땐 양도세 신고

다섯번째로 장외주식을 팔 때는 세금을 잘 따져 봐야 한다.
장내주식들은 거래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다.
거래세로 거래대금의 0.3%를 내고 증권사에 거래수수료만 주면 된다.
이에 비해 장외주식은 거래수수료는 없지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거래대상 주식이 대기업 주식이면 양도차익의 20%, 중소기업 주식이면 양도차익의 10%정도로 세금이 메겨진다.
물론 주가시세가 하락해 매수가격보다 낮게 매도한다면 양도세는 당연히 없다.


장외주식 거래에 대한 세금은 양도자가 관할세무서에 가서 자진 납부해야 한다.
납부기한은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양도일로부터 2개월 내 신고한 뒤 납부하거나, 양도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해 5월 종합소득신고 때 신고 뒤 내면 된다.
증권거래세의 경우에는 거래가 발생한 다음달 10일까지이며, 이를 내지 않으면 세액의 10%가 가산세로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장외주식을 살 때는 이런 점과 더불어챙겨 봐야 할 점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사고자 하는 종목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대개는 주위 사람들 얘기만 듣고 장외주식을 무작정 사기도 한다.
이런 경우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지난 1999~2000년 개인 투자자들이 장외주식시장에서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큰 손실을 입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벤처 및 코스닥 열기 속에 20조원 가까운 투자자금이 장외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이 가운데 상당분이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따라서 투자자는 회사사정을 잘 아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회사의 재무구조, 순이익 등 기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성장성까지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거래되고 있는 주가 수준이 적정한 지도 판단을 내려야 한다.


유망한 주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투자 수익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감이 아무리 잘 익더라도 손안에 떨어져야 먹을 수 있듯이 좋은 회사의 주식이라도 나중에 좋은 값에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작은 회사의 경우 유통이 거의 안돼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아주 낮은 가격에 팔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회사의 규모나 유통 주식물량 등도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다.


또한 거래대금을 주기 전에 매매계약서를 꼭 써야 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우선 거래 당사자 인적사항이 정확히 기입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해 본인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둘째 거래 수량 및 주당가격·총 매매금액이 올바르게 기입돼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주권 양도 시기와 대금 결제방법와 시기에 대해 정확히 언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도자가 대리인일 경우 위임장과 인감 및 인감증명서를 확인하고 대리인의 신분증을 복사해 보관해 둬야 한다.
제3시장 요건 잇단 완화…투자자 ‘주의’ 필요
제3시장은 거래소·코스닥 시장과 장외시장의 중간형태로 볼 수 있다.
애초 제3시장은 비상장·비등록 주식이 거래되던 장외시장의 일부 기능을 제도권으로 끌어 들이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장외주식 가운데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업들이 제3시장이라는 ‘바구니’안으로 들어와 거래되는 것이다.
거래소나 코스닥에 비춰보면 요건이 다소 완화된 제도권 거래시장인 셈이다.
최근 침체에 빠진 제3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증권업협회는 장외주식 호가중개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에 따르면 퇴출기업이나 벤처기업도 감사의견에 관계없이 제3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기존에는 회계법인에서 의견거절, 부적정, 범위제한에 따른 한정 등의 판정을 받은 기업은 제3시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제3시장의 ‘문’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또한 재정경제부는 코스닥·벤처기업 지원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준비해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에 따른 제3시장 소속 벤처기업 소액주주들도 7월부터 매각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제3시장의 모든 주주들이 양도차익의 10~20%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제3시장의 벤처기업 소액주주들도 거래소·코스닥 소액주주들처럼 양도세 면제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제3시장의 문이 넓어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규칙 개정으로 제3시장 소속 벤처기업과 정규시장 퇴출 기업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어떤 감사의견을 받더라도 퇴출되지 않는다.
심지어 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등 사실상 파산 상태에 있는 기업도 거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자칫 큰 투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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