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치솟는 유가와 오일게이트 슬픈 메커니즘
치솟는 유가와 오일게이트 슬픈 메커니즘
  • 박복영/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5.05.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른 한편에선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인 이른바 ‘오일게이트’ 사건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유전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철도공사가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갑자기 중단한 계기, 불확실한 사업성에 대한 은행의 무담보대출과 정계 측근의 개입 등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언뜻 보면 이 두 사안은 전혀 별개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무관한 사안들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도 석유를 ( )한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입된 원유는 정제 과정을 거쳐 외국으로 수출된다.
정제유는 국내 정유사의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석유’는 원유와 정제유를 모두 일컫는 말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치솟는 기름값과 중국의 석유 확보 경쟁은 대내외적으로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불안은 곧 해외 석유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외 유전개발사업을 지원하는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외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분위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카자흐스탄 방문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무리한 해외 석유 개발 가능성을 키웠다.
오일게이트는 바로 그 부작용에 다름 아닌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로서 유가의 중요성에 대한 뼈저린 교훈을 얻은 셈이다.


2004년도에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56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수급의 불균형이다.
석유 소비량은 늘지만, 원유 생산력은 거의 증가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세계 전체 석유소비량은 하루 8240만배럴로 추정된다.
2003년보다 하루 263만배럴이나 증가한 규모로, 지난 20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반대로, OPEC의 잉여생산 능력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양한 지정학적 불안정 요인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라크에서 치안 불안 상황이 계속되고 송유관에 대한 파괴가 발생해 수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석유 재벌인 유코스사에 대한 세무사찰을 벌이면서 해체를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로 자연재해를 들 수 있는데 9월 말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반’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원유시장으로 유입된 대규모 투기자금을 꼽을 수 있다.
원유를 비롯한 1차 상품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고 달러의 약세가 계속되면서, 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자금들이 상품선물시장에 유입돼 원유를 비롯한 1차 상품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원인 가운데 중요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들라면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을 꼽을 수 있겠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원유 확보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 및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국의 에너지 문제, 특히 석유 수급 문제는 현재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04년 중국의 석유수요량은 하루 약 660만배럴로 세계 전체 수요의 8.0% 수준이다.
그런데 2004년 중국의 석유수요 증가폭은 하루 100만배럴 수준으로, 세계 전체 수요 증가 폭의 38%에 이른다.
즉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가 세계 전체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그 결과 세계 석유 수요는 유례없이 큰 폭의 증가를 나타낸 것이다.


원유 확보를 위한 중국의 국가적 노력은 세계 석유 개발 판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산유량으로 볼 때 세계 6위의 석유대국이지만, 소비 규모가 생산 규모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해 93년 이후 석유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석유수입량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가 경제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최근 이를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 세계 석유매장량은 ( )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석유소비량은 지금보다 약 50% 증가한 하루 1억2천만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1.9%의 증가율을 보이는 것인데, 특히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수요 증가가 석유 소비 증가를 주도하리라는 예상이다.
선진국의 연평균 증가율은 1.2%, 옛 사회주의 국가가 2.0%로 전망된 반면, 개발도상국의 증가율은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 2.8%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석유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의 석유 소비가 가장 급증한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세계 전체 수요 증가분의 3분의 2가 개발도상국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수요 증가가 전체 증가분의 4분의 1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석유 소비의 지역별 비중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개발도상국의 비중이 현재의 약 15%에서 25%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소한 2030년까지는 석유 생산이 수요 증가를 충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석유의 가채매장량은 40년을 초과할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가채매장량 자체가 더욱 증가하므로 석유 생산도 계속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최근 수요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석유공급량이 충분히 증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석유 자원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90년대 후반 이후 석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가 1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그후 석유 개발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재의 상대적 공급 부족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유가가 상승하자 2003년 이후 중동을 중심으로 개발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으므로 석유생산 능력은 곧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은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는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석유자원 확보에 미치는 효과이다.
소위 석유 안보의 차원에서 말하면 가격에 미치는 효과와 물량에 미치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은 국제유가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4년도 국제유가 상승분 10달러 중 5∼6달러는 중국의 소비 급증 탓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요인에 의해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은 무엇보다 전혀 예상 못할 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의 수요 증가가 어느 정도 예상되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이에 적응할 것이며 그에 따라 가격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산유국들도 중국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시작했다.
중국 또한 고유가로 인해 국제적 비난과 더불어 자국경제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수요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2004년 2분기를 정점으로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3분기에는 소비량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유국들이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데는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2005~2006년까지는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OPEC의 잉여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석유시장에 나타나는 작은 충격이 큰 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석유 수요를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지속적 상승보다는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세계 ( )위의 석유소비국이자 수입국이다.


더욱 중요한 효과는 석유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의 격화 가능성이다.
중국은 2003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석유소비대국이 되었으며, 2004년에는 독일과 한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석유순수입국이 될 것이다.
중국 역시 외부세력, 특히 미국에 의해 자국의 석유 안보 상황이 위협받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중국은 자국 기업에 의한 해외 유전 개발을 확대해 석유 확보의 자주성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미 수십건의 해외 유전 개발 프로젝트 계약이 진행된 바 있다.
이는 특히 미국의 영향력이 약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이란·수단·카스피해 지역 등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대부분의 석유를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중동은 중국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석유공급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중동과의 전략적 외교관계 강화와 안전한 수송로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과 걸프 지역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 틈을 이용해 걸프 지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걸프지역경제협력체인 GCC 6개국과의 FTA를 추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중동 지역으로부터 대규모의 원유를 수입해 오면서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키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제2의 석유구매국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계속 떨어질 것이다.
중동 원유 수출 중 한국의 비중은 현재 10%에서 2005년에는 5%로 감소하는 반면, 중국의 비중은 4%에서 1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치솟는 기름값과 뒤이은 오일게이트는 이처럼 국제적 입지가 약해지는 비산유국의 설움과 조급증이 빚어낸 슬픈 부작용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도 1967년부터 일본 석유공단을 통해 해외 석유 개발에 자금을 집중 투입했지만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 결산을 보면 석유 개발 실패로 인한 파산으로 누적손실액이 7800억엔에 이르렀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일본 석유공단을 폐지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높은 위험이 따르는 석유개발사업에 대해 정부가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3년에만 해도 1억2천만달러(1200억원)가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융자됐다.
정부가 공익성을 앞세워 석유개발사업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은 뭐랄 일이 아니다.
다만 막대한 자금 투입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엄격한 심사와 함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체계의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답]1.수출 2.증가 3.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