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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경제 저격수의 고백
[책과삶]경제 저격수의 고백
  • 이정환/월간<말>기자
  • 승인 2005.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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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빈국에게돈을빌려주는진짜이유


가난을벗어나는데도돈이필요하다.
뭘좀해보려고해도밑천이있어야한다는이야기다.
그럴때누가선뜻돈을빌려주겠다고나서면그저고마울따름이다.
그러나문제는그돈이어떤돈이냐는거다.
그돈을왜빌려주겠다고나서냐는거다.
물론우리나라는그렇게빌린돈으로공장도짓고도로도깔고경제를발전시키는데성공했다.
그러나많은나라들이그렇지못했다.


여기에는무시무시한음모가숨어있다.
컨설팅회사메인에서수석경제분석가로일했던존퍼킨스가그음모를폭로한다.
퍼킨스는가난한나라들이돈을빌려쓸수있도록이나라의경제전망을뻥튀기하는일을맡았다.
그렇게돈이들어가면그돈은고스란히미국기업들에게다시돌아온다.
빚은갚을수없을만큼불어나고이나라는미국의경제식민지로전락한다.


이를테면인도네시아에전기를들여놓는공사를하려고한다.
퍼킨스의회사는이나라의예상경제성장률과전력수요량을계산하고이를근거로미국은이나라에돈을빌려준다.
돈을빌려줬기때문에발전소나전력설비를짓는일은모두미국기업들의몫으로떨어진다.
인도네시아사람들은전기를얻은대신빚을떠안게됐고미국기업들은엄청난이익을챙겼다.


빚을갚을수있느냐없느냐는별로중요하지않다.
오히려빚을못갚게만드는게관건이다.
빚을못갚게되면그만큼미국의존도가높아진다.
미국이시키는대로할수밖에없게된다는이야기다.
돈이없어?그럼일단석유를캐고그걸우리나라에팔아봐.기술이안돼?그럼우리가해줄테니까돈만줘.이런말도안되는일이세계곳곳에서벌어진다.


군대대신기업이나서는현대판제국주의

에콰도르에서는100달러어치원유를캐면75달러를미국의석유회사가가져간다.
그리고나머지25달러가운데15달러이상이빚을갚는데들어간다.
정작이나라경제에들어가는돈은10달러미만에그친다.
엄청나게많은석유를캐내지만빚은갈수록늘어나고빈부격차도더커진다.
에콰도르의석유로미국이이익을챙긴다는이야기다.
놀랍지않은가.

과거와비교하면세계는언뜻더평화로운것처럼보인다.
무턱대고무력으로다른나라를집어삼키는일은이제거의없다.
그러나우리는그동안군대가했던일을이제기업이하고있다는사실에주목할필요가있다.
이른바기업정치(corporatocracy)다.
기업은미국을업고가난한나라들을마음껏약탈한다.
그게미국이성장하는방식이다.


이런일이가능한것은미국이얼마든지달러를새로찍어낼수있기때문이다.
돈이없으면찍어내서주면된다.
다른나라같으면화폐가치가떨어지겠지만미국은다르다.
달러가치가떨어지면미국에수출하는나라들은그만큼부담이늘어난다.
우리나라는그래서미국국채를사들여환율을억지로끌어올린다.
미국의빚을우리가떠안고있다는이야기다.


미국은그렇게만든돈으로다른나라를약탈한다.
이를테면빌려줄때는돈을새로찍어내서빌려주고그돈은고스란히미국기업들에게다시돌아온다.
빚은빚으로남고그빚은결국그나라의석유를비롯해천연자원과값싼인건비를팔아받아낸다.
이게현대판제국주의의작동원리다.
미국의실체는곧기업이다.
이들의돈을빌린나라는결코가난을벗어날수없다.


부패한정부가들어선나라는약탈하기가더쉽다.
돈을왕창끌어다뿌리면언뜻발전하는것처럼보일테니까,갚을걱정은나중에하더라도당장은모두가행복해진다.
그만큼국민들지지도얻을수있다.
그는나라의미래를저당잡히고부와권력을얻는다.
그런권력은오래가지못하겠지만그나라에미치는미국의힘은갈수록커진다.


부패하지않거나미국에저항하는정부는골칫덩어리다.
그런나라들에는‘자칼’이들어간다.
미국석유회사들을내쫓겠다고공언했던에콰도르의대통령하이메롤도스는헬리콥터폭발사고로숨졌다.
파나마운하의운영권을미국에서되찾아왔던파나마의대통령오마르토리호스역시비행기사고로숨졌다.
퍼킨스는이들의죽음에미국중앙정보국이개입돼있다고주장한다.


‘자칼’마저도실패하면그때는군대가들어간다.
미국은결국1989년파나마침공을감행한다.
사망자수는미국통계에따르면600명,인권단체통계에따르면5천명에이른다.
마누엘노리에가대통령은미국으로끌려와45년형을선고받았다.
그미국은말잘듣는꼭두각시대통령을앉혀놓고파나마운하를지배하고있다.


이라크전쟁도비슷한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
이라크는사우디아라비아와다른길을걸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넘쳐나는돈으로산업화를계획했고그사업을모두미국기업에게맡겼다.
사우디아라비아가석유를많이팔면팔수록미국도함께돈을벌었다.
그런데이라크는달랐다.
사담후세인은미국정부와거래하기를거부했다.


뜻대로되지않는다고버려두기에이라크의석유는너무엄청난규모다.
미국은9·11테러를전쟁의구실로삼았지만정작오사마빈라덴을배후지원한사우디아라비아나그가숨어는아프가니스탄은내버려뒀다.
전쟁이끝난뒤에는재선사업이라는구실로기업들의약탈이시작됐다.
세계최대규모라는이라크의석유는그렇게미국의손아귀에들어갔다.


퍼킨스는이라크다음의희생양이베네수엘라가될것이라고전망한다.
베네수엘라는세계5위의산유국이다.
미국은그동안해왔던것처럼이나라에엄청난빚을떠안기고약탈을시작했다.
말안듣는대통령을몰아내려고반정부시위를배후지원하거나군대를매수해쿠데타를계획하기도했지만모두실패했다.
이라크처럼자칫전쟁으로치닫을위험도얼마든지있다.


신자유주의가남긴상흔,한국도후유증

9·11테러때는3천명이죽었지만세계적으로날마다2만4천명이굶어서죽는다.
가난은더욱확산된다.
30년전에는굶지않았던사람들이이제는굶는다.
퍼킨스는그들의죽음에미국이책임이있다고주장한다.
그는그의딸과그딸의아이들을위해목숨을걸고이책을썼다고한다.
그들에게지금보다더잔인하고끔찍한미래를물려줄수는없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어쩌면우리나라도미국제국주의의영향력아래있다고볼수있다.
물론우리는엄청난빚을떠안았다가모두갚았다.
그러나그빚을갚는동안우리경제는미국의요구에따라신자유주의와금융세계화구조를받아들였다.
기업은돈을벌지만일자리는줄어들고개인은가난해지고빈부차는갈수록커지고있다.
우리사회의부는어디에서어디로흘러가는것일까.이걸성장이라고부른다면과연누구를위한성장인가.

신자유주의가추구하는자유는결국기업의자유다.
흔히신자유주의를시장의새로운질서라고착각하지만그이면에는자본의식민지배음모가숨어다.
더늦기전에그음모를꿰뚫어봐야한다.
미국에의존하는성장모델을버리고이제미국이후의대안을고민해야한다.
2005년의세계는결코간단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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