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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캠퍼스 유감
[푸뚜앙떼리요르]캠퍼스 유감
  • 허준석 게임평론가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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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먹어가는것의확실한증거는역시자신보다어린사람들에대한불만족이쌓이는것이아닐까?대학에서강의를하면서새로운이들의신선함에배움을얻는경우도있지만,그들에게실망하는경우도적지않다.
시간강사노릇이나마학생들을대할때긴장되고진지해지는것은강의횟수가늘어도크게줄지않는다.
나의인생을좌우할지도모른다는이력서를걱정해서가아니라,그들의인생에혹여내가끼치게될지도모르는해악때문이다.
제법긴가방끈을늘여왔던나의학생시절에는크게느끼지못했던날카로움과대할때면새삼정신이번쩍들곤한다.


최근맡고있는수업에서무척좋지않은일이벌어지고말았다.
기말고사를보던학생들의일부가노골적인방식으로부정행위를했던모양이다.
한학생이이를고발했고수업게시판을통해이사실이알려져많은학생들의성토가이어졌다.
그래도,누구나고개를끄덕일만한명문대이고학생들나름의자존심이강할것이라고생각했던것은헛된기대였을까.아니면이대단한대학에서도최근몇년동안부정행위와관련된문제들이불거져나왔다는걸알면서도이를무시한나의직무태만을탓해야할까?요며칠,이‘사태’를수습하느라정신적으로상당한피로감을느껴야했다.


부정행위의역사야시험의역사와떼어낼수없는것일테지만,대학에서최근벌어지는부정행위는그양상이더욱서글프다.
대형교양과목이어서부담이없고감독이조금소홀하다치면,아는사람들끼리답안지를교환하고책을펴놓고(그야말로오픈북이다)거리낌없이베끼기일쑤다.
공부할시간은없고학점관리는해야겠으니,학생들의합리적인선택이이쪽으로향하는건당연한결과인셈인가?선생의제일덕목은학생을믿는것이라는나의신조에도이렇게서서히금이가고말았다.
다음학기부터는시험감독인원을2배로늘려야할까?철저한응징으로학생들이애초에그런짓을벌일수없도록심한압박을가해야할까?

나는일말의믿음으로부정행위자에게재시험을볼기회를주기로했다.
목적을위해수단은아무래도좋다는그들에게다시한번반성의시간을주고싶었던것이다.
하지만,자백한학생들의수는기대보다훨씬저조했다.
한학생은수업게시판에서강의에서배운게임이론을응용해자백하지않는것이그들의‘우월전략’임을훌륭하게설명해주었다.
또한,많은학생들이강사의이러한조치를납득하지못했고,부정행위자를법대로응징하지않는선생에게불만을던졌다.
어떤학생들은“그런줄알았으면자기도했을것”이라고솔직한아쉬움(?)을표하기도했다.


내가느끼기에과거의대학은‘목적’을잠시유보하고‘수단’의정당성을고민해볼수있는,세상에서몇안되는장소였다.
점수가낮을지언정남들보다조금손해를볼지언정,시비를치열하게따져볼그런여유아닌여유를지닌곳이었다.
과거의학생들이기업에서요구하는기준에크게못미치는불량인재였을지는모르겠으나,사회의구성원으로서그들이지니게될자질로본다면사회적으로크게손해나는자원배분은아니었을지모른다.
과연,수단의정당성은잊은채목적을향해열심히달려가는오늘날의대학생들은어디에도착하게될까?

물론,대다수의선량한학생들을놓고이렇게한탄하는것은과장된개인적인감정때문일지도모르겠다.
하지만,대학에서조차이러한일이명백히문제시되고이를해결하기위한강압적조치들이모색되고있는것이현실이고보면,입맛은꽤나씁쓸하다.
수단과절차에대한고민을잊고목적을향해열심히달려나간이들이이끌게될우리사회는어떤모습이될까?내리트머스시험지에나타난결과는그리희망적이지는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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