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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일의 노예가 된 당신 과연 행복해졌나요?
[책과삶]일의 노예가 된 당신 과연 행복해졌나요?
  • 이정환/월간<말>기자
  • 승인 2005.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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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는하루에1.15달러를받고12.5톤의무쇠를운반한다.
그런그에게1.15달러를받고싶은가,아니면1.85달러를받고싶은가물어보자.슈미트는당연히더많이받는쪽을선택한다.
회사는몸값이비싼사람이되려면지시받은대로정확히일하고말대답을하면안된다는조건을내건다.
다음날부터슈미트는하루47.5톤의무쇠를운반했다.
임금은60%늘어났는데일은400%나늘어났다.


신기한것은다른노동자들도슈미트를따라하기시작했다는데있다.
일자리를잃을거라는두려움때문이든,슈미트처럼몸값이비싼사람이되고싶다는욕심때문이든간에,사람들은자발적으로훨씬더많은일을하기시작했다.
이게1910년대의이른바과학적관리법이었다.
이경영기법을창안한프레드릭테일러는"순종을얻어내는가장좋은방법은더많은임금을지불해그들의사리사욕에호소하는것"이라고주장했다.


노동자들이관리자보다더많은것을알고있을때힘의균형은노동자들에게쏠린다.
테일러가만든과학적관리법의목표는‘누구나'효율적으로어떤일이든할수있도록만드는데있다.
그들은노동자들이더많은일을더빨리해주기를바란다.
힘의균형은관리자에게옮겨가고노동자들은이제관리자가시키는대로하기만하면된다.
누구나할수있는일을할때노동자들은얼마든지대체가능하고당연히아무런힘이없다.


평생을바쳐돈벌어도쓰는방법잘몰라

돈만조금더주고일을많이시킨다는테일러의무식한경영기법은지금도여전히먹혀든다.
우리는주변에서슈미트와같은사례를숱하게본다.
더많은일을하고더많은돈을벌면서도그는결코행복하지않다.
건강까지망친다.
그의인생에일은거의아무런의미도없다.
그는다만돈벌이에중독되어있을뿐이다.
돈을벌기위해평생을다바치지만정작돈을쓰는방법을모르거나쓸기회조차갖지못하는경우도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공장이문을닫으면서한마을전체가실업상태에빠진사례가있었다.
주목할부분은실업이늘어나자도서관을찾는사람이줄어들고정치활동이나모임,여가활동도모두사라졌다는사실이다.
시간은부쩍늘어났는데사람들은그시간을쓸줄몰랐다.
일이사라지면서여가도사라졌다.
구속된시간이없으면자유로운시간도없다는이야기다.
우리는늘일에서자유롭기를꿈꾼다.
그러나일이없으면과연날마다넘쳐나는시간을무엇으로채울수있단말인가.우리의행복과정체성은일에의존한다.
일은신의저주였다가종교개혁과산업혁명을거치면서축복받은특권또는소명으로격상된다.
우리는일자리를잃지않으려고전전긍긍하고,일을통해인생의의미를찾으려고노력한다.
우리는우리의일에필요이상으로너무많은의미를부여하고있다.


태국에서는코코넛열매를따는데원숭이를동원한다.
원숭이는사슬에묶여농부의지시에따라일하고하루3끼식사를대접받는다.
농부들은멸종위기의원숭이에게식사를제공하고있기때문에이런고용관계가원숭이에게도유익하다고변명한다.
굶어죽느니착취를당하더라도살아남는게낫다는,이른바착취의논리다.


원숭이뿐만이아니다.
우리는모두일을선택할자유를갖고있지만실제로선택의여지는많지않거나아예없다.
아무도우리에게노예가되라고강요하지않았지만우리는기꺼이노예가되기를선택한다.
극단적인경우지만성매매여성들은그들의노동을자발적으로그만둘수없다.
그들은노예나다름없는삶을살고있다.
우리는일이좋아서하는게아니라다른선택의여지가없기때문에억지로한다.


아담스미스에따르면일을할때우리는우리의자유를상실한대가로보상을받는다.
일자리를얻을때우리는암묵적이든명시적이든회사가원하는장소에서원하는방식으로일하는데동의한다.
서구경영학100년의역사는결국노동자들을길들여가는과정이었다.
우리들직장에는노동자들에게더많은일을시키고더많은이윤을짜내는데필요한환상이넘쳐난다.


공사장의인부는할당량을끝내면남은시간에관계없이자유롭게쉴수있다.
빨리끝내면끝낼수록더많이쉴수있다.
만약그에게아침9시부터오후6시까지끊임없이계속일을하도록한다면생산량이늘어날까.결코그렇지않다.
할당량만채우면될때그는더많이쉬려고더열심히일한다.
시간을채워야할때그는굳이열심히일해야할이유가없다.


마찬가지맥락에서오래일한다고생산량이늘어나는것은아니다.
1930년켈로그의일자리나누기운동이이를증명한다.
이회사는불황에대처하려고하루8시간노동을6시간노동으로줄였다.
놀랍게도노동시간을줄이자생산성이늘어났다.
8시간일할때1시간평균83상자를포장하던노동자들은6시간일할때93상자를포장했다.


산업사회가발전하면서환상은더욱교묘해진다.
할당량과근무시간을조절해가면서더적은비용으로더많은일을시키는게경영학의과제다.
현대경영학은노동자들이자발적으로일을더하도록만들기위해리더십과기업문화를강조한다.
성공한기업이라는환상과자부심은노동자들에게초과근무와열정을이끌어낸다.
이들기업들은노동자들이직장을단순한일자리이상으로받아들이기를요구한다.


노동자들에게이식된공동체적환상

이제기업들은노동자들에게공동체의환상을심어주려고노력한다.
과거슈미트는무쇠를운반하기만하면됐지만이제는직장상사와동료들과함께어울려야하고조직에충성까지보여야한다.
일을하고돈을벌어가기만하는게아니라이제는직장에인생의의미를둬야한다.
이런직장에매여있는이상슈미트에게는어떤개인적인꿈도희망도없다.
과장되게말하면이렇다.
"집안에서일하는흑인보다는들에서일하는흑인이되는편이낫다.
들에서일하는흑인은자신이좋아하지도않는사람을공손히대해야하는부가적인모욕을겪지않아도되기때문이다.
"

기업들은올바른직장을만들기보다는노동자들이기분좋게일할환경을만드는데힘을쏟아왔다.
우리는그런환상이무엇을희생한대가인가고민해봐야한다.
우리는너무많은일을하고,일에너무많은의미를두고있다.
그렇게열심히일해서과연우리삶의질이더나아졌는가.더풍성해졌는가.우리는과연더자유로워졌는가.퇴근후TV를들여다보면서흘려보내는우리청춘은과연건강한가.무엇을위해일하고무엇을위해살것인가.이책은일의의미를다시발견하라고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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