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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출범! '국가대표' 투자회사 그러나…'감독'이 불안하다
[커버]출범! '국가대표' 투자회사 그러나…'감독'이 불안하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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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내정자를둘러싼논란은왜끊이지않나

한국투자공사(theKoreaInvestmentCorporation·KIC).이름도낯선이신생아는이른바'국영'투자회사다.
KIC는한국은행이관리하고있는외환보유액170억달러와외국환평형기금30억달러등모두200억달러를위탁받아해외자산에투자하게된다.
정부의입김에서독립돼있다고는하지만운용자산은모두국민들호주머니에서나온다.
200억달러는환율1천원기준으로모두20조원.4600만국민으로나누면한사람이43만5천원씩부담하는셈이다.


물론앞으로운용실적에따라외환보유액이나외국환평형기금의위탁규모는더늘어날수도있다.
게다가오는2007년부터는국민연금등기금자산을위탁받아운용할예정이다.
지난해말기준으로국내최대규모의자산운용사는대한투자신탁운용과하나알리안츠의합병회사.이회사의수탁자산규모는26조원에이른다.
KIC는머지않아이를뛰어넘는그야말로국내최대규모의투자회사가될전망이다.
KIC설립을둘러싼논란이한창이던올3월,최중경재정경제부국제금융국장(당시)은"외환보유액이늘어나고국민연금까지끌어들이면10년뒤에는1천억달러이상의규모가될것"이라고내다보기도했다.


KIC설립에비판적인일부의목소리를잠재우고정부가끝내KIC설립안을밀어붙인이유는크게2가지다.
첫째는외환보유액이감당할수없을정도로늘어나서어떻게든이를줄이거나다른용도로활용할필요가생겼기때문이고,둘째는이를미끼로외국의잘나가는자산운용사들끌어들여금융허브로가는발판을확고히다지겠다는계획때문이다.
간단히정리하면,남아도는외환보유액을모아외국자산운용사에맡겨수익을내보자는발상인셈이다.


전세계적으로정부가직접투자회사를만들어해외투자에나서는경우는많지않다.
운용자산규모가1400억달러를넘는것으로알려진싱가폴투자공사(GIC)가가장대표적이고,노르웨이석유기금(NGPF),중동의산유국들이모여만든걸프투자회사(GIC)정도가비슷한성격을지닌다.
정부는오래전부터KIC를한국판GIC로만들겠다는야심을숨기지않았다.



위탁자산1천억달러국내최대투자회사


문제는온국민의호주머니를털어만든격인국내최대투자회사의운영이과연얼마나투명하게이루어질수있느냐에있다.
참여연대는그동안KIC의지배구조와투명성에대해계속해서문제점을지적해왔다.
정치권의부당한간섭을차단하고부실운용과비리를적발할수있는제도적장치가마련되어야한다는이야기다.
자칫말그대로재경부퇴직관료들의낙하산착륙장으로변질될수있다는우려의목소리도끊이지않았다.
과거관치금융의악몽을쉽사리떨쳐버리기힘들었던탓이다.


하지만그간법안을다듬는과정에서KIC의독립성을담보할수있는조황은크게강화됐고,이에따라재경부가개입할여지도상당부분줄어든게사실이다.
KIC의투자담당이사나민간위원이되려면자산총액2조원이상인자산운용회사나은행,보험회사,증권회사,국제통화기금,아시아개발은행등에서10년이상경력을쌓아야한다.
후보추천주체도재경부나정부부처가아니라한국금융학회와자산운용협회등민간기관대표로명시됐다.


그럼에도논란이완전히사그러든것은아니다.
독립성은어느정도보장됐다지만,운영의투명성에대해선이렇다할개선이이루어지지않았기때문이다.
KIC는위탁자산의운용내역을공개하지않는다.
외환운용전략이외부에노출되면외환방어능력이손상될수있다는이유에서다.
때문에전체위탁자산의규모와수익률,자산배분비율정도만이공개된다.
국회나감사원이정보공개를요청하는경우에도자료는제공할수있지만대외적으로공개되지는않는다.
국민들이그운용과정을감시하고견제할수있는수단이거의없다는이야기다.

결국새로출범하는KIC의성패는수익성못지않게투명성을얼마나확보하느냐에달려있다고볼수있다.
KIC의투명한운영을보장할최후수단인CEO의도덕성에무엇보다눈길이쏠리는건이때문이다.
나라의외환보유액을운용하는초대형투자회사KIC의CEO는외부의부당한압력에맞서바람막이역할을할뿐만아니라내부적으로는투명하고공정한자산운용을위한준법감시인역할을톡톡히해야한다.
그만큼CEO의도덕성과청렴성은필수덕목이다.



외환은행졸속매각의혹꼬리표


KIC를앞장서이끌게된이강원내정자가과연이런덕목을갖췄는지에대한논란이분분한것은이때문이다.
가장문제가되는건,그의과거행적,특히외환은행행장으로재직하던무렵의일이다.
이내정자는2003년9월외환은행이론스타펀드에매각되는과정에서결정적인역할을담당했다.
자산규모가62조6033억원에이르는은행의경영권은단돈1조3834억원에,그것도투기적목적의단기펀드에고스란히넘어갔다.
이내정자가외환은행을투기자본에팔아넘겼다는세간의비난에서결코자유롭지못한건이런이유에서다.


이내정자는외환은행장으로재직하고있던2003년4월,5천억원의외자유치계획을발표한다.
그로부터5개월뒤외환은행의지분51%는1조3834억원에론스타손에넘어간다.
5천억원으로살릴수있다던외환은행을돌연1조4천억원에매각해야만했던진짜이유는아직까지명쾌하게밝혀지지않고있다.
그는여전히매각이아니라'외자유치'였다고강변하고있다.


지난해10월열린국정감사에증인으로출석한그의얘기를들어보자."51%의지분중에서42%는증자,외자유치를통해서왔고요,그러니까100으로봤을때84%는외자유치고요,나머지16%가구주매각에의한겁니다.
따라서저는이것은매각보다는외자유치라고생각합니다.
"

이날국정감사현장에서는외자유치계획이매각계획으로뒤바뀔만큼은행의재정상황이급박하고어려웠느냐는질문이쏟아졌지만이내정자는질문에대한정확한대답을피해갔다.
5천억원이왜1조4천억원으로'뻥튀기'됐느냐가논란의핵심이었는데,그는핵심을끝내비켜갔고,국정감사는시간에쫓겨서둘러끝나고말았다.


외환은행매각과정에대해선아직까지도많은부분이수수께끼로남아있다.
윤증현금융감독위원회위원장은국정감사에서외환은행매각과관련해,"바람직한것이었다고는생각하지않지만불가피한선택"이었다고밝힌바있다.
경영권까지넘겨주면서도액면가에도미치지못하는헐값을받았던진짜이유는무엇일까.대주주였던한국은행과수출입은행까지나서서300억원이넘는손실을보면서도주식을내다판이유는무엇일까.법적으로국내금융기관의대주주가될자격이없는론스타에매각승인이난배경엔어떤비밀이숨어있을까.왜금감위는론스타에외환은행을넘겨주려고안달을하는듯한모습을보였을까.이모든의혹의중심에서있는인물이바로이내정자다.
하지만그는아직까지도철저하게입을굳게다물고있을뿐이다.


국부유출논란은더이어진다.
수출입은행은1999년4월과2000년12월외환은행의유상증자에2차례참여해7360억원을출자한바있다.
이돈은수출입은행의100%대주주인한국은행이댔다.
준공적자금이들어갔다는이야기다.
그런데수출입은행은이렇게사들인주식을론스타에손해를보면서되팔았다.
이내정자는과연수출입은행을어떻게설득한것일까.역시수수께끼다.


2003년6월외환은행의자기자본비율은9.56%였다.
결코위험한상황이라고볼수없는수준이었다.
보통자기자본비율이8%미만이면부실로간주된다.
외환은행의자기자본비율은97년이후한번도8%밑으로내려가지않았다.
예금지급이나차입금상환이정지된적도없었고외부자금지원없이는회생이불가능한심각한상황도아니었다.


매각과정에서론스타는2년동안외환은행지분을팔지않겠다는서약서를쓴바있다.
그2년이끝나는때가바로올해11월이다.
최근주가를감안하면론스타는2년사이에무려1조5천억원이상의시세차익을올릴것으로보인다.
2배가넘는수익률이다.
결국외환은행은론스타의손을떠나또다른외국자본의손에다시금넘어갈가능성이크다.



투명성·도덕성은CEO최고덕목꼽혀


다시KIC얘기로돌아오자.KIC의사장은20조원의위탁자산을쥐고흔들수있는인물이다.
앞으로국민연금까지가세하면KIC의위탁자산은100조원이상으로늘어난다.
KIC는이를직접운용하는게아니라외국의자산운용사들에게다시위탁할계획인데,당연히이과정에서온갖청탁을받게될것은뻔한일이다.


김우찬KDI국제정책대학원교수도KICCEO의도덕성을거듭강조한다.
"국제금융시장의검은뒷거래는상상을초월할정도다.
KIC가투명성과국제적인공신력을확보하지못한다면금융허브는커녕국제적인망신거리가될수도있다.
합리적인지배구조못지않게CEO의도덕성이절대적으로요구된다.
"

KIC설립위원회는사장추천기준을밝히지않았다.
설립위원회는재경부차관과한국금융학회,자산운용협회등에서각각추천된1인등7명으로구성됐다.
이내정자가최종낙점된것을두고전문성과조직장악력등을두루검증했다고위원회측이밝혔을뿐이다.
정종남투기자본감시센터국장은"외환은행매각의주역에게외환보유액의운용을맡긴다는것은상식적으로이해가안되는일"이라며이번인사에비판적인목소리를냈다.


물론 이 내정자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가 주도적으로 처리한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은 여지껏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에 대해선 외환은행 졸속 매각의 주역이라는 세간의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넘쳐나는 외환보유고를 운용할 '국가대표' 투자회사의 초대 사장. 무엇보다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할 그 역할에 불안감이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이강원과 그의 인맥
이강원 내정자는 1950년 광주 태생으로 광주서중과 서울고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아시아개발은행 금융전문위원, 대신증권 상무, 기아포드할부금융 대표, LG구조본 사업조정팀 전무, LG증권 부사장, LG투신운용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외환은행장과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을 거쳐 이번에 KIC의 사장으로 내정되기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인맥도 탄탄하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홍석주 전 조흥은행장과 마찬가지로 이헌재 전 부총리의 광주서중 후배다.
진념 전 부총리가 기아자동차 회장으로 있던 무렵 기아포드할부금융 사장으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전윤철 감사원장과는 서울고 동문이고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과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같이 일했다.
은행 경력이 없던 그가 외환은행장에 내정됐을 때 구설수에 오른 것도 이런 이력 탓이었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이들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우연일까. 이헌재 전 부총리는 그 무렵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김&장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내정자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하나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의 이영회 당시 행장도 역시 이헌재 사단의 멤버로 꼽힌다.
이 행장은 그 뒤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으로 옮겨갔다.
진념 전 부총리는 론스타의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회계법인을 삼정회계법인으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1950년 출생 1969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4년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1985년 미국 존스 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1977년 산업연구원 지역5실장, 동향분석실장 1989년 대신증권 국제영업담당 상무 1993년 아시아개발은행 동아시아금융담당 전문위원 1995년 기아포드 할부금융 대표이사 사장 1999년 LG투자증권 부사장 2001년 LG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2002년 한국외환은행 은행장 2003년 한국외환은행 경영고문 2004년 굿모닝신한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5년 한국투자공사 사장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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