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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먼 길 나선 KIC, 앞날은 시계 제로(0)!
[커버]먼 길 나선 KIC, 앞날은 시계 제로(0)!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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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보장없고금융허브장래도불투명…외환보유고줄이는노력선행돼야비판도


재정경제부가KIC를금융허브로가는발판으로삼으려고했다면,이제관건은세계적인자산운용사를얼마나많이끌어들이느냐에달려있다.
재경부는△국내에주재하고△내국인을고용할것등을조건으로2015년까지세계50대자산운용사가운데10~20개를유치할계획이라고밝힌바있다.
박해식금융연구원연구위원은“KIC를통해국제금융시장의고급정보를확보하는것은물론이고국제신용평가회사등과활발히교류함으로써우리나라의대외신인도를크게높이게될것”이라며가능성에좀더무게를뒀다.


반면,김우찬KDI국제정책대학원교수는재경부의이런기대를‘과대망상’이라고평가절하한다.
금융허브가되기위한조건이파격적인규제완화와대외경쟁력인데KIC만으로는그2가지조건을충족할것으로보이지않는다는이유에서다.
김교수는단적으로“싱가폴과비교해보라”고말한다.
외국자산운용사들이굳이싱가폴을버리고우리나라에들어올유인이있느냐고그는반문한다.


한걸음더나아가심상정민주노동당의원은국가가직접나서서외국투기기관에보유외화자산운용을맡긴다는소리는처음듣는다며재경부의이런계획을“참으로놀라운발상”이라고지적한다.
“자산운용업을발전시켜야한다는데에는동의하지만이런방식은아니라는생각이든다”는심의원은“이건한국투자공사의성패를떠나국가위신에관한문제이고,결과적으로외국자본의도우미역할또는외국자본의이해관계를반영하는기구로전락할것이불보듯뻔하다”고말한다.



한은,외환보유액줄어들면회수요청


우여곡절끝에출범을하게됐지만KIC가넘어야할산은앞으로도무척이나험난하다.
시행령에따르면,외환보유액이10%이상2개월연속줄어드는등비상사태때는한국은행이KIC에위탁자산의회수를요청할수있다.
바꿔말하면,KIC입장에서는언제라도현금화할수있을만큼유동성이풍부한자산에투자해야한다는얘기다.
좀더지켜봐야겠지만,이런제약이있는한주식이나부동산투자는섣불리꿈도꾸기어렵다.
그만큼수익성이떨어질수밖에없는건당연한수순.수익성과안정성,2마리토끼를한꺼번에잡을수는없는노릇이다.


기본적으로KIC는국내의돈을모아외국에투자하는회사다.
문제는세계적으로우리나라만큼수익성높은투자처가마땅치않다는데있다.
세계적인자산운용사들이우리나라시장에투자하러몰려들고있는데정작우리는해외로눈을돌려야하는상황인꼴이다.
김우찬교수는“결국우리나라보다더기대수익이낮은나라나,그만큼위험이큰나라를선택할수밖에없다”고지적한다.

한국은행과수익률경쟁에나서야하는상황도KIC에겐부담이된다.
그동안한은은외환보유액을미국국채등에투자해6%이상의높은수익률을올려왔다.
한은으로부터위탁을받게될KIC는최소한한은보다는더높은수익을내야한다.
주식이나부동산에손을댈수없도록묶여있는상황에서6%이상의수익률을올리기란결코쉬운일이아니다.
게다가KIC는외국자산운용사들에게위탁수수료까지물어야한다.


이를두고우재룡한국펀드평가사장은“너무안정성을요구하다보니절름발이가됐다”고지적한다.
어차피외환보유액가운데넘치는부분을효율적으로관리하기위해만든투자회사라면,3년이나5년씩장기적으로맡기고자율적으로운영할수있도록밀어줘야한다는게우사장의생각이다.
그러려면주식이나부동산투자에대한규제도과감히풀어줘야한다.
우사장은믿고맡기되감사와공시의무를강화하면된다고덧붙였다.


운용내역공개여부를놓고도여전히논란이많다.
외환전략을노출시켜서는안된다는이유때문에상위5개이외의위탁기관은아예정보접근권조차갖지못한다.
상위5개위탁기관도제한된권한만갖는다.
대외적으로공개되는건전체자산운용규모와운용수익률,자산배분비율정도가고작이다.
이에대해장화식사무금융연맹부위원장은“KIC가외환보유액과국민연금의자산을위탁받아운영하는만큼국민연금수준의정보공개가필요하다”고강조한다.


김우찬교수는정작KIC의규모가지금보다더커질경우에대해우려한다.
국민연금을비롯한연기금의위탁을받게되면KIC의자산은100조원이상으로불어날수도있다.
지금이야공개를한다해도크게상관없지만,운용자산규모가커지면KIC의움직임에따라시장자체가크게요동을치게된다.
그때가서는공개를하려야할수도없는상황이온다는얘기다.
김교수가대외적투명성못지않게내부지배구조와CEO의도덕성을일관되게강조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한은과의관계를어떻게설정하느냐는또다른문제다.
당장한은입장에선KIC에170억달러를내주려면그만큼외화자산을내다팔수밖에없다.
문제는한은이미국채를얼마나내다팔것인가는국제금융시장이초미의관심거리라는데있다.
한은이미국채를내다팔기시작하면외환시장에충격을주는것은물론이고미국경제와우리경제가큰혼란에빠질수있다.
한은은이런우려를의식한듯,미국채를팔계획이없다는입장을거듭밝혀왔다.



미국채매각할땐시장에큰충격


하지만한은이당장유동자금을꺼내서활용한다고해도결국그만큼의유동자금을확보하기위해선미국채를내다파는수밖에없다.
“세계적으로왜우리나라외환보유액에그렇게관심이많은가모르겠다,이건언론에공개할수있는사안이아니다.
”추홍식한은외화자금국팀장은구체적으로KIC위탁자금을어떻게마련할것인가에대해서는끝내답변을꺼렸다.
한은은170억원을한꺼번에빼는게아니라순차적으로나눠서위탁한다는계획을마련해놓은상태다.


좀더본질적인문제를제기하는목소리도있다.
넘치는외환보유액을어떻게관리할것인가도중요하지만근본적으로는외환보유액을줄이려는노력이반드시필요하다는게그핵심이다.
이런주장은정부의금융허브전략과정면으로배치된다는점에서눈길을끈다.
정종남투기자본감시센터국장은“천문학적인규모의외환보유액을관리하는데드는비용이1년에5조원이넘는다”는사실을재차강조한다.
문제는이렇게조성된외환보유액이다시미국채형태로미국으로빠져나간다는데있다.
결국국내에서비싸게자금을조성해미국에싼값에빌려주고있는셈이다.


한은은그동안미국채의존도를벗어나기위해투자다변화등여러시도를계속해왔지만,여전히외환보유액가운데미국채비중은50%를넘는것으로알려지고있다.
미국의쌍둥이적자가심화되면서달러자산의가치가계속줄어들고,이과정에서한은은환율을방어하기위해달러를사들여외환보유액을늘리는악순환을되풀이해왔다.
정국장은“대미수출에의존하는성장정책을버리지않는이상,이런국부유출은계속될수밖에없다”는점을분명히했다.


어쨌든끊이지않는논란속에서도KIC는일단첫발을내디뎠다.
하지만그앞날의시계는여전히제로상태를가리키고있다.
‘국가대표’투자회사.자칫그이름에걸맞지않는,실패한금융정책의사례로남을가능성도얼마든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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