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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시장주의와 환경주의 어색한 만남
[지상중계]시장주의와 환경주의 어색한 만남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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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발전은스스로돕는자를돕는차별화과정을통해서만가능하다.
한국경제는장기침체국면에접어들고있다.
집적과집중이필요하다.


지난15일환경정의가주최한대안사회포럼에서좌승희전한국경제연구원원장이경제정책의패러다임을바꾸자며도발적으로꺼낸이야기다.
좌박사는불평등한나라가잘살고큰기업이많은나라가잘산다는논리를과감하게폈다.
평등주의를비판하기위해바둑판을예로들기도했다.
칸마다평평하게돌을채우는게좋은가아니면특정거점에돌을집중해힘을모으는게좋은가하는질문이었다.


좌박사는3년이동평균을낸GDP증가율을기초로1988년이전과이후를나눴다.
추세선의기울기가0.037과-0.302로확연하게나뉜다.
88년을계기로경제의역동성에변화가생겼다는이야기다.
그는이렇게가다가는10년안에성장률0%시대가올수도있다고경고했다.
우리나라경제성장률은올해1분기2.8%에그친것을비롯해연간4.1%에그칠전망이다.
이에좌씨는차별화전략을거듭강조했다.


“하늘은스스로돕는자를돕는다.
세상도그렇고사회도그렇고시장도그렇고.이게발전의원리다.
선진화된나라들잘보면이이치가시회모든부분에작동된다.
모든사람이스스로를돕는성공하는사람이되는과정이발전의과정이다.


좌박사는정부의평등주의정책을거세게비판하기도했다.
평등주의정책이열심히일해서성공하는주체를역차별하기때문에경제의역동성을해치고발전을저해하고있다는이야기다.
음지에있는사람을양지로나오게해야할텐데최근정부정책은양지에있는사람들마저음지로가게만들고있다고그는비난했다.
절대빈곤층에게는특별배려가필요하겠지만음지에있는사람들가운데서도스스로돕는자를더우대해모두양지로나올수있도록유인해야한다는게골자다.


이어그는실패했거나실패할가능성이큰평등주의정책으로,산술적이고획일적인지역균형정책과중소기업정책,대기업규제,차별화에기초하지않은연구개발지원,비정규직대책,도덕적해이를조장하는신용불량자대책등을꼽았다.
이밖에도남녀동수의정당명부제,교육평준화정책,언론산업규제정책등에대해서도직설적인비판을쏟아냈다.
그는기득권청산이라는이름으로자력갱생과자수성가한사람들을역차별하는정책은결코성공할수없다고거듭강조했다.
또스스로돕지않은자를돕는정책은음지를벗어날동인을없애경제는물론이고사회전반의역동성을떨어뜨릴수있다고지적했다.


좌박사는경제발전의해법으로트리클다운(trickledown)효과를주목했다.
앞서가는경제주체가잘되면그영향이아래로확산되면서모든경제주체가동반성장하게된다는논리다.
그는양극화문제도트리클다운효과의관점에서해법을찾는다.
자본잉여부분에서자본부족부분으로트리클다운을막는규제때문에양극화가더욱심화되고있다는이야기다.
보다적극적인투자자유화가필요하다는게그의결론이다.


심지어그는집중개발을통해환경파괴를최소화할수있다는주장을펴기도했다.
균형·분산개발이오히려환경파괴를광역화시킨다는논리다.
그는소득이일정수준이상되면깨끗한환경에대한수요가급증한다며환경파괴를최소화하려면환경재에대한개인소유권을확립시켜야한다고주장했다.


잘알려져있다시피,이날포럼의발제자로나선좌박사는대표적인시장주의자로꼽힌다.
‘되는놈발목잡기’가나라를망친다는지론을줄기차게외쳐왔고지난해에는성매매방지법을좌파적정책이라고비난해물의를빚기도했다.
박정희재평가를강하게주장하는가하면중·고등학교교과서가반시장논리에물들어있다고문제제기를하기도했다.
이날그의주장은단순명쾌했지만,구태의연하고맹목적이기도했다.
발제가끝나고이어진토론에서는자연스레거센비판이쏟아졌다.


토론에나선강수돌고려대교수는좌박사의주장을‘내부제국주의’로평가절하했다.
일본이나영국이식민지를원료공급지와시장으로활용했던사례를거론한강교수는경제·사회적기득권집단이다른집단을억압하는과정을합리화하는좌박사의주장이과거제국주의의논리와다르지않다고주장했다.
그는트리클다운효과자체를부정했다.
고용없는성장시대에트리클다운효과는한마디로환상이라는이야기다.


“양극화는엘리트중심주의와시장만능주의의산물이고그구조를허물지않는이상근본적인해결책은없다.
자본은저이윤부문에서고이윤부문으로이동하는것이원칙이다.
고이윤만찾다보니자본의속성자체가필연적으로양극화를초래한다.
정부규제는안전과환경,보건,인권등여러측면에서삶의질향상에필요하다면오히려강화하는것이정당하다.


강교수는또집적과집중이환경파괴를최소화한다는좌박사의주장을정면반박했다.
집중과집적은더높은수익을찾아계속확산되고결국모든곳이희생될수밖에없다는논리다.
요즘은오히려환경이좋은곳을골라체계적으로파괴하고상품화하는추세라는게그의생각.강교수는서울서초구의우면산트러스트를예로들면서환경보호는오히려개인소유권을해체하거나공동소유권을확립할때가능하다고덧붙였다.


강교수는또한농민들과노동자들의희생을보지못하고수출규모만보고성공을이야기하는건잘못됐다고지적했다.
자본주의시스템은대량실업을받아줄수없다고단언하는강교수는우리사회에불행과스트레스가늘어나는건우리모두가땅에서멀어지고있기때문이라는논리를폈다.
그의주장은땅에서멀어지고땀을흘리지않기때문에나오는문제가실업이라는이야기로이어졌다.


한가지더.강교수는좌박사의엘리트주의적발상이야말로사회발전에해롭다는점을짚고넘어갔다.
좌박사가스스로돕는자를도와야한다고주장하지만정작시장경제야말로스스로돕는사람이나스스로돕는사회를무지막지하게파괴하며확장해나가고있는게아니냐면서.차별화가발전의필요조건이라는논리에대해서도그는비판의날을세웠다.
차별과불평등을미화하거나은폐할소지가크다는이유때문에서다.


또다른토론자로나선조명래단국대교수역시좌박사가경제발전의논리를과도하게일반화하고있다는점을지적했다.
조교수는트리클다운이론은근대화하향적발전모델에서설정된가설일뿐현실에서는확인이되지않았다고덧붙였다.
강석훈성신여대교수도“기회의평등으로는부족하고과정의평등이중요하다”는점을강조했다.
출발선이같다는이유로부조리와반칙등중간과정을모두무시해서는안된다는이야기다.


이에“강교수같은목가적이상을가진사람이나라를끌고가면나라망하겠다”고강하게맞받아친좌박사는“경제는이상이아니라현실”이라며“반박하려면제대로팩트와데이터를제시하라”고요구해분위기를달구기도했다.
그는또“기회는절대평등하지않다”면서“노력한사람에게기회가오는것은당연한일”이라고몰아붙였다.


이날3시간에걸친열띤토론은전혀합의점을찾지못했다.
발제자인좌박사가내놓은대안은전혀새로운내용을담고있지못했고,시장주의와환경주의는어설프게원론만을되풀이하며겉돌뿐이었다.
사회를맡은이정전환경정의대표가좌박사를가리켜“원래는그렇지않았는데시대가좌박사를이상한사람으로만들었다”며분위기를누그러뜨리려애썼지만,‘한국의경제정책패러다임에대한평가와반성’이라는주제에도불구하고,이날행사의방향은무척이나모호했다.


시장주의
“평등주의 정책이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는 주체를 역차별하기 때문에 경제의 역동성을 해치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음지에 있는 사람을 양지로 나오게 해야 할 텐데 최근 정부 정책은 양지에 있는 사람들마저 음지로 가게 만들고 있다.
절대빈곤층에게는 특별 배려가 필요하겠지만 음지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스스로 돕는 자를 더 우대해 모두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VS
환경주의
“양극화는 엘리트 중심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산물이고 그 구조를 허물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자본은 저이윤 부문에서 고이윤 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이윤만 찾다 보니 자본의 속성 자체가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초래한다.
정부 규제는 안전과 환경, 보건, 인권 등 여러 측면에서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하다면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정당하다.
”<강수돌 고려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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