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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세포에서 추출한 폴리머
[바이오테크] 세포에서 추출한 폴리머
  • 허원(강원대 교수)
  • 승인 200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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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폴리머,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 가능하고 질병예방 효과 있어 연구 활발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를 구성하는 물질을 고분자 물질 혹은 폴리머라고 부른다.
나일론부터 시작해서 컴퓨터의 케이스를 만드는 ABS수지까지 모두 폴리머다.
이 폴리머는 석유에서 얻은 화학물질을 공업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것이다.
그러나 폴리머는 이렇게 인간이 만들어낸 것만이 아니며, 자연계에도 이미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식물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나 전분도 여러 분자의 포도당이 결합된 폴리머이고, 세포의 구성성분인 유전자와 단백질도 분자 크기가 매우 큰 고분자다.
이와 같이 자연계에도 많은 종류의 폴리머가 존재한다.
생물체에 존재하는 모든 고분자 물질들을 가리켜, 넓은 의미에서 바이오폴리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바이오폴리머로 부르는 것은 세포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폴리머 가운데 특별한 기능이 있거나 산업적 용도가 있어 이를 활용할 목적으로 사람들이 따로 개발한 것을 말한다.
바이오폴리머의 종류와 관련 바이오 기술들에 대하여 살펴보자. 생분해성 바이오폴리머 석유화학적으로 만든 폴리머들은 일반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자연계에 그대로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축적돼 환경에 위해요소로 남게 된다.
이와 달리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폴리머들은 다시 분해되어 자연계의 순환과정으로 돌아간다.
세포가 죽으면 그 세포를 구성하는 폴리머들을 다른 생명체가 분해해 또다른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을 만드는 원료물질이 되는 식의 물질적 윤회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바이오폴리머의 한종류인 폴리하이드록시부칠레이트(PHB)는 특히 플라스틱과 비슷한 물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PHB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은 주로 영양물질이 충분한 곳에서 자랄 때 영양물질을 과량 섭취하여 PHB를 합성하고 그것을 체내에 축적시킨다.
그리고 영양물질이 부족할 때면 이것을 분해해 재사용한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미생물에서 대량의 PHB를 생산하고 이를 플라스틱으로 가공하여 비닐 백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이렇게 만든 비닐 백이나 플라스틱 용기는 다른 일반적 플라스틱과 구분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수분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서서히 분해된다는 점에서 일반적 플라스틱과 다르다.
PHB로 만든 플라스틱은 이처럼 생분해성이어서 환경친화적 물질이나, 아직은 그 생산가격이 높아 지금의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전공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싼 가격으로 그것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식물에서 열매가 열리듯 PHB를 생산하려는 연구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곡물회사인 카길은 젖산으로 폴리머를 만드는데, 이 역시 생분해성 바이오폴리머다.
젖산은 우리가 먹는 유산균 음료에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이다.
카길은 옥수수에서 전분을 분리하고 여기에 발효과정을 적용해 젖산을 생산하고 이것을 특수한 증류법으로 분리한 뒤 중합시켜 젖산폴리머를 만든다.
초기단계의 원료물질이 옥수수라는 점에서 옥수수 플라스틱이라고도 한다.
이런 젖산폴리머 역시 플라스틱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비닐 백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기능성 바이오폴리머 석유화학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바이오폴리머와는 달리, 바이오폴리머 자체가 지닌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을 기능성 바이오폴리머라고 한다.
버섯다당류는 기능성 바이오폴리머의 하나다.
버섯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그동안 많았는데, 이런 항암작용에 기여하는 물질이 바로 버섯다당류라는 바이오폴리머이다.
이 물질은 구조적 특성에 따라 베타글루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전분이나 셀룰로오스처럼 많은 수의 포도당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폴리머다.
그러나 포도당끼리 연결하는 방식이 달라, 그 구조나 물성은 전분이나 셀룰로오스와는 전혀 다르다.
버섯다당류는 버섯 종류에 따라 베타글루칸에 다른 물질이 추가로 붙어 있는 구조이다.
이런 추가 물질에 따라, 변형된 정도에 따라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정도도 달라진다고 한다.
영지버섯, 아가리쿠스, 상황버섯에 특히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버섯다당류를 생산하는 종류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키토산 역시 기능성 바이오폴리머다.
갑각류 껍데기의 주성분인 키틴에서 만들어지는 키토산도 인체 안에서 면역활성을 높이고, 키토산 자체가 항균작용을 하여 지금까지는 주로 건강식품 재료로 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키토산의 다른 특성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어, 다양한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키토산은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배설시키거나 음식물 중의 염이온을 흡착해 체내 흡수를 억제하고 체외로 배출해 영양섭취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키토산을 약간 분해하여 올리고키토산을 만들면 체내로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 조절과 간기능 개선, 체내 중금속과 오염물질 배출 작용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닭 벼슬의 주성분인 히알유론산도 상업적으로 중요한 바이오폴리머다.
이것은 현재 미생물로 생산해 공업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보습성이 높기 때문에 화장품 원료, 관절염 치료제, 각막 이식수술시 보조제로 활용한다.
이 밖에도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다양한 바이오폴리머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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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연구와 결합 새 국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만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약 50여종에 이르는 미생물의 게놈도 완전히 분석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300여종 이상의 미생물 게놈이 분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주로 병원성 미생물이 미생물 게놈 연구의 대상이었으나, 점차 산업용 미생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바이오폴리머를 생산하는 산업용 미생물에 대한 게놈 수준에서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는 앞으로 바이오폴리머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지금까지는 자연계의 바이오폴리머를 하나하나 찾아내고 분리해 그 특성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많은 종류의 다양한 바이오폴리머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바이오폴리머는 인간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생산하는 생명체에게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종류의 다양한 바이오폴리머가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 현재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앞으로 수년 안에 바이오폴리머를 생산하는 몇 종류의 미생물에 대한 게놈 연구가 완료되면, 비교연구를 통해 바이오폴리머를 생산하는 메커니즘과 그에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구조의 바이오폴리머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려는 연구를 계속하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폴리머도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한 바이오폴리머 기술은 미생물 게놈 연구라는 새로운 기술분야와 결합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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